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성소자 급감은 이제 교회의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 됐다. 인구 감소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사제 성소자 수는 가파르게 줄고 있다. 이 흐름이 계속된다면, 신자 수에 비해 사제 수가 턱없이 부족한 교회 모습도 머지않아 현실이 될 수 있다. 4월 26일 제63차 성소 주일을 맞아, 한국교회 성소자 양성의 현주소를 짚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대응해야 할지 살펴본다.
청년은 왜 사제의 삶에 끌리지 않나
2010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 천주교회 통계」를 보면, 청년 신자 수는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였지만 연도별로는 증감이 반복됐다. 반면 사제 성소자 수는 꾸준히 줄고 있다. 성소자 감소를 단순한 인구 감소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교회 밖으로는 세속화에 따른 청년 세대의 탈종교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도 청년 신자들이 ‘사제의 삶’ 자체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성자와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사제들이 자신의 직무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고, 그 인식이 청년 세대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고 본다. 결국 성소자 감소는 교회 밖 환경 변화의 결과인 동시에, 교회 안에서 사제직의 의미와 아름다움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해지고 있는가를 되묻는 문제다.
서울대교구 대신학교장 민범식(안토니오) 신부는 “성직자 스스로 사제의 삶이 좋고 행복하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사제가 되고 싶은 사람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돈보스코청소년영성사목연구소 이진옥(페트라) 선임연구원도 “성직자들 역시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기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야 청년들에게 성소를 식별할 계기를 줄 수 있다”며 “일부의 경우 오히려 반대이거나 지나치게 권위적인 모습으로 실망을 안겨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거스를 수 없는 감소세…그래도 성소 불씨는 살려야
교회 밖의 영향이 큰 만큼 성소자 감소는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민 신부는 “사제 성소뿐 아니라 그리스도교 신앙 자체가 세상의 논리와는 다른 방향을 추구하기 때문에, 늘 세상의 도전과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맥락에서 신자 수가 줄고, 그 가운데 실제로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 역시 감소하면서 사제 성소도 함께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한국교회 역시 유럽교회와 비슷한 길을 걸을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교회는 이미 1970년대부터 사제 부족으로 본당 통폐합이 이뤄졌고, 한 명의 사제가 여러 성당을 맡는 사례도 이어져 왔다.
그러나 감소세만을 이유로 한국교회의 미래를 무조건 어둡게 볼 필요는 없다는 전망도 있다. 오히려 1990년대 양적으로 급성장했던 사제 성소의 ‘황금기’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대교구 대신학교 생활지도 김정일(안드레아) 신부는 “당시 비대해진 성직자 숫자만큼 안일한 사제, 권위적인 사제도 그만큼 많았다”며 “성소자 감소를 사제 양성의 측면에서 오히려 시대의 징표로 보고, 쇄신의 기회로 삼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숙에 더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성소 감소를 ‘숫자의 위기’로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떤 사제를 길러내고 어떤 사제상을 교회가 증언해 왔는지 돌아보게 하는 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양성자들은 한목소리로 “교회가 본연의 사명을 다할 때 사제 성소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새 시대엔 교회 전체가 참여하는 새 양성 모델 필요
사제 성소 문제는, 젊은 세대에게 복음의 가치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느냐는 교회의 근본 과제와 맞닿아 있다. 그만큼 성소 계발 역시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모델을 요구받는다. 큰 노력 없이도 사제가 배출되던 옛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사제 성소자뿐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이 각자의 다양한 성소를 지닌다는 점에서, 청소년기부터 자신만의 성소를 발견하도록 돕는 일은 사제 성소 양성에도 긍정적인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전인적 성장을 이루려면 결국 그들의 ‘성소 발견’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청소년기 성소 발견과 식별은 내가 왜 창조됐고, 왜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를 깨닫는 과정과 같다”고 말했다.
즉 이들이 자신의 성소를 깨달을 수 있도록 수동적인 ‘주입식 교리 교육’을 넘어 교회가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체험과 만남을 경험하도록 영적으로 동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의미다. 이 연구원은 “사제 성소 계발의 시작은 올바른 청소년 사목”이라고 봤다.
이는 곧 성소 계발이 각 교구 성소국만의 과제가 아니라 교회 공동체 전체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대구대교구 성소국장 조윤제(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는 “성소 문제는 성소국만의 고민거리가 아닌데도, 과연 교회 전체의 깊은 고심이 있었는지는 되돌아봐야 한다”며 “교회와 모든 성직자가 얼마나 자신을 겸허히 성찰하고 기도했는지 반성하면서, 일시적 변화가 아니라 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할 때”라고 전했다.
민 신부도 “과거에는 집단을 대상으로 일방적으로 복음의 가치를 주입하는 양성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오늘날에는 개개인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피양성자의 능동적 참여를 이끌어, 스스로 복음의 가치를 익히게 하는 방식이 더 유효하다”며 “그만큼 가정에서부터 본당, 성소국, 대신학교에 이르기까지 긴밀한 연결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청소년·청년 세대가 사제 성소를 품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결국 사제 자신의 쇄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 신부는 “성직자들이 직무사제직과 사제로서의 삶의 매력을 자신의 삶으로 증거해야 한다”며 “교회 구성원 모두가 사제 성소를 하느님의 선물로 알아듣고 청할 수 있도록, 사제들의 성찰과 노력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