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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주교회의뉴스 “교회 담 넘어 세상으로 향하는 가톨릭 저널리즘 꿈꾼다”

[아시아 가톨릭 미디어를 가다] (2) CBC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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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PNEWS 사무실이 있는 필리핀 주교회의 건물.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인트라무로스(Intramuros, 성 안쪽이라는 뜻)’는 16세기 필리핀의 정치·행정·종교의 중심지였다. 스페인은 1570년대 마닐라를 식민 수도로 삼은 뒤 성벽을 세우고 그 안에 학교와 관청, 성당을 지었다.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성당인 성 아우구스티노 성당, 마닐라대교구 주교좌 마닐라대성당도 이때 세워졌다. 지금은 마닐라대교구청과 주교관, 필리핀 주교회의 등 주요 교회 기관이 자리하고 있다. 필리핀 가톨릭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곳에서 필리핀 주교회의뉴스(Catholic Bishops Conference of Philippines NEWS, 이하 CBCPNEWS)는 교회와 세상을 연결하는 ‘진리의 증거자, 평화의 촉진자’의 길을 가고 있다.


CBCPNEWS “진실 보도엔 교회 과오도 예외 없다”

8000만 신자 위한 가톨릭 뉴스 플랫폼
사제 성매매 사건 이례적으로 빨리 보도
복음화 전체 희생 막기 위해 공개적 대응 

주교회의 기관지에서 사회 쟁점 보도까지
2007년 온라인 뉴스 사이트로 출발
격주간지 발행과 뉴스 플랫폼 운영 병행


 
“미성년자 성매매 사제 사건 은폐 없다”

2017년 7월 28일 저녁 필리핀 마리키나시 한 모텔에서 안티폴로교구 아르넬 라가레호스 몬시뇰이 체포됐다. 미성년자 성 매수자를 검거하기 위해 경찰이 파놓은 함정수사 현장에서였다. 당시 그는 교구 카인타 가톨릭대 학장이자 본당 주임인 중견 사제였다. 라가레호스 몬시뇰 체포 소식은 이튿날 오전부터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필리핀 전역에 퍼졌다. 안티폴로교구장은 즉시 라가레호스 몬시뇰의 모든 직책을 박탈하고 직무에서 배제한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미성년자 성매매를 묵인하거나 가해자를 법적 절차에서 보호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대처했다.

CBCPNEWS는 일반 언론과 거의 동시에 소식을 전했다. 기사 제목은 “Church assures no cover-up of priest in trafficking case”(필리핀 교회,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 사제 사건 은폐 없다”)였다. 충격적인 사건 자체보다는 교회 조치와 책임에 초점을 맞춘 보도였다. 교구는 물론 교회 매체로선 이례적으로 빠르고 공개적인 대응이었다. CBCPNEWS 편집장 페드로 퀴토리오 몬시뇰은 “한 사제를 구하려다 복음화 전체를 희생시킬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아픈 진실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과거 필리핀 교회와 매체는 이러한 스캔들을 숨겨왔습니다. 명예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치부를 숨겼고, 때론 홍보 전문가를 고용해 위기를 관리하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거짓 위에 세워진 복음은 모래 위의 집과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페드로 퀴토리오 몬시뇰)

이러한 변화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필리핀 교회는 성직자 관련 성추문 문제를 피하거나 덮으려 했다. 지금처럼 온라인 뉴스와 소셜 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았기에 적당히 묻고 넘어가면 ‘추문’은 ‘소문’으로만 그치기도 했다. 교회 문제는 교회 안에서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 교회를 보호하는 길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세속 언론은 주교와 사제들의 어두운 과거를 파고들었고, 탐사보도 매체 뉴스브레이크(Newsbreak)는 2002년 한 주교의 성추문 사건을 대대적으로 터뜨렸다. CBCPNEWS 편집장 페드로 퀴토리오 몬시뇰은 “우리는 언론과 협상하려 했다”면서 “보도 자체를 막기 어렵다면, 사진과 표현을 조율하려 했다”고 털어놨다. 진실을 숨기는 일은 결국 교회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었다. 라가레호스 몬시뇰 사건 보도는 CBCPNEWS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정표가 됐다.

 
CBCPNEWS의 격주간지 ‘모니터’ 3월 16일자 신문. CBCPNEWS 홈페이지


플랫폼 확충·새로운 운영 방식 시도로 변화

CBCPNEWS는 2007년 주교회의 미디어부 산하 온라인 뉴스 사이트로 출발했다. 이전에는 격주간지 ‘MONITOR’(모니터)가 주교회의 공식 소식을 전하는 매체였다. 주교회의 미디어부는 인쇄 매체만이 지닌 영향력과, 이를 선호하는 독자들을 위해 모니터지 발행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뉴스 플랫폼인 CBCPNEWS를 만들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보도 환경이 바뀌면서 CBCPNEWS의 역할도 확장됐다. 주교단 성명이나 정기총회 결과를 알리고 교회 행사를 홍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었다. 아시아 최대 가톨릭 국가이기도 한 필리핀 내에서 8000만 명에 이르는 신자들은 교회 안팎의 사건에 교회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알고 싶어 했다. CBCPNEWS는 이러한 요구에 응답하며 가톨릭 뉴스 플랫폼으로 방향을 확장해 나갔다.

