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 이어 아름다운 아다지오를 몇 곡 더 소개하고자 한다. 수많은 아다지오 가운데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이 작품들은 분명 고단한 삶 속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행운과도 같다. 먼저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 아다지오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작품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로버트 레드퍼드와 메릴 스트립의 팬이라면 이 음악을 모를 수 없을 것이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의 메인 주제가로, 광활하고 숨 막힐 듯 아름다운 아프리카의 자연을 배경으로 연인들의 모습을 우아하게 그려낸다.
작년에 유명을 달리한 로버트 레드퍼드는 상업 영화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남들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힘겹게 독립 영화를 만드는 이들을 위해 선댄스 영화제를 설립했다. 이 영화제에서는 그를 기념하기 위해 ‘상업 영화는 상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그가 출연한 작품들을 상영하기도 했다. 메릴 스트립은 더스틴 호프먼과 함께한 명작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를 비롯해 ‘폴링 인 러브’,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등 수많은 수작을 남겼다. 특히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편집장 미란다 역을 맡아 펼친 연기는 배우로서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OST 중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 아다지오
//youtu.be/Rjzf_cWzlp8?si=17TYWynKgOwmY1uY
베토벤의 아다지오 역시 마음을 울리기는 마찬가지다. 그의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의 2악장 ‘Adagio cantabile’는 베토벤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아다지오 악장일 것이다. 1악장의 격정적인 종결에 이어지는 애수 어린 선율은 과장 없는 담담함으로 마음속에 스며든다.
바렌보임이 연주하는 베토벤 비창 2악장
//youtu.be/vGq3-Fi_zQY?si=l8ZeniT52FQ65bIZ
차이콥스키의 마지막 교향곡 제6번 ‘비창’의 마지막 악장 역시 아다지오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이토록 힘차고 장대한 교향곡을 비극적으로 끝내리라고는 당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작곡가가 죽기 불과 9일 전, 직접 지휘해 초연한 이 작품은 세상에 남긴 마지막 작별 인사로 여겨지곤 한다. 이 곡은 흔히 ‘안다 박수’라 불리는, 연주가 끝난 뒤의 침묵을 깨는 청중의 박수가 얼마나 부적절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차이콥스키 마지막 교향곡 제6번 ‘비창’의 마지막 악장
//youtu.be/Wc_AUpBCEzg?si=dqs-kpY6cVW-ZDfD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는 9세기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트 빌헬미가 바이올린의 가장 낮은 음역을 담당하는 G현 하나로 모든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도록 편곡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느림이 위로가 될 수 있음을 가장 아름답게 보여 주는 음악이다.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제3번에 포함된 이 작품은 천상의 아름다움을 집약해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아름다움의 극치는 슬픔이다”라는 시인의 말이 절로 떠오르는, 깊고 그윽한 작품이기도 하다.
바흐 ‘G선상의 아리아’
//youtu.be/bvj25SpFUJ8?si=Ylh77LkH6fJe4Lkd
작곡가 류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