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청년 신자들이 WYD 십자가를 제단 위로 옮기고 있다. 이날 전원 현역인 군인 청년들이 십자가를 들고 이동해 제단 위에 설치했다.
3일간 꽃동네에서 진행·성황리에 마무리
WYD 상징물 맞이하며 대회 의미 더해
병사들, 군종신부와 소통·궁금증 해결
제대 후 내년 WYD 봉사 참여 의지 밝혀
‘제2회 군종교구 청년대회’는 600여 명의 신자 청년 군인들이 내뿜는 신앙 열기로 뜨거웠다.
4월 28~30일 충북 음성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에서 열린 대회는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의 상징인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를 맞이하며 막을 올렸다. 군 장병들은 WYD 상징물이 입당하자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맞았고, 이어진 힐링·토크 콘서트를 함께 즐기며 화합했다. 전국 각 부대에서 온 참가자들은 처음엔 서먹했지만, 신앙을 나누며 가까워졌고 나중에는 일상을 공유하며 하나가 됐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본당 사목을 맡고 있는 군종신부들과 함께 차량으로 속속 도착했다. 참가자가 적은 부대는 승용차, 많은 곳은 부대 버스를 동원했다. 대회 시작일인 4월 28일에 꽃동네로 가는 길목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군복을 입은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육군이 절대적으로 많았지만, 공군·해군·해병대 소속 청년 군인들도 골고루 참여했다. 공수특전단과 해병대처럼 군복만 봐도 어느 부대 소속인지 돋보이는 참가자들도 있었고, 3사단(백골부대) 소속 신자 군인들은 백골마크가 등에 그려진 검은색 성당 티셔츠를 단체로 입고와 눈길을 끌었다. 강원도 화천 중·동부전선을 맡고 있는 7사단(칠성부대) 소속 한 병사는 “10명이 넘는 동료들과 함께 왔다”며 “우리 성당 참가자가 가장 많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제2회 군종교구 청년대회에 함께한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맨 왼쪽)와 주한 교황대사 가스파리 대주교(왼쪽 두 번째)가 청년들의 환호에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꽃동네 총원장 오웅진 신부도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올해 대회에는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와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 청주교구장 김종강 주교, 예수의 꽃동네 형제회 총원장 오웅진 신부도 함께하며 이들을 따뜻이 맞았다.
출신 교구별로는 서울대교구가 142명으로 가장 많았고, 수원 73명, 인천 40명, 부산 35명 순이었다. 군종교구는 29일 오후 이들이 전역 후에도 각 교구로 돌아가 청년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출신 교구 담당자와 소통하는 장도 마련했다. 교구별 모임에는 서울대교구 양재모(청소년문화공간JU 관장) 신부, 수원교구 이헌우(청소년국 국장) 신부 등이 참석했다.
군인 청년 신자들과 군종사제들이 4월 28일부터 2박 3일간 열린 제2회 군종교구 청년대회 첫날 제대 옆에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를 세우고 있다.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 경배로 시작
첫날 서상범 주교 주례로 열린 개막미사의 하이라이트는 세계청년대회 상징물인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 맞이와 경배 예식이었다. WYD 십자가를 어깨에 멘 10명의 청년 군인들이 성모 성화를 앞세워 대회장에 들어섰고, 조명이 십자가를 환히 비추는 가운데 천천히 이동해 제단 위에 올랐다.
이들은 군종신부들과 힘을 합쳐 제대 오른편에 3.8m 높이 십자가를 바로 세웠다. 서 주교는 십자가 앞에서 경배했고, 대회장에 있던 군인 청년 등 모든 이가 허리를 숙여 예를 표했다.
서 주교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인류에 대한 예수님 사랑의 증표로 이 십자가를 온 세상에 전하게 했다”며 “서울 WYD가 열리는 내년 8월 3일 여러분은 전역해서 소속 본당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본대회에서 꼭 만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는 “1984년 로마에서 교황님과 함께 기도하며 모였던 젊은이들의 모습은 제게 신앙이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될 수 있는지 잘 보여줬다”면서 “당시 저도 여러분처럼 평범한 젊은이였지만, 그때 교황님 말씀이 제 마음을 깊이 울렸다”고 생생한 경험담을 나눴다.
이후 서 주교는 태극기와 함께 입장한 군종교구 청년대회기에 제2회 개막을 알리는 수치를 걸고 대회조직위 김창환 신부(남성대본당 주임, 중령)에게 전달했다. 김 신부는 대회기를 힘차게 흔들며 대회 시작을 알렸다.
