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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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에 맞선 이방인, 일본 대법원까지 갔다

김복동상 수상자 재일조선인 3세 신숙옥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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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DHC와 혐오 발언 소송 4년, 대법원 승소 이끌어

“정치가 차별 조장… 외국인 혐오 이용해 사회 움직이려 해”



부모님은 늘 울고 있었다. 불합리한 일에 저항 한 번 못하고 눈물을 삼키는 부모님을 보며 소녀는 생각했다. “이래선 안 돼.” 사회 밑바닥을 전전하며 만난 수많은 약자들도 울고 있었다. 그 눈물이 그를 강하게 만들었다. 지난 4일 ‘김복동의 희망’과 ‘김복동100세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제정한 첫 번째 ‘김복동상’ 수상자로 단상에 선 재일조선인 3세 신숙옥씨 이야기다.

1959년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재일조선인 3세다. 전쟁으로 가족과 생이별한 할머니, 평생 조선인 신분을 원망한 어머니를 보며 신씨는 그 역사를 자기 손으로 끊겠다고 나섰다. 일본 학교에서는 벌레 취급을 받았고, 전학한 조선학교에서는 신발 먼지를 털었다는 이유로 달군 막대기로 손바닥을 맞았다. 한국에서는 조선학교를 나왔다고 하면 연락을 끊는 이들이 있었다. 어디서도 그는 ‘이방인’이었다.

아버지는 대학을 나왔지만 일본 기업에 취업할 수 없어 인쇄공으로 생계를 꾸렸다. 딸 신씨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신문 배달, 건물 청소, 거리 청소부를 전전했다. “술집 시중만 빼고 다 해봤다”고 담담히 말했다.

신씨는 여성과 외국인을 위한 인재 육성 회사를 직접 세웠다. 외국인과 여성에게 콧대 높기로 소문난 도쿄 긴자에 사무실을 내는 데만 10년이 걸렸다. 이시하라 도쿄 도지사의 외국인 혐오 발언에 맞서 사퇴 요구 단체를 꾸리면서 인권운동에 발을 들였다. 이후 고객 기업들이 등을 돌렸고 극우 단체의 협박이 이어졌다. 한때 독일로 피신했지만 2년 만에 돌아왔다. 더 이상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

2013년 혐오표현 대항 네트워크 ‘노리코에넷’을 창립했고, 방송사 DHC의 혐오 발언에 맞선 명예훼손 소송을 4년간 이어가 2023년 대법원 승소를 이끌었다. 재판 최후 변론에서 신씨는 자신을 “미해결된 역사적 존재”라고 불렀다. “재일조선인은 스스로 선택해 이주한 사람들이 아니라 식민지배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존재들입니다.”

그는 “차별은 정치가 만든다”고 단언했다. “일본은 여전히 위험합니다. 정치가 차별을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혐오를 이용해 사회를 움직이려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한국 시민사회에 대한 신뢰를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 운동이 세계 여성들에게 큰 힘을 줬다고 평가했다. “한국 여성들은 전시 성폭력 문제를 세계적 의제로 만들었습니다. 세계 여성들이 그 뒤를 따라갔습니다. 한국 시민운동은 오랫동안 우리의 희망이었습니다. 제가 김복동상을 받은 것도 함께한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종교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종교가 사람을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늘 저의 화두였다”며 “사람은 아무리 강해지고 싶어도 혼자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연대하는 사람이 없으면 결국 죽음으로 이어지죠. 재일 조선인 사회에서 자살률은 10만 명 중 58명입니다. 일본 사회의 2배 이상입니다. 종교가 그들을 지탱해줬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종교의 책임은 더 커져야 합니다.”

평생을 소수자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고 약자들과 함께한 신씨는 지나온 삶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일조선인으로 태어나 얻은 가장 큰 선물은 거짓말을 꿰뚫어볼 수 있는 인간의 양심을 만난 것입니다. 억압받는 사람만이 만날 수 있는 반짝이는 양심이 있습니다.”

신씨는 “제가 만난 수많은 약자의 눈물과 양심이 결국 세상을 움직인다고 믿는다”고 했다. 눈물을 힘으로 바꾼 그의 삶은 지금도 혐오와 차별에 맞서는 이들에게 연대의 언어를 건네고 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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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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