현재 CBCPNEWS는 주교회의 공식 입장과 보편 교회 소식을 전하는 동시에 아시아 교회 소식, 각 교구와 본당의 사목 현장, 수도회와 평신도 단체 활동, 빈곤·환경·인권 등 사회 교리와 관련된 주제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특히 선거, 사형제, 부정부패, 재난 대응, 생명 윤리 등 필리핀 사회 주요 쟁점을 가톨릭 사회 교리 관점에서 바라보는 보도에도 집중해왔다.

운영 방식엔 여러 시도가 있었다. 한때 평신도를 대상으로 통신원을 모집해 80여 곳에 이르는 교구 소식을 다양하게 전하려 했다. 이를 위해 통신원 지원자에게 저널리즘의 기초와 기사 작성 및 사진 촬영방법을 가르쳤다. 그러나 통신원들의 참여는 예상보다 저조했고, 기사 내용도 한정적이었다. 퀴토리오 몬시뇰은 “열정만으로는 뉴스를 만들 수 없었다”면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논리적으로 글을 풀어가는 것은 ‘전문가’의 역량이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CBCPNEWS는 프리랜서 언론인과 사제, 각 분야 전문가로 필진을 구성해 콘텐츠를 강화했다. 또 각 교구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연결하고 해외 가톨릭 매체와 협력하는 방식을 택했다.

 
2015년 1월 필리핀 사목 방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현지 아이들과 함께 앉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필리핀 사목 방문 화보집 「자비와 연민」


성장의 발판 된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

2015년 1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필리핀 사목 방문은 CBCPNEWS 역할을 한 단계 확장하는 기회였다. 전 세계 언론이 필리핀 마닐라로 몰려든 가운데 CBCPNEWS는 수천 명에 달하는 언론인의 취재 지원과 미디어 관련 업무를 총괄했다. CBCPNEWS는 교황 행보에 담긴 교회적 의미를 누구보다 자세하고 정확하게 전달했다. 교황 전속 기자단에 합류했던 CBCPNEWS 로이 라가르데 기자는 “교황 사목 방문은 CBCPNEWS가 단순한 뉴스 사이트를 넘어 전 세계 언론에 필리핀 교회 목소리를 공급하는 ‘중앙 허브’로 거듭난 시험대였다”고 말했다. 세계적 행사를 치르며 쌓인 경험은 이후 대형 행사와 주요 이슈를 대응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됐다.

CBCPNEWS는 주교회의 미디어부 기관 언론으로서 주창 저널리즘(Advocacy Journalism)의 한계를 안고 시작했다. CBCPNEWS가 걸어온 길은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교회가 세상 속에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무엇보다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고민하며 신뢰를 향해 나아간 과정이었다. CBCPNEWS 홈페이지 : cbcpnews.net


[인터뷰 1] 가톨릭 언론은 종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매체 연계 플랫폼 통해 ‘공동선’으로 이끈다
- CBCPNEWS 편집장 페드로 퀴토리오 몬시뇰
CBCPNEWS 편집장 페드로 퀴토리오 몬시뇰.


통합 커뮤니케이션 ‘아레오파고스’ 구축
뉴스·앱·독립 언론 등 매체 하나로 연결
교회 입장 전하되 진실 기반한 소식 전달



“가톨릭 언론은 교회의 홍보수단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진실에 봉사하고 사람을 살리며 세상과 만나야 합니다.”

페드로 퀴토리오 몬시뇰은 인터뷰 내내 ‘진실’을 강조했다. 교회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불편한 진실을 외면할 때 교회의 신뢰는 물론 교회가 설 자리까지 잃을 수 있다는 성찰에서였다. 그는 이러한 고민 속에서 가톨릭 저널리즘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플랫폼 ‘아레오파고스 커뮤니케이션(Areopagus Communications)’을 구축했다.

‘아레오파고스’는 사도 바오로가 아테네에서 복음을 전했던 광장 이름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현대 미디어를 ‘새로운 아레오파고스’로 표현했듯, 퀴토리오 몬시뇰은 미디어 세계를 복음 가치가 구현되는 장으로 이해했다. 그가 설립에 참여한 비영리 미디어 플랫폼 아레오파고스는 콘텐츠 생산을 넘어 기술과 영성, 데이터가 결합된 통합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한다.

 


아레오파고스에는 다양한 매체가 연결돼 있다. CBCPNEWS는 물론 가톨릭 영성과 교리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페이스워치(FaithWatch)’, 사순·성주간 온라인 신앙 콘텐츠 플랫폼 ‘비지타 이글레시아(visitaiglesia.net)’, 독립 언론 ‘프레스원(PressOne)’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프레스원은 그가 추구하는 ‘가톨릭 저널리즘’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프레스원은 정치·사회·경제 등 공공 이슈를 다루는 온라인 기반의 독립 언론으로 국제 팩트체크 네트워크(IFCN) 인증을 받기도 했다. 보도에 있어 성역을 두지 않으며, 기자들은 인간 존엄과 공동선에 바탕을 두고 취재한다. 신자들조차 프레스원이 가톨릭교회에 뿌리를 둔 매체인지 모를 만큼 세상 속 언론으로 자리 잡았다.

