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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회칙 「고귀한 인류」 해설(상) - 회칙 반포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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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이 5월 25일 인공지능(AI) 시대의 인간 존엄을 주제로 한 첫 회칙 「고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를 반포했다. 국내 유일의 물리학자 사제로, AI 시대 교회의 역할을 성찰해 온 김도현 신부(바오로·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의 특별기고를 통해, 첫 회칙의 반포 배경과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2025년 5월 8일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은 5월 10일 추기경들에게 행한 공식 연설에서 ‘레오’라는 이름을 택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습니다.


“저는 바로 이 길을 이어가도록 부름받았음을 느끼면서 레오 14세라는 이름을 선택하였습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 주된 이유는 레오 13세 교황님께서 역사적인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를 통하여 제1차 산업혁명의 상황에서 사회 문제를 다루셨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도 교회는 인간 존엄성과 정의와 노동을 수호하는 데에 새로운 도전이 되는 또 다른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분야의 발전에 대응하기 위하여 사회교리라는 교회의 유산을 모든 이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그의 관점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회칙이 바로 「고귀한 인류」입니다. 그래서 이 회칙은 제1차 산업 혁명기의 「새로운 사태」가 그러했듯이, 제4차 산업 혁명기인 AI 시대의 여러 사회적, 윤리적, 신앙적 문제들에 대한 교도권의 공식 입장을 표명하는 대단히 중요한 사회 교리 문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AI가 발전하고 있는 이 시점에 교황은 AI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러한 회칙을, 그것도 첫 회칙으로 반포한 것일까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AI는 처음부터 ‘유물론’적인 관점에 따라서 탄생했기 때문입니다. AI는 미국 시카고대학교 심리학과의 워런 매컬러(Warren McCulloch)와 월터 피츠(Walter Pitts)가 1943년에 발표한 한 수학 논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들이 활동했던 1900년대 초, 인간 두뇌의 구조와 전기 생리학적 현상에 관해 연구하던 연구자들이 ‘두뇌와 디지털 회로의 작동 구조가 유사하다’는 사실을 밝혀내자, 매컬러와 피츠는 인간의 두뇌를 일종의 디지털 회로로 이해하면서 회로를 분석하는 수학적인 방법을 통해 우울증과 같은 인간의 여러 심리적인 문제들을 설명할 수 있다는 대담한 제안을 한 수학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비록 그들의 제안은 그 후 심리학 분야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인간의 두뇌를 일종의 디지털 회로로서 분석한 그들의 방식은 후에 ‘디지털 회로를 잘 만들면 인간의 두뇌처럼 학습이나 추론을 할 수 있는 인공두뇌를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발전하게 되면서, 이후 AI의 탄생에 중요한 이론적 토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매컬러와 피츠가 인간의 두뇌를 디지털 회로로서 해석한 그 방식이 지극히 유물론적이었다는 점입니다. 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에 따르면, 인간은 육체와 영혼이 결합된 존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두뇌 작용을 영적인 부분은 배제한 채 그저 물질적으로만 이해했던 그들의 접근 방식은 결국 AI의 탄생 시점부터 현재까지 교회의 인간관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둘째, 2022년 말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등장한 챗지피티(ChatGPT)를 비롯한 여러 생성형 AI들이 전 세계의 수많은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됨으로 인해 심각한 사회적 문제인 ‘대량 실업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Amazon)은 작년과 올해 총 3만 명의 직원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으로 유명한 메타(Meta)는 올해 5월 8000명의 직원을 해고했습니다. 국내에서도 2025년도 공인회계사 합격자 1200명 중 실제 회계법인 등에 채용된 인원은 연말 기준으로 300명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모든 일은 AI가 회사 업무에 본격적으로 도입됨으로 인해 생겨난 현상입니다. 효율성과 인건비 절감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의해 인간이 직장에서 밀려나는 대량 실업 문제는 날이 갈수록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셋째, 올해에 이르러 AI는 전쟁에 직접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1월 미군이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전 대통령을 체포한 작전에서 세계적인 AI 스타트업 기업인 앤트로픽(Anthropic)의 생성형 AI인 클로드(Claude)가 활용된 것이 알려졌습니다. 


올해 2월 말부터 시작된 미군의 이란 공습 작전에서도 클로드가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한 군사용 로봇 회사가 개발한 전쟁용 AI 휴머노이드 로봇도 정찰 임무를 위해 우크라이나의 전쟁터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래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AI 휴머노이드 로봇이 활용된 전쟁이 되었습니다.


넷째, AI 기술을 선도하는 전 세계의 여러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데이터 센터들은 엄청난 양의 전력을 사용합니다. 2025년 12월 국제 통화 기금(IMF)의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 센터의 총 전력 소비량은 2023년에 이미 세계 10위 전력 사용 국가인 프랑스 전체의 전력 소비량을 넘어선 상태인데, 2030년이 되면 그 양이 약 세 배로 폭증해서 세계 3위 전력 소비 국가인 인도의 2023년도 소비량에 맞먹게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와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 정부는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다수의 발전소를 신규 건설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와중에 올해 3월 초 미국 정부와 7개 주요 빅테크 기업 간에 “기업들이 데이터 센터 운영으로 인해 새롭게 발생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는 데 필요한 발전 자원과 전력을 직접 건설하거나, 외부에서 도입하거나, 구매”하기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영향력 있는 민간 기업들은 그들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자체적으로 발전소를 지을 수 있게 되며, 그 결과는 어쩌면 공동의 집인 지구의 환경에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해, 레오 14세 교황은 레오 13세 교황이 135년 전 제1차 산업 혁명이 만들어낸 여러 심각한 상황을 바라보던 바로 그 눈길로 우리의 현 상황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사태」의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사회 회칙인 「고귀한 인류」를 반포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새로운 회칙이 반포된 배경의 심각성을 잘 이해하게 되면 그만큼 그 회칙의 구체적인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다음 호에 계속>



글 _ 김도현 바오로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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