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 성 밖 성 바오로 대성전에서 열린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미사에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냉랭한 한반도 상황에도 평화 복원을 위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로마 성 밖 성 바오로 대성전에서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미사'를 봉헌하고 한반도 평화 회복 의지와 국제사회의 연대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미사 후 연설에서 "남북을 연결하던 소통의 통로는 닫혔고 불신과 긴장은 여전하다"면서도 "저는 지금도 그 희망의 불씨가 살아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미사 봉헌으로 평화와 연대, 화해의 의미가 담긴 교황청 공식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미사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이 집전했다. 유 추기경은 한반도 평화를 향한 이 대통령의 노력에 깊게 동할 뿐만 아니라 매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흡수통일 추구 안 해"…한반도 평화 의지
이재명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 성 밖 성 바오로 대성전에서 열린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미사에서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통령은 현재 한반도 정세를 진단하며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지난해 출범 이후 전단 살포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비롯한 선제적 긴장 완화 조치를 추진해 왔다"며 "흡수통일이나 일방적 체제 경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 왔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이어가겠다"며 "정전 상태를 넘어 지속 가능한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6·15 남북공동선언 26주년을 하루 앞둔 시점에 열린 행사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26년 전 6월 15일 남과 북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마주 앉아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다"며 "오랜 적대와 긴장을 넘어 대화와 협력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린 역사적 전환점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후 이산가족 상봉과 인도적 협력, 교류와 왕래가 이어지며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희망의 문이 열렸다"고 회고했다.
이 대통령은 "저는 지금도 그 희망의 불씨가 살아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남북관계가 소통 단절이 된 상황인데도 관계 개선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를 세계의 연대로 풀어나가겠다는 구상도 전했다. 그는 "갈등과 불확실성이 세계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지금, 이제 대한민국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며 "모든 이가 존엄한 삶을 누리는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이어 "국경과 이념, 인종과 문화의 차이를 넘어 뜻을 함께하는 이들과 손을 맞잡고 갈등이 있는 곳에는 화해를, 불신이 있는 곳에는 신뢰를, 분열이 있는 곳에는 연대를 더하며 평화가 인류 공동의 유산이 될 수 있도록 국제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성경 구절을 인용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이사야 2,4)'를 언급하며 "이사야서 2장 4절의 귀한 말씀이 온 나라에 실현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평화가 세계평화로 이어지고, 세계의 연대가 다시 한반도의 평화를 굳건하게 만드는 선순환을 함께 만들어 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2027 서울 WYD 언급…"정부, 최선 다해 뒷받침"
이재명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 성 밖 성 바오로 대성전에서 열린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미사에서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통령은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내년 서울에서 세계청년대회가 열린다"라며 "국경과 언어, 문화의 차이를 넘어 우정을 나누며 평화와 연대의 가치를 배우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이어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전선(戰線)과 철조망, 국경의 제약을 넘어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길 바라며, 대한민국 정부 역시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고른 대회 주제 성구를 인용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2천 년 전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두려움에 떨던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며 "이 말씀이 오늘날 우리 청년들에게도 위로와 용기, 그리고 희망으로 전해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과 지난 순방 일정에서 WYD를 바라보는 정부의 태도를 읽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전선', '철조망', '국경'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단순한 국제 행사를 넘어 화해와 평화의 상징으로서 WYD의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앞서 김혜경 여사는 12일(현지시간) 교황청립 로마 한인신학원을 찾았다. 김 여사는 2027 서울 WYD 간담회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함께 "서울에서 만나요"라고 외쳤다. 간담회에 총괄한 로마 한인신학원장 정연정 몬시뇰은 "김 여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열린 마음으로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기억했다.
유흥식 추기경 "이 대통령 위해 매일 기도"
이재명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 성 바오로 대성전에서 열린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미사에 유흥식 추기경 겸 성직자부 장관과 입장하며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은 평화의 출발점으로 '연민'을 제시하며 "어떤 이유로도 결코 평화를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 추기경은 미사 강론에서 '가엾은 마음'의 의미를 설명하며 "그리스어 원몬의 동사는 내장이 뒤틀리는 이라는 뜻을 지닌다"며 "그 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내 속의 기관이 뒤틀릴 정도로 아픔을 공감하는 상태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 보여준 모습도 다시 한 번 상기했다. 유 추기경은 "문득 한국을 각별히 사랑하셨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떠오른다"며 "2014년 한국을 방문하신 교황님께서는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만나셨다"고 말했다. 이어 "그분은 한 아이를 잃은 부모의 슬픔 앞에서, 한 사회가 감당해야 할 상처 앞에서, 교회가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 주셨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고 명확하게 말씀하셨다"며 "이 한마디는 한국 사회에 깊은 위로와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평화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유 추기경은 "한반도는 아직 분단의 상처를 끌어안고 살고 있다"며 "형제자매가 갈라져 있다. 이보다 더 큰 고통이 어디 있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떤 이유로도 결코 평화를 포기할 수 없으며, 평화를 건설하기 위하여 모두, 함께, 온 힘을 다해 노력해야 하는 현실 앞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이 대통령의 노력에 공감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유 추기경은 "대통령 직무수행에서 평화가 얼만큼 중요하고 남북이 정말 더불어 살 수 있는 그런 세계를 만들자고 호소하심에 대해서 깊게 동할 뿐만 아니라 매일 기도하고 있음을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