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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조창선 신부’ 부모, 멕시코 캄페체교구 성소 씨앗 심었다

아들 위해 붓던 적금 1100만 원 “신학생 양성에 써달라” 봉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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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 과달루페 외방선교회 본부가 조창선 신부 추모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선교 기간은 짧았지만 조 신부의 열정을 기억하며 다른 단체 회원들도 함께 추모했다. 한국외방선교회 제공


아들을 먼저 잃은 부모의 눈물이 성소의 씨앗으로 심어졌다. 지난해 10월 47세를 일기로 선종한 고 조창선(한국외방선교회) 신부의 부모 조정수(베드로)·이해기(안나)씨는 지난 3월 슬픔 한가운데에서 아들을 위해 모은 적금을 사제양성 기금으로 봉헌했다.

주변에서도 효자라 부를 만큼 유난히 애교가 많고 부모를 향한 애정과 존경이 각별했던 둘째 아들이었다. 조 신부는 2019년 1월 17일 41세에 사제품을 받았다. 늦게 불림을 받았지만, 온 세상에 복음을 전하겠다는 열정 앞에 나이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수품 성구로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창세 12, 1)를 택하고 3개월 뒤 멕시코 캄페체교구 선교사로 파견됐다. 그가 파견된 ‘로스 앙헬레스본당’은 멕시코 최남단 과테말라와 국경을 맞댄 오지로, 인터넷도 유선전화도 닿지 않는 곳이었다. 그러나 타고난 긍정적 성격으로 한 번도 어려움을 내색하지 않았고, 언제나 밝은 표정으로 성사 집전과 가정 방문을 이어갔다.

신학생 때부터 그의 마음은 늘 이웃을 향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신학생을 남몰래 도왔고, 방학이면 찾아가 곁을 지켰다. 곤경에 처한 이들에게 형제적 사랑을 베푸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동료 사제들의 기억 속에서도 조 신부는 ‘다재다능한 사람’이었다. 한국외방선교회 부총장 최강 신부는 “노래와 춤에 소질 있었던 조 신부는 멕시코 지부 회의를 마친 후 공동체 오락 시간을 주도하며 형제들을 이끌었다”고 회고했다. “조 신부가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면, 나머지 신부들은 그 춤을 그대로 따라 추면서 배꼽 빠지게 웃었던 기억이 떠나질 않습니다.” 멕시코 지부장 김지민 신부도 “조 신부는 어디서나 사람들 안에서 숨 쉬고, 웃고, 울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그는 3개월간 귀국 휴가를 보내고 선교지로 돌아갈 채비를 하던 중 넘어져 다리에 골절상을 입고 접합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회복 중 갑자기 폐동맥 혈전증이 발생했고, 심정지가 뒤따랐다.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40여 일간 의식불명 상태로 지냈다. 한국외방선교회 전 회원과 후원자, 출신 본당 신자, 캄페체교구 교우 모두가 조 신부의 회복을 위해 기도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10월 21일 끝내 하느님 곁으로 떠났다. 사제품을 받은 지 6년 9개월 만이다.

조 신부의 부모는 아들 선교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멕시코로 떠나던 2019년부터 적금을 부어왔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게 된 부모는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 적금을 해지하고, 1100만 원 전액을 한국외방선교회에 봉헌했다. “아들 신부처럼 하느님 약속의 땅을 향해 나아갈 젊은이들의 사제성소를 위해 써달라”는 뜻이었다. 선교회는 그 뜻을 받들어 캄페체교구 신학생 양성에 사용하기로 했다.

3월 17일 성 요셉 대축일 캄페체교구 신학교에서 열린 교구 사제연수 미사 중 봉헌식이 진행됐다. 교구의 모든 신부와 한국외방선교회 신부들이 함께했다. 아들이 복음을 전했던 그 땅에서 부모의 사랑으로 새로운 성소의 씨앗을 심는 순간이었다.

최강 신부는 “부모님은 더 큰 힘을 보태지 못해 아쉽다고 말씀하셨지만, 훗날 캄페체교구 신학생들이 사제가 된다면, 여러 명의 아들 신부를 얻는 기쁨으로 감사 기도를 바치실 것”이라며 “하느님의 부르심은 사제 한 사람의 삶으로 끝나지 않으며, 기도와 눈물로 씨앗을 심은 부모님의 사랑을 통해 또 다른 부르심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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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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