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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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촉천민 출신 7명, 달리트 공동체 일구다

생명의 신비상 수상자 - 활동분야 장려상 인도 HR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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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교육·식수 지원·재난 구호·유기농업·생명 존엄 실천

협동조합 활동 이후 소외계층 여성 173명 지방의회 진출


 


‘접촉할 수 없을 정도로 천한 사람’. 과거 인도의 카스트 신분제에서 ‘달리트’(Dalit)는 불가촉천민으로 불렸다. 한국에도 조선 시대 도살업 등에 종사하며 차별받았던 백정 계층이 존재했지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인도의 달리트는 다르다. 헌법으로 카스트 차별이 금지된 오늘날에도 사회 곳곳에서는 여전히 관습과 사회적 인식에 따른 차별과 배제가 남아있다.

“저희 타밀나두주 달리트 사람들은 상위 카스트 지주들에게 의존한 농업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부분 빈곤선 이하의 비참한 삶을 살고 있죠.”
 
인도 HRDF의 여성 유기농 협동조합 활동 모습.


인도 HRDF(Human Resource Development Foundation)의 나테산 타얄란 이사는 “달리트들은 가난과 교육 부족, 실업과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는 평등이 선언됐지만, 일상 속 불평등은 사라지지 않은 셈이다.

제20회 생명의 신비상 활동분야 장려상을 받은 HRDF는 여성과 아동·노동자 등 가장 취약한 이들을 중심으로 인권 증진과 자립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아동 교육과 재난 구호, 식수 지원, 토지권 회복, 유기농업, 소액금융 지원 등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을 지켜온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HRDF는 달리트 활동가 7명이 또 다른 달리트들을 돕고자 1993년 설립된 단체다. 타얄란 이사 역시 그중 한 명이다. 학창시절 내내 겪었던 차별 경험을 바탕으로 달리트 공동체의 권리와 정의를 실현하고자 애쓰고 있다. 그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사회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인도 HRDF의 여성 유기농 협동조합 활동 모습.


특히 HRDF는 ‘여성 유기농 협동조합’을 운영하며 안전한 먹거리 제공과 경제적 자립 기반 마련에 힘쓰고 있다. 타얄란 이사는 “의식주 같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가 충족돼야 불의와 권리 침해에도 맞설 수 있다”며 “달리트 공동체가 최소한의 삶의 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첫걸음이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활동의 결실로 50개 마을에 식수시설을 설치해 7만 5000명 이상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견고한 신분 차별 구조 속에 이들의 활동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상위 계층 주민들이 달리트 거주지역에 식수시설 설치를 반대하거나, 달리트 권리 교육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고기를 먹는다’는 이유로 장소 대관을 거부당하는 일도 있었다. 심지어 “왜 달리트만 돕느냐”는 항의도 받았다. 타얄란 이사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달리트 마을에는 안전한 식수 시설조차 없었다”며 “현재는 한국의 여러 구호기관과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수자원 자립 마을’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인도 HRDF의 여성 유기농 협동조합 활동 모습.


식수 문제는 곧 여성의 삶과도 직결된다. 인도 농촌에서는 가족을 위해 물을 길어오는 역할을 대부분 여성들이 전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얄란 이사는 “남성들은 대개 물을 길어오는 일에 참여하지 않는다”며 “여성들이 요리와 목욕 등 가족생활 전반에 필요한 물을 책임지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 유기농 협동조합 활동 이후에는 173명의 소외계층 여성이 지방의회 의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이들이 가톨릭교회 단체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 달리트 인권 운동가들은 어떤 일보다 반가운 소식을 최근 듣게 됐다. 2022년 인도 교회 역사상 최초의 달리트 출신으로 추기경에 서임된 인도 하이데라바드대교구장 안토니오 풀라 추기경이 지난 2월 인도 주교단을 대표하는 주교회의 의장에까지 자리하게 된 것이다. 타얄란 이사는 “이는 매우 의미 있고 높이 평가받아야 할 일”이라며 “달리트 권리 보장을 위한 국제적 연대와 지지를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회의 노력이 달리트 공동체 발전을 위한 훌륭한 국제적 연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인도의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와 HRDF의 활동이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더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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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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