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평화신문이 창간되던 1988년에는 서울올림픽이 열리고 민주주의가 되살아났으며, 사회는 활기가 넘쳐났고 도약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은 민주주의가 다시 살아나고 있지만, 고령화로 활력을 잃어가는 오늘의 한국 사회가 창간 50년이 되는 해에는 활력이 넘치는 민주주의 사회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노동절인 5월 1일 레오 14세 교황은 미국 웨스트버지니아(West Virginia) 교구장으로 에벨리오 멘히바르 아얄라(Evelio Menjivar-Ayala) 주교를 임명했다. 그는 18세에 내전 상태에 있던 엘살바도르를 떠나 미국에 도착해 망명 신청을 하고, 취업 허가를 받은 후 영주권과 시민권을 받은 이민자 출신이다. 그는 청소, 페인트칠 등 다양한 일을 하며 임금 체불도 경험했다.
그처럼 미국에 도착해 노동자로 시작하여 주교가 된 사례는 다민족 사회가 된 한국에 타산지석이다. 한국에 입국한 누군가가 난민 신청을 하고, 취업 허가를 받은 후 영주권(F-5 비자)을 받고, 귀화로 시민권을 받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언젠가 국내 체류 외국인과 계절노동자의 도움이 절실한 다문화 사회가 된 한국에서도 난민 신청을 한 인물 중에서 사제도 주교도 나타날 것이다.
이미 국내 대신학교에 유학을 와서 사제품을 받은 외국인들이 다수 있고, 사제로 서품된 국내 거주 외국인들도 있다. 그리고 국내에서 노동자로 일하다가 본국으로 돌아가 신학생이 되고 국내 대신학교를 다닌 후, 본국으로 가서 사제품을 받은 경우도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사례처럼 유학을 온 외국인들이 우리 사회의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일을 통해 자신의 성장과 사회 기여가 가능한 기회가 더 부여된다면, 우리 사회는 더 활력을 갖춘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국내에서 태어나 성장한 이주민 청소년들이 아얄라 주교처럼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고, 또 될 수 있다면 이들은 우리 사회에 더 크게 기여하며, 내국인들과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농촌은 부족한 일손을 돕던 외국인 계절노동자들이 끊겨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원유 수입이 막히자 원유를 가공해 만드는 항공유가 부족해졌고, 항공유 가격 인상으로 비행기 운임이 치솟아 계절노동자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입국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금 한국 사회는 젊은 이주민에 의존해야 하는 고령화 사회다.
한국 사회는 이미 곳곳에 외국인들이 들어와 함께 살고 있다. K-POP 가수 중에 외국인들이 포함되기 시작한 것은 아주 옛날이고, 미스 춘향에까지 선발되는 시대가 되었다.
이들이 고령화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사회에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다수는 재미 교포들이 국내 경험과 무관한 청소와 세탁 일에 종사했듯이, 고국에서의 경험과 무관한 일을 하기 일쑤다. 만일 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살릴 수 있다면, 우리 사회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는 두렵다. 세계 대공황 때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대공황이 초래한 이름도 없고 이성도 없고, 정당화할 수도 없는 공포에 맞서,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유일한 것은 두려움 자체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대공황으로부터의 회복을 위한 행동을 요청했다.
오늘은 부활 제6주일이다. 부활하셔서 우리와 함께 계신 주님께서도 같은 말씀을 하고 계신다. “두려워하지 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