토크 콘서트에서 류창훈(육군), 박재율(해군), 이성용(공군) 신부가 군인 청년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군종교구 제공
소통의 장과 힐링 콘서트 마련
이튿날 오전 토크 콘서트는 cpbc 신나라(플로라) 아나운서 진행으로 류창훈(육군)·박재율(해군)·이성용(공군) 신부가 멘토이자 답변자로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신부님들은 결혼 안 해도 괜찮으신가요’처럼 재미있는 질문들을 쏟아냈고, 세 신부는 “아, 쉽지 않은 질문인데, 이런 것도 궁금할 수 있겠네요”라고 답하며 노련하게 소통했다.
이어 오후에 개최된 ‘조별 주제나눔’은 조별로 군 생활 중 겪은 신앙생활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앞으로 군 생활을 어떻게 해나갈지를 다짐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주제는 군대라는 환경 속에서 신앙을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지에 초점을 뒀다. 장병들은 ‘군 생활 속에서 하느님을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요’, ‘군대에서 신앙을 지키기 가장 어려운 순간과 극복 방법은 무엇인가요’, ‘나에게 힘이 되는 말씀이나 기도는 무엇인가요’, ‘군대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신앙 습관 하나를 정해 보아요’ 같은 내용을 나눴다. ‘내년 세계청년대회 때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동참할 수 있을까요’도 다뤄졌다.
“부대와 성당이 좀 멀어서 이동하기가 쉽지 않아요.” 참가 장병들은 군 생활 중 나름의 신앙을 이어가고자 애쓰는 상황 중에 겪는 어려움부터 종교활동을 하지 않는 동료들 사이에서 신앙을 곧잘 드러내기 쉽지 않은 사정 등을 솔직하게 꺼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많은 참가자가 내년 2027 서울 WYD 봉사자나 참가자로 신청해 함께할 뜻을 내비치는 등 제대 후 이어갈 신앙생활을 약속하기도 했다.
제2회 군종교구 청년대회에 참가한 군인 청년들이 환호하며 공연을 즐기고 있다. 이들은 이날 성가를 함께 노래하며 군 생활의 고민도 날려보냈다. 군종교구 제공
이날 저녁 이어진 서울 WYD 홍보팀의 전통무용과 K-pop공연으로 꾸며진 힐링 콘서트는 2시간 30분 동안 모두가 함께 어우러진 무대였다. 생활성가 찬양사도 ‘제이팸’의 인도로 ‘주의 이름 높이며’ ‘내 맘에 오시며’ 등 찬양곡을 부르며 음악으로 하느님 뜻을 새겨보고 자신을 온전히 주님께 바치는 시간을 가졌다.
“너에게 난~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이어 이들은 늦은 밤 가요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떼창으로 노래하며 군 생활 중 겪어온 고된 마음도 함께 날려보냈다.
WYD에 대해 기대감 전한 장병들
이번 제2회 군종교구 청년대회에 참가한 군인 청년들은 서상범 주교의 교육 강연을 비롯해 토크·힐링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에 함께하면서 신앙을 다졌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2027 서울 WYD의 성공을 기원했다.
8기동사단 김재현(라파엘, 오뚜기본당) 상병은 "내년 행사 때 레오 14세 교황님을 뵙게 되는 것이 벌써 기대된다”고 말했다.
8기동사단 김재현(라파엘, 오뚜기본당) 상병은 “주임 오형훈 신부님의 추천과 지난해 첫 군종교구 청년대회 참가자였던 선임이 ‘굉장히 재미있고 단합이 되는 좋은 행사’라고 해준 말을 듣고 참가했다”며 “또래 장병들과 화합하는 마음으로 미사와 행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대 전까지 부산교구 장산성당에서 청년회 활동을 했는데, 벌써 내년 WYD 때 교황님을 뵙게 될 생각을 하니 기대된다”고 했다.
육군사관학교 이창훈(요한 사도, 화랑대본당) 상병이 WYD 성공을 기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이창훈(요한 사도, 화랑대본당) 상병은 “서울대교구 상도4동본당 소속으로 2023년 포르투갈 리스본 WYD에 참가해 세계 청년들과 교류하면서 신앙심을 북돋고 경험을 쌓은 좋은 추억이 있다”면서 “내년에 제대하면 서울 WYD 봉사자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WYD 행사가 열리는 것은 청년으로서도 매우 영광스럽고 기쁜 일”이라며 “성공적인 대회가 되도록 한마음으로 기원하고 참여하겠다”고 덧붙였다.
7기동군단사령부 조재완(예로니모, 상승대본당) 상병은 “이번 군종교구 청년대회를 훈련 동기들과 함께 하느님을 찬양하는 좋은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7기동군단사령부 조재완(예로니모, 상승대본당) 상병도 “훈련이 계획돼 있어 처음엔 대회 참여를 고민했는데, 막상 오니 후반기 교육 동기들도 만나 무척 기쁘다”며 “이번 대회를 동기들과 함께 하느님을 찬양하는 좋은 기회로 삼고, 내년 WYD 성공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