 
프레스원 사무실에서 기자들이 프레스원이 취재한 기사를 퀴토리오 몬시뇰(맨 왼쪽)에게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CBCPNEWS가 지닌 한계에서 비롯됐다. 퀴토리오 몬시뇰은 1997년 주교회의 미디어부 설립 때부터 함께하며 2007년 CBCPNEWS 출범을 이끌었다. 그는 “저널리즘을 공부하면서 교회 공식 매체는 특정 입장을 대변하는 주창 저널리즘(Advocacy Journalism)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을 깨닫게 됐다”고 털어놨다. 특정한 관점에서만 쓰면 전체 진실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교회의 미디어부 매체라는 위치는 교회 입장을 정확히 전달하는 힘이지만, 동시에 보도 범위를 제한하는 조건이기도 했다. 사제이자 언론인으로서 그는 교회를 거스를 수도, 그렇다고 진실을 외면할 수도 없었다. 고민 끝에 그가 내린 가톨릭 저널리즘의 가치는 하나였다.

 
아레오파고스 지원을 받아 만드는 무가지. 선거철이나 특정 이슈가 있을 때만 제작해 지하철역과 공원 등에 배포하고 있다. 인간 존엄과 공동선, 정의와 평화의 목소리를 반영하며 시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여론을 형성한다.


“진실, 온전한 진실, 오직 진실입니다. 진실을 바탕으로 사람에게 영감을 주며, 인간 정신을 선으로 이끄는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가톨릭 저널리즘이 될 수 있습니다.”

CBCPNEWS와 프레스원은 보도 영역은 다르지만 ‘교회는 미디어를 통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같은 답을 내놓고 있다. CBCPNEWS에서 프레스원으로 이어지는 그의 사목은 “진실이 없으면 희망은 헛되다”는 믿음의 구체적 실천이었다.


[인터뷰 2] “평범한 사람들 목소리 전하는 것이 기자의 소명”
- CBCPNEWS 기자 로이 라가르데
CBCPNEWS 로이 라가르데(왼쪽) 기자와 페드로 퀴토리오 몬시뇰.


내년 WYD 때 새로운 이야기들 발견하고 
전 세계에 아시아 교회 알릴 수 있길 기대



로이 라가르데 기자는 2005년부터 주교회의 미디어부에 몸담으며 취재기자이자 사진기자, 대외협력 담당자로 1인 다역을 맡아 온 베테랑 언론인이다. 20년 넘게 현장을 누벼온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필리핀 사목 방문이다.

당시 교황은 1월 12~15일 스리랑카를 방문한 뒤 15~19일 필리핀을 찾았다. 라가르데 기자는 필리핀에서 교황을 맞이한 것이 아니었다. 교황 전속 기자단에 합류해 교황 전세기를 타고 이탈리아에서부터 교황과 함께 움직였다. 사목 방문의 시작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CBCPNEWS 기자가 직접 기록하고 전해야 한다는 퀴토리오 몬시뇰의 결단과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라가르데 기자는 “첫 해외 취재였고, 세계 각국의 언론인과 함께하는 자리였기에 부담이 컸다”면서 “2주간 쉴 틈 없이 이어진 일정 속에 바삐 움직여야 했지만, 역사의 한 장면을 기록하는 일은 특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을 보기 위해 빗속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는 신자들을 보면서, 가톨릭 저널리즘은 단순 사건 보도가 아닌 신앙과 희망을 전하는 일임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대형 행사를 취재할수록 ‘사람’에 주목하게 됐다고 했다. “큰 행사 뒤에는 언제나 평범한 신자들이 있습니다. 순례자, 선교사, 청년들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가 교회의 살아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라가르데 기자의 취재 현장은 필리핀 교회에서 세계 교회로 확장됐다. 2013년 필리핀을 강타했던 태풍 ‘하이옌’ 피해 현장을 비롯해 세계주교시노드, 2016 크라쿠프·2023 리스본 세계청년대회 등을 취재했다. 2025년 콘클라베와 레오 14세 교황 선출 당시에도 그는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소식을 전했다.

이같은 경험은 그에게 아시아 교회 목소리를 전하는 책임을 분명하게 했다. 라가르데 기자는 “CBCPNEWS 기자로서, 아시아 교회 일원으로서 우리 이야기를 세계에 전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며 “보편 교회 담론 안에서 아시아 시선이 더 많이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저는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현장에 있었습니다. 내년 세계청년대회가 서울에서 열리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를 지닙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보도를 통해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지 않는 곳에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아시아 교회의 다양한 모습을 세계에 더 많이 알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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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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