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0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애도할 틈 없이 심폐소생술… ‘남겨진 사람들’도 돌봄 필요”

생명의 신비상 수상자 인문사회과학분야 장려상 김수정 교수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신생아 중환자실 근무하다 환아 사망 후 돌봄 윤리 연구

‘돌봄’을 환자·의료인·가족 사이 책임·연대 의미로 확장






“신생아 중환자실에서는 아기들의 빛나는 탄생과 함께 예기치 않게 세상을 떠나게 되는 순간에도 곁을 지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료진은 환아와 가장 오래 함께하는 사람이 되죠. ‘내 아이’ 같은 작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매 순간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나 세상 빛을 본 지 불과 얼마 되지 않아 돌보던 아이의 사망을 끝내 마주하는 순간, 의료진에게도 보이지 않는 큰 상처가 남는다. 제20회 생명의 신비상 인문사회과학분야 장려상을 받은 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 김수정(비비안나) 교수의 연구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돌봄’을 단순한 의료 서비스가 아닌 환자와 의료인, 가족 사이의 책임과 연대의 의미로 확장해왔다. 교육과 강연·학술 활동을 통해 인간의 고통과 취약성을 중심에 두는 ‘돌봄 윤리’를 강조했다. 생명 존엄성이라는 추상적인 생명윤리를 삶의 자리에서 구현한 ‘실천윤리’로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 같은 활동의 배경에는 간호사로서의 경험이 있었다.

 
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 김수정 교수가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근무했던 당시 모습. 본인 제공


그가 근무했던 신생아 중환자실은 헬기를 타고 환아를 이송할 정도로 국내에서 가장 중증도가 높은 곳이었다. “어느 순간 환아가 사망하면, 행정상 퇴원 처리가 되기 때문에 곧바로 새로운 환아들이 밀려들어 와요. 죽은 아이를 한쪽에 밀어놓고, 또 다른 아이를 살려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 아이의 부모는 아직 병원에 도착하지도 못했어요. 애도도 하지 못한 채 정신없이 심폐소생술을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죠. ‘이게 맞나?’”

이는 그가 ‘남겨진 사람들’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부모가 도착하면 어떤 말을 해야 하나’, ‘의료진의 마음은 어떻게 추슬러야 할까’와 같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채웠다. 김 교수는 “학교나 병원에서는 환자를 살리는 방법만 배웠지, 사망한 환아를 어떻게 떠나보내야 하는지, 부모에게는 어떤 말을 건네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었다”고 했다. 결국 “의료진에게도 이러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시애틀아동병원에서의 기억은 ‘치료’와 ‘돌봄’의 차이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줬다. 김 교수는 “환아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늘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았다”며 “시애틀아동병원에서 ‘잠은 잘 주무셨어요?’ ‘식사는 하셨어요?’ 같은 짧은 질문도 의료진의 관심을 전하는 중요한 돌봄임을 배웠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 관심에서 출발한 의사소통은 실질적인 간호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었다.

다만 의료 현장의 모든 이를 돌보기에 국내 환경은 너무도 열악했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는 일반 병동에서도 간호사 한 명이 돌봐야 하는 환자가 10~20명 수준”이라며 “환자들의 중증도는 점점 높아지는데, 인력은 부족하다 보니 의료진은 번아웃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환자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싶어도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의료 현장에서 ‘효율’을 더욱 우선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인공지능(AI) 시대일수록 ‘사람의 온기’가 담긴 돌봄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단순 반복 업무에서는 AI가 의료진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생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돌봄만큼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할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 돌봄 끝엔 무엇이 있는지도 물었다. “아이를 사랑하는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의 진심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동반하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 의료진을 돌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너무 슬프거나 힘들어하지 않도록 돕는 거예요. 눈감는 그 날까지 행복하게 살다 갔으면 좋겠습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6-05-20

관련뉴스

말씀사탕2026. 5. 20

지혜 8장 16절
집에 들어가면 지혜와 함께 편히 쉬리니 그와 함께 지내는 데에 마음 쓰라릴 일이 없고 그와 같이 사는 데에 괴로울 일이 없으며 기쁨과 즐거움만 있기 때문이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