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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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기술혁신의 주인은 인류”… 교황은 ‘사랑의 문명’을 건설하자 했다

레오 14세 교황 첫 회칙 「고귀한 인류」 톺아보기 (김태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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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이 5월 25일 바티칸에서 회칙 「고귀한 인류」를 직접 발표하고 있다. OSV


AI 시대, ‘사랑의 문명’을 재건하는 인간의 소명

레오 14세 교황의 첫 회칙 「고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가 5월 25일 교황과 주요 참석자들이 함께하는 가운데 바티칸 새 시노드 홀에서 반포되었다. 「고귀한 인류」는 레오 13세 교황의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 135주년을 맞이한 지난 5월 15일에 서명되었고, 25일 공개 발표회와 함께 반포됐다.

공개발표회는 교황청 신앙교리부 장관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 안나 로울랜즈(영국 더럼 대학교 신학자) 교수, 크리스토퍼 올라(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의 공동 창업자), 레오카디 루숌보(캘리포니아 산타 클라라 대학교 예수회 신학대학원 정치신학 및 가톨릭 사회학) 교수, 교황청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 장관 마이클 체르니 추기경 순으로 발표가 진행되었다.

이번 회칙은 AI와 인간 존엄 관련 그리고 세계 평화문제에 대한 교회의 대응을 다룬 첫 사회 회칙이다. 그 배경에는 오늘날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혁명이 인간 삶 전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새로운 것들(res novae)”에 직면한 인류에 대한 깊은 위기의식이 놓여있다.

 


이번 회칙의 주요 내용은 소주제에 명시된 것처럼 “인공지능 시대 인간존재 보호함(On Safeguarding the Human Person in the Time of Artificial Intelligence)”이다. 교황은 첫 회칙 공개발표회 마무리 발언에서 AI가 현대 사회에 미치는 위험요소에 대한 자신의 무거운 책임감을 표명하면서 다음 두 가지를 강조하였다.

하나는 ‘AI를 무장해제(disarm)하는 것’이다.(회칙 110항 참조) 무장해제라는 강력한 언어를 교황이 선택한 이유는 AI 시대에 인류를 보호해야 하는 필요성이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다. 교황은 AI 시대에 기술을 가진 권력자가 자동으로 통치권을 갖는 것을 거부한다는 의미에서 무장해제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리고 AI는 누구든 환영할 수 있고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AI의 무장해제라는 말을 사용한다. 따라서 교황의 AI 무장해제는 기술을 독점적 통제에서 해방하고, 토론 가능하고 접근 가능한 인간 친화적으로 만들자는 의미다. 예로, 평화와 인류를 위한 핵 군축과 공동이익을 위한 핵에너지의 공동사용이다.

교황이 강조한 다른 하나는 AI가 ‘인류의 건설현장(constructive site)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AI는 공동선을 건설하고 사랑의 문명(civilization of love)을 재건하는 ‘역사의 건설현장(constructive site)이 되어야 하는 것’이 교황의 목소리다.(회칙 90항 참조) 교황은 무너진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하는 느헤미야 이야기처럼, 모든 이가 함께 벽돌 하나하나를 쌓는 역할을 수행하는 정의로운 공존을 이루자고 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AI 시대에 소수의 특권층만이 아닌 인류 공동의 집을 위한 미래를 함께 건설하고,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찬양하는 마니피캇의 성모님을 찬양하면서 발언을 마쳤다.

 
레오 14세 교황이 5월 25일 발표한 회칙 「고귀한 인류」. OSV


회칙의 구성 및 내용

회칙의 구성은 전체적 맥락을 요약한 서론과 결론, 그리고 본문 5장을 합해 총 5장 245개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장의 전개가 매우 진솔하고 세부적이며 논리적이다. 먼저 제1장은 교회의 사회 교리가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를 개괄적으로 제시하고(17~24항), 레오 13세 교황부터 현재에 이르는 사회 교리 전통을 재조명하면서(28~45항), AI 시대 또한 교회가 외면할 수 없는 새로운 현실임을 밝힌다. 사회 교리는 고정되고 정체된 매뉴얼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발전하는 “복음에 충실한 역동적 성격(dynamic character)”이다.(45항)

제2장은 먼저 하느님의 모상(Imago Dei)인 인간 존엄성을 바탕으로 살아있는 실체와 같은 사회 교리의 기초와 원리를 설명하며(46~58항), AI 시대의 “새로운 것들(new things)”을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회 교리의 핵심 원리들을 다시 정리한다(59~81항). △공동선(common good) △재화의 보편 목적(universal destination of goods) △보조성(subsidiarity) △연대성(solidarity) △사회정의(social justice)다.

회칙의 주요 내용은 제3장과 제4장에 있다. 제3장에서 교황은 기술 관료적 패러다임(technocratic paradigm)의 지배가 점점 커지는 위험을 분석하며(92~96항), 기술혁신을 이끌어야 하는 인간의 주체성(지성, 양심, 자유 등)을 강조한다. 현재의 AI 시스템은 ‘만들어진(built)’ 것이라기보다 ‘배양된(cultivated)’ 것에 더 가까워(98항)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다. 한마디로 AI는 “가치 있는 도구이지만 경계심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AI 사용에 대한 책임성, 투명성, AI 거버넌스는 명확한 기준과 실질적 감독 아래 이루어져야 하며(108항), 앞서 언급한 AI ‘무장해제’의 필요성을 주장한다.(110항)

마지막 부분은 우리 마음에서 투쟁하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두 도시와 두 사랑(Two cities and two loves)”을 언급한다. “두 사랑이 두 도시를 세웠다. 곧 하느님을 멸시하기에 이르는 자기 사랑이 지상의 도시를 세웠고, 자기 자신을 멸시하기에 이르는 하느님 사랑이 하늘의 도시를 세웠다.”

 
레오 14세 교황이 5월 15일 회칙 「고귀한 인류」에 최종 서명하고 있다. OSV


제4장은 공동선으로서 진리·노동·자유의 보존을 강조하며, 전환의 시대에 사회 주요 분야에서 추진해야 할 인간 중심적 AI 활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AI 시대에 교육·노동·어린이·노동시장·금융·경제·가족과 청년 등 각 분야에서 야기될 수 있는 중요한 위험 요소들을 분석하고 나아가 해법을 제안한다.(139~169항) 또 의존성과 상업화로부터 인간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교황은 과거의 노예제에 대한 용서를 청한다.(176항) 마지막 부분은 디지털 경제에 의한 새로운 형태의 노예제에 대한 규탄이며, 우리 모두의 공동 책임(제도·기업·중간조직·시민)이 강조된다.

제5장은 평화와 사랑의 문명에 관한 전망으로 나아간다. 교황은 AI 군비경쟁과 자율살상무기 개발을 강하게 경고하면서 ‘힘의 문화’가 아니라 ‘사랑의 문명’을 재건해야 한다고 촉구한다.(182~211항) 교황은 회칙 서론에서 언급했던 성경적 이미지의 두 가지 상반된 길을 비교하면서, 권력과 교만에 의지하여 바벨탑을 쌓으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느헤미야 시대처럼 인내하고 함께하면서 인간성과 공동선을 지키자고 요청한다.

결국 이번 회칙은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 또 어떤 인간으로 남을 것인가? 레오 14세 교황이 언급한 바벨탑인가 아니면 느헤미야의 성벽 쌓기인가? 또한 힘의 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 아니면 사랑의 문명을 건설할 것인가?

 

김태오 신부(마리아수도회, 목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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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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