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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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잘 기억하려면 잘 잊어야 한다”

생명의 신비상 수상자 생명과학분야 본상 KAIST 정원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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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생명과학부 정원석 교수가 6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신경세포 중심 뇌 연구를 ‘신경교세포’로 확장해온 연구자

“유년기 학대·스트레스, 뇌 기능 영구적으로 바꿀 수 있어”

“연구가 종이에만 머무르지 않고 환자들에게 도움 되길”






‘우리 아이 기억력 향상,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른바 ‘더 똑똑한 아이’를 만들기 위한 교육과 영양제, 각종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시대. 그러나 제20회 생명의 신비상 생명과학분야 본상 수상자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부 정원석(스테파노) 교수는 오히려 “잊어야 한다”고 말한다.

“신경세포 간의 연결점인 ‘시냅스’는 ‘기억의 기본 단위’라고도 불립니다. 식물을 키울 때 가지와 잎이 너무 많으면 제대로 자라지 못해, 필요한 곳에 영양이 가도록 ‘가지치기’를 해야 하잖아요. 인간의 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듯 뇌는 불필요한 기억을 덜어내고 중요한 기억만 남기는 ‘시냅스 가지치기’ 과정을 거친다. 정 교수는 “아이들은 시냅스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존재”라며 “이 가지치기 과정에서 ‘별아교세포’와 ‘미세아교세포’가 핵심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별아교세포가 일상적인 시냅스 조절을 담당한다면, 미세아교세포는 뇌 발달이나 염증 등 질병 상황에서 시냅스 제거에 깊이 관여하는 것이다.

흔히 ‘스펀지처럼 정보를 쏙쏙 흡수하는 시기’로 불리는 유년기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별아교세포가 스트레스 호르몬을 인식하면 시냅스 가지치기가 과도하게 일어날 수 있다”며 “쥐 실험 결과, 이 경우 뇌 기능이 변형돼 성체가 되어서도 우울증이나 조현병 같은 행동 증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어릴 때 경험하는 학대와 스트레스는 뇌 기능을 영구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4년부터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의 부단장을 맡고 있는 그는 기존 ‘신경세포 중심’ 뇌 연구를 ‘신경교세포’로 확장해온 연구자다. 신경교세포 기능 이상이 간질·뇌졸중·노화·우울증·알츠하이머병 같은 다양한 뇌 질환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밝혀내며, ‘고령화 시대’에 그의 연구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뇌 질환이 발병하면 ‘더 이상 손 쓸 도리가 없다’는 기존 통설에도 변화를 예고했다. “그동안은 뇌에 특정 단백질이 쌓이면 신경교세포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그 결과 신경세포가 손상된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단백질이 신경교세포보다 먼저 신경세포에 영향을 준다는 내용의 논문 투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는 치료 접근 방식 자체의 전환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는 현재 신약 개발에도 직접 참여하며, 연구 성과를 실제 치료로 연결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정 교수는 “기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뇌출혈 등 부작용이 수반된다”며 “발병 원인을 보다 정밀하게 규명하면서 신경교세포가 시냅스를 제거할 때 사용하는 수용체를 조절하면 염증 없이 알츠하이머 원인 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의 바람은 분명했다. “연구가 종이에만 머무르지 않고,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결국 ‘사람’이 정 교수의 연구를 움직이는 힘이 되고 있다. 노화와 질병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지만, 그 고통만큼은 함께 덜고 싶다는 마음이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그의 연구의 출발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세포 하나가 삶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생명의 신비’를 발견할 때마다 더욱 그 소중함을 느낍니다. 저희 연구가 단순히 개인 업적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사람에게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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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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