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성령 강림 대축일이면 대부분의 신자는 본당에서 ‘성령칠은 뽑기’를 한다. 올해는 은사를 ‘뽑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금 내 신앙생활에 어떤 은사가 더 필요한지 살펴보고 묵상해 보면 어떨까?
성령칠은은 이사야서(11, 2-3)에서 유래한 것으로 성령께서 신자들의 신앙을 성숙시키고 덕을 닦도록 이끄는 일곱 가지 은사다. 교회는 성령칠은을 신자들이 성령의 이끄심에 더 잘 응답하도록 돕는 은총으로 가르쳐왔다.
가톨릭신문은 성령 강림 대축일을 맞아 ‘지금 나에게 필요한 성령의 은사’를 찾아보는 테스트를 제작했다. 테스트 문항은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성령칠은을 구분하며 통찰한 「신학대전」(제I-II부 68문)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물론 이 테스트나 성령칠은 뽑기가 “나는 하나의 은사만 받는다”거나 “어떤 은사가 더 뛰어나다”는 뜻은 아니다. 성령칠은은 신앙인의 삶 안에서 함께 작용한다. 다만 지금 내 마음과 신앙생활을 돌아보면, 오늘 더 간절히 청해야 할 은사가 무엇인지 묵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성령의 선물들은 서로를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참사랑 안에서 서로 연결된다”고 설명한다.
■ 슬기 - 하느님의 눈으로 삶을 바라보게 하는 은사
슬기는 하느님과 하느님께 속한 것을 올바로 맛보고 판단하게 하는 은사다. 많이 아는 능력이라기보다, 일상의 일들을 인간적 기준이 아니라 하느님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그래서 눈앞의 이익이나 감정에만 머물지 않고, 무엇이 참으로 선한지 알아보게 한다. 슬기는 하느님을 향한 사랑이 일상의 선택과 이웃 사랑으로 이어지게 한다.
■ 통달 - 말씀과 진리의 숨은 뜻을 꿰뚫어 보게 하는 은사
통달은 성경 말씀과 신앙의 진리를 마음 깊이 알아듣게 하는 은사다. 성경 말씀과 교리, 전례가 낯설게 느껴질 때, 그 안에 담긴 뜻을 깨닫도록 지성을 비춰 준다. 전례의 표징과 상징 안에 감추어진 영적 의미를 보게 하고, 기도와 묵상 안에서 진리를 더 깊이 받아들이게 한다. 통달은 믿음이 지식에 머물지 않고 삶과 이어지도록 돕는다.
■ 의견 - 선택 앞에서 길을 찾게 하는 은사
의견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 분별하게 하는 은사다. 인간적인 계산만으로는 답을 찾기 어려울 때, 성령의 인도 안에서 올바른 길을 알아보게 한다. 특히 예상하지 못한 일이나 복잡한 선택 앞에서 양심을 비추어 준다. 의견은 자기 판단에만 기대지 않고, 하느님의 뜻을 찾으며 행동하도록 돕는다.
■ 지식 - 삶의 우선순위를 바로 보게 하는 은사
지식은 세상과 삶의 현실을 하느님의 빛 안에서 바르게 보게 하는 은사다. 피조물을 하느님과 무관한 소유물로 여기지 않고, 창조주께 나아가게 하는 선물로 바라보게 한다. 또한 무엇이 영혼에 도움이 되고 해가 되는지 식별하게 하며, 피조물에 매이지 않고 거룩하게 사랑하는 법을 깨닫게 한다. 지식은 삶의 우선순위를 바로 세우게 한다.
■ 굳셈 - 어려움 속에서도 선을 실천하게 하는 은사
굳셈은 신앙생활에서 마주치는 어려움과 두려움을 이기고 선을 실천하게 하는 은사다. 해야 할 일을 알면서도 상황이 버겁고 마음이 약해질 때, 주님의 말씀을 다시 실천하게 하는 힘을 준다. 유혹과 장애물 앞에서 물러서지 않게 하고, 고통을 인내하며 감당하도록 돕는다. 굳셈은 큰 결단뿐 아니라 일상의 작은 충실함을 끝까지 이어가게 한다.
■ 효경 - 하느님께 자녀다운 마음으로 나아가게 하는 은사
효경은 하느님을 아버지로 공경하고 사랑하게 하는 은사다. 신앙을 의무나 형식으로만 여기지 않고, 자녀다운 신뢰로 하느님께 나아가게 한다. 또 모든 사람을 하느님의 자녀, 그리스도 안의 형제자매로 바라보게 하여 이웃 사랑으로 이끈다. 효경은 기도가 멀게 느껴질 때 다시 하느님께 마음을 열게 한다.
■ 경외 - 잘못에 무뎌지지 않고 하느님 앞에 서게 하는 은사
경외는 하느님을 무서워하는 공포가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을 저버리지 않으려는 자녀다운 두려움이다. 이 은사는 죄와 잘못에 무뎌지지 않도록 마음을 깨우고, 하느님 앞에서 자신을 낮추게 한다. 무질서한 욕망과 집착에서 물러서게 하며, 하느님의 거룩함 앞에 겸손히 서도록 이끈다. 경외는 삶을 하느님께 다시 향하게 하는 은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