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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예수님의 몸과 피, ‘믿음의 장기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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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또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모두 이 잔을 마셔라. 이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마태 26,26-28)

미사마다 밀떡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살과 피로 변하는 기적, 바로 성체성사입니다. 성체를 모실 때마다 첫영성체를 준비했던 초등학교 3학년 시절이 떠오릅니다. 매일 미사에 참여하고, 가톨릭 기도서에 나오는 수많은 기도문을 외워 수녀님께 확인받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첫영성체 교리 가운데 ‘성체성사의 신비’를 배울 때가 특히 기억납니다. ‘빵과 포도주가 어떻게 사람의 살과 피로 바뀔 수 있을까?’ 열 살 아이에게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습니다. 결국 주입식 암기로 넘어갔던 것도 기억납니다.

그렇게 첫영성체를 받고, 견진성사를 거쳐 교회 안에서 성인이 된 이후에도 오랫동안 성체성혈이 신앙인에게 주는 의미를 깊이 헤아리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마치 공장 컨베이어 벨트 위의 부속품처럼 성체를 모시는 일을 당연한 절차로만 여겨왔습니다.

그런 저에게 성체성혈의 신비를 일깨워준 것은 뜻밖에도 평범한 일상과 취재 현장이었습니다. 거동이 불편해 미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환자와 어르신들에게 사제가 직접 성체를 모셔가 영해 드리는 봉성체를 볼 때, 성체의 힘을 확인합니다. 몸을 마음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성체를 모시며 병마를 이겨낼 위로를 얻는 모습에서 성체가 지닌 위대함을 새삼 느낍니다.

성체성사는 아니지만, 장기기증을 통해 그 의미를 되새기기도 합니다.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로 일하면서 한국장기조직기증원으로부터 일주일에 한두 번 장기기증자 사연을 이메일로 받곤 합니다. 세상을 떠나는 분이 자신에게 남은 건강한 장기를 기증함으로써 꺼져가는 생명에 숨을 불어넣는 사연을 읽을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죽음이 아닌 새로운 삶’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2000년 전 예수님께서는 하늘로 올라가셨지만, 성체성사를 통해 지금도 당신의 몸을 우리에게 나눠주시고 새 삶으로 인도하고 계십니다. 어쩌면 성체성사는 예수님의 몸과 피를 이식받는 ‘믿음의 장기이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성체로부터 위안을 얻은 경험이 있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제게는 수많은 언론사 시험을 치른 이른바 ‘언론고시 N수생’ 시절이 있었습니다. 기대했던 언론사에 거듭 낙방하고, 지친 마음에 모든 것을 포기하기로 한 날 명동대성당을 찾았습니다. 때마침 미사가 열려 참여했는데, 성체를 모시는 순간 가슴 한 켠이 뜨거워지며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그 순간, 위로와 함께 다시 일어설 힘이 생겼습니다. 저는 그것을 작은 기적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그날 미사를 참례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린이 복사 시절, 영성체 시간에 신부님께서 세례를 받지 않은 이들이 성체를 모시지 않도록 유독 신경 쓰시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성체가 지닌 깊은 뜻을 모르고 모신다면, 그것은 예수님의 몸이 아닌 밀떡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체에 담긴 주님 사랑과 나눔을 온전히 이해할 때, 비로소 진정한 성체성사의 신비를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사 중 성체를 모시기 전, 낮은 목소리로 고백합니다.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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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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