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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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골병라인’에서 배우는 이웃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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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직장인의 출근길은 고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저 역시 매일 출근길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지옥’을 맛봅니다. 방송과 신문을 통해 여러 차례 소개된 김포골드라인, 이른바 ‘골병라인’을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두 량뿐인 열차에 몸을 싣고 출근길에 나서면, 기쁨보다는 불편함이 먼저 밀려옵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등을 맞댄 채 서 있어야 하고, 비좁은 공간으로 밀려들어 오는 승객들로 몸과 마음이 지칩니다. 발이 밟히고 서로 몸이 부딪히는 상황 속에 어느새 ‘열꽃’처럼 짜증이 얼굴에 번집니다.

악조건 속에 저를 비롯한 출근길 승객들은 작은 접촉에도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어느 날 만원 전철을 탔는데 차창에 피로에 찌든 화난 남자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제 모습이었습니다. 문득 복음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태 22,39)

직업병인지 반감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질문이 따라 붙었습니다. ‘제 이웃은 누구인가요? 저를 누르고 있는 제 앞에 선 승객도 제 이웃일까요?’

저를 밀치고 들어오는 사람, 발을 밟고도 아무 말 없이 지나치는 사람, 간혹 가방이나 팔꿈치로 저의 ‘급소’를 후려치는 사람도 과연 제 이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또 다른 복음 말씀이 제 후두부를 강타했습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마태 22,37)

‘하느님은 곧 이웃’이라는 정의가 내려집니다. 어머니 태중에서부터 성당에 다녔고, 유아세례·첫영성체·견진성사를 받아 복사와 주일학교 교리교사 봉사를 해온, 그래도 ‘인생의 절반은 성당 밥을 먹고 자랐다’고 자랑해왔던 제가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떨어질 수 없는 ‘하나의 계명’입니다. 어머니께서 귀에 못이 박일 정도로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친절해라. 일의 귀천, 신분의 높고 낮음을 떠나 모두에게 친절하면 주님께 친절한 것과 다를 게 없다.”

예수님께서는 저처럼 아둔한 사람들을 위해 친절하게 복음을 통해 그 의미를 일깨워주십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저를 둘러싼 모든 사람이 ‘제 이웃’이자 우리 가운데 계신 ‘하느님’이라는 논리가 성립됩니다.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까지 자세히 설명해주십니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마태 7,12)

발을 밟혔을 때 상대방에게 듣고 싶은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라는 말, 열차에 올랐을 때 비좁은 공간을 보며 ‘조금이라도 서 있을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마음. 제가 바라는 소소한 것을 반대로 실천하는 것이 곧 ‘이웃 사랑’이자 ‘하느님 사랑’이라는 겁니다. 비좁은 열차 안에서 다른 승객을 위해 가방을 앞으로 메 공간을 만들어주는 작은 배려, 타인을 향한 작은 행동이 바로 이웃 사랑입니다.

복음을 되새기며 주변을 바라보니 조금씩 달라 보였습니다.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하루를 버텨내는 이웃이 보였고, 만원 열차 어딘가 무거운 십자가를 둘러메고 비좁은 공간에서 서 있는 예수님을 볼 것 같기도 했습니다. 아까 제 발을 밟은 승객 손에 들린 5단 묵주를 발견했습니다. ‘마음의 소리’로 옆 승객에게 조용히 말을 걸었습니다. ‘형제님, 오늘은 제가 먼저 이웃 사랑을 실천하겠습니다.’

오늘도 같은 열차에 오릅니다. 여전히 좁고 불편한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만나는 모든 이에게 작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작은 배려와 짧은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며, ‘골병
라인’에도 주님 사랑과 평화가 스며들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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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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