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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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가위질에서 희망의 박음질로… 난민 자립 일구는 ‘함께’ 공동체

부활르포 - ‘함께’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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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엑소더스 ‘평화공간’에서
2024년 재봉틀 교육으로 시작
패브릭 브랜드 ‘함께’로 성장
수익보다 ‘성장 가치’에 무게 둬



 

재봉틀로 이주민·난민의 경제적 자립을 꿈꾸는 핸드메이드 패브릭 브랜드 ‘함께’ 공동체 구성원들이 한국 봉사자들과 함께 동두천성당 내 작업실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전쟁과 기후위기, 종교 박해로 전 세계 난민은 1억 명을 훌쩍 넘어섰다. 난민 문제는 현재 국제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나라도 난민협약 가입과 난민법 시행으로 대응해왔고, 교회 역시 이들을 ‘가난한 이 가운데 우선되는 형제자매’로 보며 보호와 환대를 강조한다. 레오 14세 교황은 교회와 사회를 새롭게 하는 ‘희망의 선교사’로서 이들이 단순히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 아니라 교회와 사회를 새롭게 하는 주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법도 교황의 메시지도 현실 안에서 손을 내밀어 주는 이들이 없다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만다. 제도가 닿지 못한 빈자리를 아무 조건 없이 메워주는 이들 덕에 새 생명이 움튼다. 부활 시기를 맞아 이주민·난민들이 재봉틀로 희망을 꽃피운 ‘함께’ 공동체를 찾았다.



이주민·난민들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신앙

매주 토요일 의정부교구 동두천성당 지하 교리실 한편에선 아프리카 이주민·난민들의 재봉틀 작업 소리와 함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오른쪽 상단이 조금 비뚤어졌네요. 여기를 잡고 더 내려서 박음질해야 해요. 이건 합격! 오늘 공임비는 10만 원이에요. 고생했어요.”

일주일간의 작업을 마친 이들은 꼼꼼한 검수를 거쳐 보람을 확인한다. 공임비를 받아든 순간, 아프리카 특유의 리듬에 몸을 맡기며 기쁨을 표현한다. 처음엔 직선 긋기조차 어려웠던 손끝이 1~2년 만에 재봉틀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들이 만든 결과물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은 매일미사·성경·성무일도 커버와 묵주 파우치다. 한 땀 한 땀 손끝에서 시작된 공동체의 온기가 신앙인의 기도로 이어지고, 다시 제품을 만드는 거룩한 순환이 이곳 ‘함께’에서 이뤄지고 있다.


 
함께’ 소속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들이 작업물을 들어 보이고 있다.


우연한 시작

시작은 ‘우연’이었다. 서성희(안젤라, 의정부교구 마두동본당)씨는 동두천에 있는 의정부 엑소더스 ‘평화공간’에서 사용하지 않는 재봉틀 5대와 자재를 발견했다. 코로나19로 중단된 재봉 교실의 흔적이었다. 그 자리에서 이주민들이 재봉에 관심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곤 바느질 잘하기로 소문난 본당 교우 주현영(엘리사벳)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통역은 주씨 남편 김장섭(프란치스코)씨가 맡으면서 3명의 봉사자가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난민 5명을 대상으로 2024년 2월 17일 재봉틀 교육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재봉틀 사용법과 기초 바느질 기술을 교육하는 4~5주 과정으로 끝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가위질조차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정밀한 수작업을 요구하는 재봉과 바느질은 결코 짧은 시간에 익힐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다. 다음 기수 참여를 희망하는 이들도 생기면서 자연스레 2기, 3기 교육이 이어졌다.



선한 사람들

미약한 시작이었기에 과정도 순탄하지는 않았다. 봉사자와 교육생 모두에게 난관의 연속이었다. 늘지 않는 실력에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그러나 선한 일을 하면 그 뜻에 동참하는 이들도 생기기 마련이다. 교우들의 후원으로 중고 재봉틀을 기증 받았고, 교육생들은 가정에서도 연습할 수 있었다. 봉사자들도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을 정도의 교육 영상을 제작해 한글과 영어 자막으로 공유했다. 원단 수급이나 기타 비용 문제가 생길 때도 적절한 조력자가 나타났고, 작지만 후원회도 꾸려졌다. 그렇게 선한 이들의 뒷받침 속에 교육생들의 기술은 눈에 띄게 향상됐다. 교육을 수료한 이주민이 강사가 되는 경우도 생겼다. 이주민·난민이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함께’가 만든 매일미사 커버


