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주일은 청소년들이 복음의 가치를 삶 안에서 실천하는 주체로 성장하고, 우정과 정의, 평화를 향한 열망을 키워 가도록 북돋는 기념 주일이다. 이러한 취지에 맞춰 스스로 사회 문제를 인식하고 실천에 나서는 청소년들이 있다. 인천교구 재단법인 가톨릭아동청소년재단(이하 재단) 청소년 봉사단 ‘이즈밍(YISMing)’이다. 이즈밍은 청소년들이 보호와 돌봄의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며 평가하는 자기주도형 활동을 펼치고 있다. 청소년 주일을 맞아 그 의미를 현장에서 실현해 가는 이즈밍을 소개한다.
봉사 기획부터 실행까지… “그 어려운 걸 자꾸 해냅니다, 저희가”
이즈밍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단 내 위축됐던 청소년 사업을 다시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출범했다. 단순 참여형 프로그램을 넘어 청소년들이 직접 활동을 만들고 운영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2023년 청소년 참여기구 형태로 시작된 이즈밍은 2024년 3월 청소년 봉사단으로 정식 발대식을 올리고 현재 3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톨릭아동청소년재단의 ‘청소년주의(YISM)’와 영어 현재진행형 접미사 ‘-ing’의 합성어로 ‘맑은 청소년주의를 실천하다’라는 뜻을 담은 그 이름대로다. 운영 방식도 일반 봉사활동과 다르다. 활동 주제와 프로그램명, 준비물, 안전 수칙 등 큰 틀을 청소년 단원들이 직접 정한다.
인간애와 같은 전인격적 가치는 이웃을 향한 자발적이고도 구체적인 시도와 책임 있는 행동 안에서 드러난다. 이에 재단은 봉사단 지도자들이 미리 준비한 프로그램 안에서 활동이 진행되던 초창기와 달리 1기 하반기부터 이즈밍 운영 방식을 바꿨다. 단원들이 직접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활동을 기획하고 경로당 선배시민(노년층)을 만나는 자기 주도형 활동으로 전환했다.
지도자들은 최소한으로 개입한다. 기획이 현실적으로 무리하거나 안전 문제가 우려되는 경우, 또는 선배시민과 청소년 간 활동 속도 차이를 조율해야 할 때만 방향을 조정한다. “어르신들께는 좀 더 천천히, 그리고 크게 설명해 드려야 해”와 같은 세부 가이드라인만 귀띔해 주는 방식이다.
세대와 세대를 잇다
이즈밍은 팀별로 사회 문제와 지역사회의 필요를 고민하고 활동 주제와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운영하며 월 1회 정기 활동을 펼친다. 세대 연대, 환경 보호, 동물 보호, 지역사회 나눔, 디지털 문화 교류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세대 연대 활동은 단원들의 주력 활동으로, 1세대 선배시민과 3세대 청소년이 만나 세대차를 뛰어넘은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단원들과 선배시민은 함께 모둠을 꾸려 경험과 생각을 나누고 보드게임, 편지 쓰기, 만들기 등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이어간다. 노인을 수동적 돌봄 대상이 아니라 후배 시민을 돌보며 사회를 함께 가꾸는 주체적 시민으로 바라보는 ‘선배시민교육’도 함께 듣는다.
디지털 문화 교류 활동에서는 청소년 단원들이 선배시민들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안내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 활용 프로그램도 직접 기획했다. 선배시민 사진을 애니메이션 이미지로 변환해 인화·선물하고, AI에게 질문을 던지고 이미지를 생성하는 방식까지 안내했다. 디지털 기술이 낯선 선배시민들이 최신 문화를 직접 체험하도록 한 활동이다.
선배시민은 삶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고, 청소년들은 밝은 에너지와 새로운 문화를 전하는 이러한 교류 속에서 단원들은 배려와 책임감도 자연스럽게 익혀가고 있다. 2기부터 활동 중인 손아영(미카엘라·작전동본당) 양은 “선배시민들이 오히려 더 많이 챙겨주셨다”며 “항상 웃으며 반겨주시고 활동 중간중간 고맙다고 인사해 주셔서 매번 즐겁고 보람차게 활동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직접 봉사해 보니 세상 문제는 어른이나 특정 누군가가 대신 바꿔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작은 실천이 모여야 해결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미완성’이 아니라 ‘주체’인 우리들
이즈밍 단원 연령대는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다양하다. 학년, 관심사, 경험이 모두 다른 만큼, 회의에서 프로그램 방향과 역할 분담, 활동 방식 등을 정할 때 여러 아이디어와 의견이 엇갈리기도 한다.
어른의 지시에 따라가기보다 스스로 ‘주도’해야 하는 봉사이기에 단원 간 의견 조율이 불가피하지만, 그 과정 또한 단원들에게는 평화를 체득하는 교육이 된다. 지도자들은 결론을 제시하지 않고, 대신 고학년 모둠장들이 단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발표·토론하면서 스스로 합의점을 찾아가도록 유도한다.
이는 단원들에게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법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는 태도도 자연스럽게 익힐 기회를 준다. 활동을 거듭할수록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청소년들이 선배시민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모둠 안에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모습이 늘기도 했다.
이는 청소년들이 우정·정의·평화에 대한 이해와 감각을 확장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1기부터 활동해 온 홍승민(하상 바오로·운양동본당) 군은 “지금 제가 하는 봉사는 아주 작은 첫걸음이지만, 세상에는 여전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꼈다”며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처럼 힘든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삶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정은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그 안에서 서로 배우는 관계이고, 정의는 모두가 보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평화는 우정과 정의가 함께 공존할 때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교회와 사회에서 청소년은 여전히 보호와 교육, 지도의 대상으로만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2023년 세이브더칠드런 조사에서도 아동·청소년 참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배경으로 ‘아동·청소년이 미숙하다는 성인의 편견’이 지목됐다. 이즈밍은 이러한 통념을 넘어 청소년이 스스로 기획하고 실천하는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재단 청소년동행본부장 유종선(시몬) 신부는 “청소년들은 아직 미완성의 존재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미 하느님께서 주신 선함과 가능성을 가지고 세상 안에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소중한 주체”라고 말했다. 이어 “어른들의 역할은 청소년을 대신해 모든 것을 결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스스로 걸어갈 수 있도록 믿어주고 기다려주며 필요할 때 곁에서 함께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즈밍은 올해부터 인천 시니어타운 ‘마리스텔라’와 인연을 맺고 더 다양한 선배시민과 세대 교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