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 선출된 지 1년이 흘렀다. 2025년 5월 8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거대한 영적 유산을 짊어져야 했던 새 교황을 향한 우려의 시선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우려도 잠시, 레오 14세 교황은 전임 교황의 가난과 변방의 영성을 이어받으면서도, 자신만의 차분하고 단호한 행보로 보편 교회를 이끌어갔다.
그의 첫 메시지는 평화였다. 새 교황으로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라고 첫 인사를 건네며, 그리스도의 평화가 두려움과 분열을 이기는 길임을 일깨웠다. 이후 메시지는 한결같았다. 전쟁과 폭력, 배타적 민족주의가 세계를 뒤흔드는 이때에 교황은 무기를 내려놓고 대화를 선택하라고 호소했다.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기보다 평화를 위한 교회의 목소리를 흔들림 없이 이어갔다. 그 목소리엔 힘으로 평화를 만들 수 있다는 시대의 오만을 꾸짖고 대화와 용서로 생명을 지키는 평화가 담겨 있다.
교황은 미국 출신이지만, 남미 페루의 가난한 이들 곁에서 수십 년간 헌신한 선교사였다. 강대국의 논리나 자본의 질서보다 가난한 이들의 눈물과 이주민의 불안, 전쟁 피해자의 절규 속에 살아계신 하느님을 찾아온 목자였다. 최근 아프리카 사목 방문은 이를 더 분명히 보여줬다. 교황은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젊고 역동적인 신앙, 희망을 잃지 않는 공동체의 힘을 발견했다.
교황의 사목 표어가 말하듯, 교회는 한 분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어야 한다. 갈라진 세계를 향해 교회가 내놓아야 할 답은 배제와 단죄가 아니라 경청과 환대, 친교와 일치다. 전쟁, 기후위기, 빈곤, 기술의 독주 앞에 인류는 길을 잃고 있다. 교황이 뿌린 평화와 일치의 씨앗이 풍성한 열매를 맺길 기대하며 그의 사목 여정에 성령의 은총이 가득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