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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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도쿄에서 만난 세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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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도쿄로 나홀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고교 시절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운 덕에 가타카나와 히라가나 정도는 읽을 수 있고, 또 ‘한자 세대’라는 자부심으로 무작정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짧은 일본어를 더듬어 사용하고, 손짓 발짓에 표정까지 동원하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습니다. 흔히 외국에 나가면 긴장이 풀려 실수가 잦아진다는데, 그 말이 꼭 제 이야기 같았습니다.

도쿄의 야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도쿄도청 전망대를 찾아 도청까지는 무사히 도착했지만, 정작 입구를 찾지 못해 한 시간 넘게 같은 자리를 맴돌았습니다. 땀이 온몸을 적시고, 초조함에 머릿속이 하얘질 무렵, 일흔 후반쯤 돼 보이는 경비원 한 분이 제게 다가왔습니다. 그분은 온화한 목소리로 어디를 찾느냐고 물었습니다. 일본어로 ‘전망대’라는 단어조차 떠오르지 않았던 저는 영어와 이른바 ‘만국 공용어’인 몸짓을 섞어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그러자 경비원은 직접 저를 데리고 전망대 대기열까지 안내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도쿄의 아름다운 야경을 마음껏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당혹스러운 일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숙소 객실 카드키를 방 안에 둔 채 문을 잠가버려 꼼짝없이 호텔 프런트를 찾아가 도움을 청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언어의 장벽은 생각보다 높았습니다. 서양인 직원은 제 설명을 이해하지 못했고, 저는 점점 더 난처해졌습니다. 그때 한 동양인 직원이 다가와 “한국인이세요?”라고 물었습니다. 순간 얼마나 반갑던지 “동포세요?”라고 묻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한국어로 상황을 설명할 수 있었고, 직원은 친절하게 문제를 해결해주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에 “혹시 한국 분이세요?”라고 묻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일본인이라고 답했습니다.

가장 큰 실수는 귀국하는 날 벌어졌습니다. 도쿄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나리타공항으로 향하던 중 어찌 된 일인지 중간에 내려 공항과 정반대 방향의 전철을 타고 말았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목적지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습니다. 공항으로 가는 고속열차를 타야 하는데 역까지는 멀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당황스러운 마음을 추스르며 서둘러 목적지로 향했지만, 잃어버린 시간까지 되돌릴 순 없었습니다.

결국 역에 도착했을 때는 반드시 타야 할 시간대의 열차표가 모두 매진된 상태였습니다. 모든 걸 포기한 채 망연자실해 있던 순간, 한 여행객이 자신의 표를 제게 양도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무사히 공항에 도착해 귀국길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아찔한 위기의 순간마다 귀인들이 나타나 저를 도와주었습니다. 저는 그분들을 하느님께서 보내신 ‘천사’라고 생각합니다.

구약 성경을 보면 천사, 곧 하느님의 사자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창세기에서는 하느님의 천사가 아브라함을 찾아와 노년에 얻을 아들 이사악의 탄생을 예고합니다. 토빗기에서는 천사 라파엘이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토비아와 동행하며, 시력을 잃은 토빗을 치유하고 사라를 괴롭히던 악령을 물리쳐 줍니다. 세 천사도, 라파엘도, 평온한 시기가 아닌 어려움과 시련의 한가운데에서 그들 곁에 나타났습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련이 다가오고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주님께서는 우리 일상 속에 당신의 천사를 보내십니다. 길을 잃은 이에게 길을 안내하는 경비원일 수도 있고, 낯선 여행자를 돕는 호텔 직원일 수도 있으며, 곤경에 처한 이에게 선뜻 표 한 장을 내어주는 이웃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절실한 순간에 찾아온다는 사실입니다. 넘어지기 쉬운 때, 유혹에 흔들리기 쉬운 때, 주님께서는 당신 자녀를 구하고자 따스한 손길을 내미십니다.

‘신앙단상’을 쓰는 이 순간에도 주님의 천사가 제 손끝에 머물러 당신 말씀을 글 위에 내려주시길 기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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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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