영아 방치·학대, 사망 잇따라초기 대응 미흡, 재범률 증가방문 점검 등 예방 체계 시급
학대 사망 아동 43 ‘1세 미만’… 출생 직후 가장 취약
“제 팔뚝만큼 작은 아기가 차가운 철제 검시대 위에 누워있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시신을 봤지만, 이렇게 가슴 아픈 사건은 없었습니다.”(‘해든이 사건’ 담당 검사)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폭행하고 방치해 숨지게 한 친모에게 검찰이 최근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이른바 ‘해든이(가명) 사건’으로, 홈캠에 담긴 학대 장면이 공개되며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사건을 맡은 검사는 3월 26일 결심 공판에서 “검시대 위 아기의 표정이 홈캠 속 모습보다 더 편안해 보였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비슷한 사건은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19개월 아동을 닷새간 집에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친모가 구속 기소됐다.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반복되면서 보다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는 2022년 2만 7971건, 2023년 2만 5739건, 2024년 2만 4492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사망 아동은 각각 50명, 44명, 30명이었다.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동의 생명과 안전이 충분히 보장되는지에 대한 사회적 의문이 제기된다.
현행 아동학대치사죄는 법정 형량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아동학대살해죄는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다만 아동학대 범죄는 가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이 어렵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부모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할 때 가장 취약한 아동에게 폭력이 향하곤 한다”며 “결국 예방만이 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은 지역 보건소가 출산 가정을 방문해 양육 상황을 점검하고, 상담을 제공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범 문제도 심각하다. 더불어민주당 이건태 의원이 법무부와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아동학대 재범인원은 2019년 539명에서 2023년 2239명으로 4배가량 늘었다. 비율로도 6.7에서 11.5로 상승한 것이다.
공 대표는 “아동학대 초범의 경우 상담·교육 중심의 보호처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초기 대응이 미흡하면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전북 익산에서는 과거 아동학대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의붓아버지가 다시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공 대표는 “더 이상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는 소극적 자세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며 “전화 확인에 그치지 말고 가정을 직접 방문해 상담과 교육을 병행하는 촘촘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문제의식 속에 제도 개선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1일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직권으로 출생 기록된 아동의 보호 상태를 신속히 확인할 수 있는 ‘아동복지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2024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를 보면, 학대로 사망한 아동 가운데 43.3가 1세 미만이었다”며 “아동의 생사와 안전 확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는 출생 직후”라고 강조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