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AI 윤리에 관한 로마의 호소」 작성 참여한 윤리 신학자
“기술을 인간 살리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그리스도인 사명”
‘생명의 신비상’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대주교)가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관한 가톨릭교회 가르침을 구현하고자 제정한 상이다. 본지는 제20회 생명의 신비상 수상자인 인문사회과학분야 본상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 윤리신학 교수 파올로 베난티 신부, 생명과학분야 본상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부 정원석 교수, 인문사회과학분야 장려상 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 김수정 교수, 활동분야 장려상 인도 HRDF(Human Resource Development Foundation)를 네 차례에 걸쳐 만난다.
“은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인공지능(AI)에도 ‘가드레일’이 필요합니다. 마치 자동차 사고를 막기 위해 안전장치를 두는 것과 같죠.”
파올로 베난티 신부는 “기계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작동하거나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6만 년 전 인류가 처음 몽둥이를 집어 들었을 때 그것은 도구였을까요? 무기였을까요?”라고 물었다.
“도구의 무기화, 무기의 도구화가 언제나 가능한 것처럼 기술은 언제나 양면성을 지닌다”는 말이다. 그는 “그리스도인은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처럼 ‘칼을 쳐서 쟁기를 만드는’ 사명을 지닌 이들”이라며 “무기를 사람을 먹여 살리는 도구로 바꾸듯 기술을 인간을 살리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베난티 신부는 AI와 첨단기술 시대에 인간 존엄의 윤리적 기준을 제시해 온 윤리신학자이자 AI 윤리 전문가다. 그는 AI의 의사결정 과정에 인간 판단이 개입해야 한다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 개념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2020년 2월 교황청립 생명학술원의 「AI 윤리에 관한 로마의 호소(Rome Call for AI Ethics)」 작성에도 역할을 했다.
그는 “오늘날 AI는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현미경’과도 같다”며 “과거 망원경의 발견으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님을 깨달은 것처럼 AI 역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난티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하며 “지금은 ‘변화의 시대’가 아닌 ‘시대의 변화’를 겪고 있다”면서 “교회는 이러한 격변 속에도 현실을 직시하고, 기술 흐름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책임이 있다”고 전했다. 결국 핵심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시대에 인간으로서 어떤 책임을 지고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라고도 했다. 그는 “결국 복음이라는 빛이 우리 여정을 안내해줄 것”이라며 “스스로를 ‘창조주 하느님의 피조물’로 인식하면서 그 해답을 찾아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AI 윤리에 관한 로마의 호소」에 대해선 “AI가 맹목적인 진화의 길을 걷지 않고, 인간과 사회에 적합하게 사용되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사명 아래 일종의 ‘청사진’을 만들기 위해 참여했다고 전했다.
베난티 신부는 AI가 자살 방법을 안내하거나 ‘낙태’ 등 생명윤리 사안에 지나치게 중립적인 현상에 대해 “AI의 답변은 일종의 ‘다수 의견의 복사판’이라 볼 수 있다”며 “그러나 한국의 순교자들 역시 당시 다수 의견과 달랐기에 목숨을 잃었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들이 진리를 증언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듯이 ‘다수’와 ‘진리’는 동의어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AI가 인간 존엄을 위한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상업적 기술을 넘어 진리를 탐구하는 방향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사람을 치료하는 AI는 환영하지만, 전쟁에서 사람을 죽이는 AI 드론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AI라는 혁신이 모든 이를 위한 공동선을 만드는 발전의 도구가 되길 바랍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 제20회 생명의 신비상 수상자들은 cpbc 라디오 ‘오석준 신부의 생명은 사랑입니다’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6월 14일 오후 2시에는 파올로 베난티 신부, 21일에는 인도 HRDF, 28일에는 김수정 교수가 출연해 수상 소감과 생명 수호 활동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