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도 로마 다녀와써요?”
작년 말. 예전에 같이 근무하던 학교 교수님들의 부탁으로 일선 고등학교에 특강을 나간 적이 있습니다. 진로와 적성을 주제로 미켈란젤로의 천재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학생들의 가능성과 열정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수능시험이 끝난 고3 친구들에게 열정과 희망이라는 주제는 그다지 흥미가 올라올 만한 타이밍이 아니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유독 한 학생이 두 눈이 ‘똥~그랗게’ 강의에 몰입하는 것입니다.
저는 속으로 ‘처음 보는 신부님의 강의를 열심히 들어주다니’하고 매우 고마워하면서 ‘혹시 성당에 다니는 친구인가?’ 생각했는데, 그 학생이 쉬는 시간에 와서 생긋 웃는 얼굴로 저에게 이렇게 묻는 것입니다. “신부님도 지난여름에 로마 다녀와써요?” 아! 이 친구는 ①성당에 다니고 ②젊은이를 위한 희년 행사로 로마에 다녀왔고 ③그 로마를 순례하며 강의 때 보여준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직접 눈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그 친구들 모자가 너무나 재미있었어요”
쉬는 시간에 그 친구의 로마 순례 이야기를 듣는데 정말 새로웠습니다. 로마에는 전 세계에서 순례 온 수많은 청년이 있었고 언어가 어렵고 서로의 문화가 달랐지만 마음으로 통했던 따뜻하고 재미있는 체험. 그중에 멕시코 친구들을 만난 이야기가 재미있었습니다. 그 친구들은 아무리 멀리서 봐도 멕시코다! 알아볼 만큼 널찍하고 뾰족한 멕시코 전통 모자인 솜브레로(Sombrero, 그림자라는 어원의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었거든요.
어설프게나마 영어와 멕시코어로 서로의 나라를 소개하며 가방 가득 준비해 간 한국 가톨릭 굿즈와 기념품들을 서로 교환하고 자기네 성당과 고유한 신앙생활을 교류하고 웃으며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데 이게 진짜 청년대회의 모습이구나~! 저도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너 성당 다녀? 나도 성당 다녀!”
작년 말 WYD 십자가 순례 방문을 위해 인도네시아를 찾았을 때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십자가 순례 방문은 WYD 조직위의 공식 방문이면서 대회를 홍보하는 차원도 있기에, 여행 트렁크 가득 여러 기념품과 선물을 가져갑니다. 문제는 모인 청년들은 1000명이 넘는데 그만큼 가져가는 게 힘들다는 것이죠. 그나마 대회 로고 스티커나 버튼이라도 하나 받으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 스티커를 본인 휴대폰 뒷면이나 다이어리 전면에 붙이면서 2027년 한국 방문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간 궁금했던 모든 것을 물어봅니다. 대회는 어디서 하는지, 잠은 어디서 자는지, 먹는 건 무엇을 먹는지(찐 K-푸드를 먹어볼 수 있는지), 혹시 TV에서만 보던 서울 지하철을 타볼 수 있는지 등의 질문들이 정말 귀여웠습니다. 그중에 한국에서는 미사를 어떻게 하는지, 신부님이 보기에 우리가 하는 미사가 한국이랑 무엇이 다른지, 한국의 전례가 우리보다 더 잘하고 좋은 게 있다면 얘기해 줄 수 있는지. 진지하고 아름다운 질문들이 많았고 그렇게 서로의 장점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참 신기했습니다. 저도, 함께한 봉사자들도 인도네시아어를 모릅니다. 하지만 청년대회라는 주제와 같이 하느님을 믿는 신앙만으로 “너 성당 다녀? 나도 성당 다녀!” 하는 묘~한 유대감이 생겼습니다. 그 부족한 영어 표현으로도 서로의 성당 다니는 이야기가 시작되고 서로 같음과 새로움을 공유하며 하나의 신앙 안에서 다양성 안에 일치라는 성령의 은사를 소박하게 체험하게 됩니다.
기념품+미소+손하트
그 소소하고 귀여운 신앙 나눔이 1년 뒤 우리 한국에서 이루어집니다. 아마 수많은 외국 청년이 하나의 신앙을 발판 삼아 한국 가톨릭 신앙생활에 관심을 갖고 신자분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 신앙을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어렵지 않습니다. 일단 기념품 굿즈를 넉넉히, 충분히, 후하게 준비하십시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사람은 선물을 받으면 마음이 열립니다. 그리고 해맑게 웃으며 K-드라마가 만든 전 세계 공식 인사 ‘손가락 하트’ 하나 찐하게 날려주시면 그다음부터는 일치의 성령께서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화이팅!
독자분들의 아이디어를 기다립니다!
로마를 다녀온 친구가 저에게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신부님, 저는 멕시코 친구들이 참 부러웠어요. 멕시코는 그 둥그런 모자만 쓰면 딱 멕시코구나! 알아볼 수 있었어요. 어디를 가도 멕시코 사람이라는 상징물이 있는 거죠. 그래서 우리 한국도 다른 친구들을 만날 때 ‘오! 한국청년들이다!’ 하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그러게요. 우리도 1년 뒤 이것만 보거나, 입거나, 들거나, 쓰거나, 붙이거나 하면 전 세계 청년 누구나 한국이구나! 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독자분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공유해 주세요.
※이메일 2027wyd1234@gmail.com
글 _ 김윤욱 루카 신부(2027 서울 WYD 조직위원회 영성구현본부 행사총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