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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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의 쿠바에서 “기도하고 일할 뿐”

쿠바 아바나대교구 산호세 주님공현수도원 원장 장경욱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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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산호세 주님공현수도원을 방문한 성 베네딕도회 상트 오틸리엔 연합회 하비에르 아파리시오 수아레스 총재 아빠스와 공동체 수사들(오른쪽에서 세 번째 장경욱 신부)

트럼프 정부 제재 강화로 기름 수입 막혀 전력 공급·교통 마비

버려진 땅 직접 개간… 연료 부족으로 농기계 가동 쉽지 않아

수도원 건축 공사 절반 진행… “서로를 위한 진심 어린 기도를”








“작년까지만 해도 전기가 6시간은 들어왔고, 12시간 끊겼다가 다시 들어오곤 했죠. 지금은 그런 일정한 패턴조차 없습니다.”

쿠바 아바나대교구 산호세 주님공현수도원 원장 장경욱(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신부는 3년 만에 정식 휴가를 받고 귀국했지만, 악화하는 현지 상황 탓에 한 달 남짓 짧은 일정을 급히 마무리 짓고 12일 다시 쿠바행 비행기에 올랐다.

쿠바는 전력 생산의 대부분을 수입 연료에 의존한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 봉쇄로 기름 수입이 막혀 전 국민의 삶이 어둠으로 뒤바뀐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제재를 강화한 뒤 기름 공급이 사실상 끊겼습니다. 쿠바에 기름을 보내는 나라들에 관세 보복까지 하고 있으니 사정이 더 나빠졌죠.”

연료 부족은 전력 위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대중교통이 사실상 모두 멈췄고, 인근 주민들이 버스를 타고 수도원 미사에 오던 모습마저도 옛일이 됐다. 이동은 태양광으로 충전하는 전기 세발 오토바이로 겨우 하고, 차는 정말 긴급한 상황에만 사용한다. 장 신부는 “현지인들의 어려움을 보고 있자니 참 안쓰럽다”고 했다.

수도원이 보유한 차량도 비상시에만 운행하고 있다. 수도원 농장에서 쓰는 트랙터도 연료가 없어 세워두는 날이 많다. 수도원이 쿠바에 현존하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지금은 하느님 섭리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호세 주님공현수도원은 1958년 쿠바에 사회주의 혁명 정부가 들어선 이후 공식 진출한 하나뿐인 가톨릭 수도원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98년 쿠바를 사목 방문해 피델 카스트로 국가 평의회 의장에게 직접 요청한 후로도 10년이 지난 2008년에야 설립됐다.

수도원은 수도 아바나에서 동남쪽으로 약 35㎞ 떨어진 곳에 자리한다. 쿠바 정부가 농장 운영을 조건으로 넓은 땅을 제공했고, 수도자들은 버려진 땅을 직접 개간했다. 현재는 절반가량 경작이 가능해졌다. 여기서 생산한 농작물은 아바나의 수도회와 본당 급식소, 양로원에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기름도, 자재도, 전기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다. 장 신부는 “올해 초부터 상황이 눈에 띄게 악화됐다”면서도 수도원 현존 자체에 의미를 뒀다.

“많은 분이 선교 사제라 하면 거창한 활동을 기대하시죠. 저희는 그저 기도하고 일할 뿐입니다. 자리를 지키고, 땅을 일구는 일, 베네딕토회의 현존이라고 할까요.”

현재 공동체에는 장 신부를 비롯해 필리핀 출신 신부 2명과 올해 2월 한국에서 파견된 인영균 신부, 쿠바 현지 출신 수사까지 5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수도원의 핵심 과제는 ‘수도원 건축’과 ‘농장 개발’이다. 장 신부는 2017년 파견돼 수도원 건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건축 허가를 받는 데만 6년 가까이 걸렸다. 처음엔 1년 정도면 완공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난이 겹치며 공사는 끝을 알 수 없이 길어졌다. 건물은 현재 절반 정도 지어졌다.

장 신부는 “스페인에서 오는 설계팀과 회의를 열어 올해 이내, 늦어도 내년 초중순까지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완공되면 ‘손님의 집’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농장 운영도 쉽지 않다. 최근 관개 시스템을 새로 설치했지만 연료 부족으로 농기계를 충분히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3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은 장 신부는 “쿠바에서 오래 지내다 고국에 와보니 이보다 풍족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며 “그럼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곤 여러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저도 선교를 나가지 않았으면 일상의 풍족함을 느끼지 못했을 겁니다. 반대로 저희 어려움을 보고 많은 분이 도와주시겠다고 하지만, 현재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많진 않습니다. 제약이 워낙 크니까요. 서로를 위한 진심 어린 기도, 그걸로 충분합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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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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