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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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향한 다정함 엮어 청소년 꿈에 날개 달아주는 ‘키다리 아저씨’

[삶의 자리에서]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법인 설립한 김민섭(아모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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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법인을 운영하며 다정한 사람들을 연결하고 있는 김민섭 작가.


화제 일으킨 ‘김민섭씨 찾기 프로젝트
’SNS로 항공권 건네받을 동명이인 찾아
양도받은 학생의 학업비 지원까지 이어져

‘당신이 잘되길 바라는’ 이들 잇는 법인
은인들 도움받아 아이들 여행 보내줘
선한 뜻 모아 운동화·책 등 기부 지속


왕복 항공권을 양도받을 김민섭씨를 찾습니다

시작은 2017년 벌어진 ‘김민섭씨 찾기 프로젝트’였다.

김민섭(아모스, 44) 작가는 2017년 12월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 후쿠오카 여행을 계획하고 왕복 항공권을 예매했다. 큰맘 먹고 떠난 생애 첫 해외 여행이었지만 갑자기 둘째 아들이 아픈 바람에 여행을 접어야 했다. 항공권 취소를 위해 여행사에 문의하니 돌려받는 금액은 고작 1만 8000원이었다.

‘뭐? 1만 8000원? 말이 돼?’ 그는 환불 대신 항공권을 쓸 수 있는 누군가에게 전해주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여행사에 문의하니 여권 영문 이름과 띄어쓰기까지 정확히 같은 ‘KIM MIN SEOP’씨가 있다면, 항공권 양도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니까 대한민국 남성이고 이름은 김민섭, 영문 이름은 KIM MIN SEOP이어야 했다. 게다가 평일에 시간을 낼 수 있는 김민섭씨를 열흘 안에 찾아야 했다.

그는 고민 끝에 SNS에 ‘김민섭씨를 찾습니다. 후쿠오카 왕복 항공권을 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전후 사정을 설명한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퍼지고 퍼졌고, 결국 조건에 맞는 김민섭씨가 나타났다. 대학 졸업 전시 비용을 벌기 위해 일하고 있던 휴학생이었다. 항공권 주인공을 찾았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그리고는 뜻밖의 메시지들이 김 작가에게 도착했다.

‘혹시 제가 숙박비를 지원해도 될까요? 다른 여비 때문에 쉽게 여행을 떠나지 못할 수도 있잖아요.’ ‘올해 말까지 써야 하는 후쿠오카 교통패스가 있는데 드리고 싶어요.’ 이게 끝이 아니었다. 한 기업이 휴학생 김민섭씨의 졸업 전시 비용까지 후원하겠다고 나섰고, 그는 학업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항공권 한 장을 양도하려던 일이 이렇게나 커져 버렸다. 김 작가는 이를 계기로 누군가의 잘됨을 바라는 다정함, 그 다정함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연결되어 빚어내는 선한 변화에 관해 곱씹고 또 곱씹었다. 자신이 어려울 때 도움을 줬던 다정한 사람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김 작가가 시간 강사, 대리운전 기사, 물류센터 직원으로 일하며 생활이 막막할 때마다 많은 이가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면서 그에게 안부를 묻고 밥을 사주며 작업실을 내줬다. (그 시절을 기록한 책이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대리사회」다.) 그러고 보니 김 작가도 휴학생 김민섭씨에게 같은 마음이었다. 그저 김민섭씨가 여행을 잘 다녀오고, 졸업도 잘하고, 뭐든 잘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다들 내가 잘되길 바라며 살잖아요. 이기적인 고민을 하며 사는 건 당연한 일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우린 가끔 다른 사람을 돕곤 하죠. 거창한 희생이 아니어도 다른 이의 잘됨을 위한 선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제가 지향하는 삶의 방향이 되었고요. 대학 강사를 그만두고 여러 일을 하면서 배운 게 있다면 사람은 어떤 일을 하든 좋은 태도를 가지면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당신이 여행을 다녀오면 좋겠습니다’ 프로젝트에 함께한 청소년들과 김민섭 작가(앞줄 맨 오른쪽)와 법인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민섭 작가 제공


