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한반도 평화공존 문제를 논의한다. 통일부 장관이 몽골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일부는 정 장관이 4일 '제11차 울란바타르 동북아 안보 대화'에서 특별연설을 하기 위해 몽골을 방문한다고 3일 밝혔다. 정 장관은 개회식 특별연설에서 '한반도 평화공존과 동북아 공동번영의 길'을 주제로 이재명 정부의 평화공존 정책을 소개할 예정이다.
울란바타르 대화는 몽골 정부 주도로 2014년부터 개최돼 온 동북아 지역 다자 안보 대화체다. 역내 정부 관계자와 학계·국제기구 관계자 등이 참여해 동북아 평화와 안보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국제회의다. 정 장관은 방몽 기간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을 예방하고, 바트뭉흐 바트체첵 몽골 외교부 장관, 조코브 알다르자브홀랑 문화체육관광청년부 장관과 면담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 장관은 이번 몽골 방문에서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에 대한 지지와 공감을 얻어내고 한몽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몽골 정부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몽골 측이 올해 초부터 여러 차례 제안해 왔다"며 "협력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참석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방몽과 함께 북한의 울란바타르 대화 참석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과거 두 차례 이 회의에 참석한 바 있다. 2017년에는 리용필 외무성 미국연구소 부소장이 2018년에는 김용국 외무성 군축평화연구소 소장이 참석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재까지 북한 측의 참석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2018년 북미회담 후보지…'동북아의 제네바' 꿈꾸는 몽골
정 장관의 이번 몽골 방문을 두고 몽골이 한반도 문제의 잠재적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몽골은 남북한 모두와 외교 관계를 수립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동북아 평화 구축 과정에서 중재 역할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몽골 울란바타르는 2018년 북미 정상회담 개최 후보지로 거론된 곳이다. 몽골은 북한과 미국 모두와 수교을 맺었고, 외교 공관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이유였다. 또 지정학적으로 중립적 성격을 지닌데다 북한 평양에서 철도나 육로로 이동해 올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북한과 몽골은 1948년부터 외교 관계를 이어왔다. 당시 사회주의 국가로서 우호협력 관계를 다졌다. 김일성 주석은 1956년, 1977년 두 차례 몽골을 방문했다. 몽골에서도 당서기장이 1958년, 1986년 북한을 찾았다. 1990년 한국과 몽골의 수교 이후 북한과 몽골의 관계가 소원해졌지만 2002년 신우호협력 의정서 체결을 계기로 관계를 회복했다.
몽골과 북한의 고위급 교류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2013년에는 짜히아긴 엘베그도르쥐 몽골 대통령이 북한을 찾았다. 다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후 2018년 12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몽골을 찾았고, 가장 최근 이뤄진 북몽 간 고위급 교류는 2024년 3월 북한 외무성 부상 박명호의 방몽이다.
몽골은 비핵화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 국가다. 몽골은 1992년 9월 자국 영토를 '핵 무기 없는 지대(Nuclear-Weapon-Free Zone)'로 선언했다. 1998년에는 유엔총회 결의를 통해 비핵화 지위를 보장받았고, 2012년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 5개국으로부터 비핵화에 따른 안전까지 문서로 확인받았다. 이에 따라 몽골에서는 핵무기 실험·생산·배치·사용이 금지다. 몽골은 중국과 러시아라는 핵보유국 사이에서 안보 위협이 큼에도 비핵화를 실천하며 평화·안보 전략을 지켜온 국가로 평가 받는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CPBC에 "국내법과 국제법 모두 비핵화를 이룬 국가인 몽골은 스스로 평화협상의 중심지, 동북아의 제네바가 되길 희망한다"며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는 남북 모두와 친밀한 국가로서 대화의 장을 제공하는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교황도 높이 평가한 몽골의 비핵화
2023년 9월 2일 몽골을 사목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울란바타르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대성당 앞에서 신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채희준 작가 제공
몽골은 교황청에서도 주목하는 국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8월 몽골을 사목 방문했다. 가톨릭교회 역사상 교황이 몽골을 방문한 건 처음이었다. 가톨릭 신자 규모가 1400명에 불과한 변방을 방문한 건 바티칸과 몽골 수교 30주년을 맞아서였다.
당시 교황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교회 역할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특히 교황은 몽골의 핵 비확산 약속을 높게 평가하면서 "전쟁의 먹구름이 걷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화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는 "수많은 분쟁으로 황폐화된 오늘날 세상이 분쟁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로 회복할 수 있도록 청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방몽 기간 종교의 자유와 평화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이를 두고 교황청과 공식 수교를 맺지 않은 중국에 우회적으로 메시지를 전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아울러 국경을 맞댄 러시아의 군사적 행보를 우려하며 평화의 가치를 강조했다는 분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