야훼이레

단기 교육으로 시작했지만, 제품을 판매해도 좋겠다는 데 뜻이 모였다. 마침내 교육 시작 7개월 만인 2024년 9월 29일 ‘엑소더스 축제’를 통해 핸드메이드 패브릭 브랜드 ‘함께’가 첫 선을 보였다. 이후 교구 봉사자 연수와 피정, 본당의 날 등 다양한 현장에서 판매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성물 판매소와 소품 매장 등과도 협력해 계속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갑곶 성지에서 상설판매도 시작했다. 품목도 앞치마와 손수건·스카프 등 40여 개로 늘어났다. 가나 출신 글라디스씨는 “취미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직업 의식마저 생겼다”며 “재봉 일만으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 좋을 것 같다”고 열정을 보였다.

열정에 답하듯 지난해 1월에는 모든 사용 비용을 무상으로 지원받으면서 동두천성당 지하 교리실로 작업장을 이전했다. 현재까지 6기, 30명이 참여했고, 그중 13명이 활동하고 있다. 4월 1일 7기가 시작됐다.

서성희씨는 “야훼이레, 하느님께서 준비하신 일이라고밖에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사실 이 일을 하기 전까진 이주민과 이렇다 할 접점이 없었어요. 부끄럽지만 관심이 크게 없었죠. 지금은 저희 봉사자들 집이 원단으로 가득 차 있을 만큼 ‘함께’는 삶의 일부가 됐습니다.”



가족 공동체 ‘함께’

짐바브웨 출신 아폴로니아씨는 세 자녀와 함께 작업실을 찾는다. 모임에 가지 못하는 날이면 아이들이 먼저 아쉬워할 정도다. “여기서는 모두가 함께 아이를 키우는 느낌입니다. 제가 바느질 기술을 배우면, 아이들은 소통 방법을 배웠습니다. 그 덕에 자폐가 있는 첫째 아이도 이곳에서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슬람 무장세력의 종교 박해를 피해 한국에 정착한 나이지리아 출신 기프트씨는 2기 교육생으로 참여해 현재 강사가 됐다. 그는 “한국 교회의 환대 덕에 자리를 잡아 아들도 복사를 서고 있다”며 “‘함께’ 공동체 일원이 되면서는 더 끈끈한 가족애가 생겼다”고 했다. 이웃사랑과 관심으로 신앙도 더욱 단단해진 것이다.

“처음에는 너무 어려워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한국 봉사자분들과 남편 격려로 다시 나올 수 있었어요. 하다 보니 욕심이 나더군요. 실력을 키워 가르쳐주신 보람을 안겨드리고 싶었습니다. 제 손으로 만든 성경 커버를 보고 선생님이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거든요.”

기프트씨를 처음부터 이끌어온 주현영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두 손 크게 하트를 만들어 화답했다. 서성희씨도 “돌려받지 않아도 줄 수 있는 사랑을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교육생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큰 걸 받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봉사자 선주민과 교육생 이주민은 서로가 서로의 행복을 바라고 있었다. 이렇듯 ‘함께’는 이주민·난민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공동체면서, 일주일에 한 번 한자리에 모이는 가족 공동체 역할도 하고 있다.



희망의 선교사

하지만 공동체가 커지고 판로가 늘어나면서 봉사자 인원 부족과 판매 구조의 지속 가능성, 재정 안정성 등 구조적 한계도 드러났다. 이에 ‘함께’는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을 꿈꾼다. 법적·재정적 지원을 확보하고, 조직 운영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김장섭씨는 “단순한 수익 창출을 넘어 이웃에 제품을 기증하는 ‘상생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 과정을 통해 이주민은 도움받는 대상에서 자신의 노동으로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는 ‘희망의 선교사’이자 사회적 가치 창출의 주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 저희 모습 안에서 시작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낯선 땅에 뿌리내리며, 서툰 손끝으로 한 땀 한 땀 새 삶을 꿰매온 이들이다. 어둠 끝에 비치는 부활의 빛처럼, 그렇게 바늘이 지나간 자리마다 공동체는 ‘함께’ 살아나고 있다.



후원문의: 0505-566-0001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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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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