한 학생과의 약속 계기로 시작된 법인

그는 몇 해 전 한 중학교에서 ‘김민섭씨 찾기 프로젝트’를 들려줬다. 그러자 어느 학생이 “저도 일본 여행 보내주세요”라며 손을 들었다. 김 작가는 “이름이 김민섭이어야 합니다”라며 웃어넘겼지만, 강의 내내 그 학생이 마음에 남았다. 강의가 끝나고 일본 여행을 보내달라 했던 학생을 찾아가 이름과 연락처를 받고 언젠가 꼭 연락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며 통장 잔고를 확인했는데, 학생 한두 명 정도는 일본 여행을 보내줄 수 있겠더라고요. 강의로 번 돈을 어디에 쓸지 많이 고민했는데, 앞으로 벌 돈도 모아서 청소년들을 해외여행 보내주는 일을 해보자고 결심했어요.”

그렇게 마음을 정하는 그 순간, 김 작가는 처음으로 인생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떤 일이든 이 방향으로 계속 나아간다면 어제보다 좀더 나은 사람이 되고, 무엇보다 좋은 어른에 가까워지겠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2024년 청소년을 위한 문화사업단체이자 비영리법인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www.wishyouwell.co.kr) 설립으로 이어졌다. 김 작가는 여행을 보내달라던 학생에게 잊지 않고 연락해 이듬해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법인 프로젝트 ‘당신이 여행을 다녀오면 좋겠습니다’를 통해 선발된 고등학생 4명도 함께했다. 청소년들과 여행을 떠나겠다고 하니 어디선가 또 다정한 사람들이 나타나 숙소를 내주고 통역과 가이드를 자처하고 사진을 찍어줬다.

김 작가는 “법인을 만들고 가장 좋았던 건 다정한 사람들과 계속 연결되고 당신이 잘되기를 바라는 방향의 일들을 폭넓게 할 수 있게 된 점”이라고 말했다. 법인 홈페이지에 올라온 아이들의 여행 후기를 보고 ‘미국 콜로라도로 오면 숙소를 내주겠다’는 다정한 은인도 나타났다.

“같은 방향을 보는 사람들이 연결되는 건 엄청난 힘을 가진다고 생각해요. 원래 계획을 짜고 일을 하는 성격이었는데, 언제부턴가 계획을 잘 안 세우게 되더라고요. 계획을 하면 계획한 만큼만 이뤄지는데, 방향을 보고 나아가면 가늠할 수 없이 커지는 일들이 생기더라고요.”


좋은 사람들과 전하는 선한 영향력

그는 법인을 통해 여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1㎞씩 달릴 때마다 500원씩 기부하는 ‘당잘런’ 프로젝트로 2025년 530여 만원을 모아 전국 보육원 청소년 53명에게 운동화를 선물했다. 내가 건강해지려고 뛰면서도 ‘다른 사람도 잘될 수는 없을까’라는 마음에 스스로 1㎞마다 500원씩 모으고 있다는 소식을 알렸고, 그 뜻에 동참하는 이들이 하나둘씩 참여하면서 147명이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달리면서 기부했다.

2023년 강원도 강릉에 연 책방 ‘당신의 강릉’에선 북토크를 열고 청소년에겐 무료로 책을 나눠주고 있다. 청소년 강의 브랜드 ‘블루 웨이브’를 통해 강사를 연결해 주고, 강사들은 강의비 10를 법인에 자율적으로 후원한다.

김 작가는 “좋은 방향을 잡고 꾸준히 할 일을 하다 보면 다정한 분들과 계속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좋은 사람, 다정한 사람들을 연결하는 일이 너무 좋고, 그러기 위해선 나부터 먼저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평범한 우리는 이기적인 존재들이지만 이타심을 조금씩 더해 나가면 좋은 일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 일을 내가 즐겁게 꾸준히 하고 있으면 나랑 닮은 사람들이 어느샌가 옆에 와서 함께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일이 좋은 방향으로 더 커져 나가고요. 좋은 사람, 다정한 사람을 연결하는 일에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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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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