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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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이는 성당, 봉헌 대상부터 물어라

「간 김에 순례」 프랑스 편 저자 차윤석 분도출판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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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윤석 편집장이 출판사 옆 서울 장충동 성 베네딕도회 서울수도원 피정의 집 앞마당에서 「간 김에 순례」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현실에 묻혀 살다 ‘어디로 가고 있나’ 묻는 순간 순례 시작”

도면까지 실은 순례 안내서, 어디를 먼저 봐야할 지 알려줘







“순례라고 하면 몇 박 며칠 짜리 성지순례 프로그램부터 떠올리잖아요. 그러다 보니 너무 어렵고 특별한 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을 만나겠다는 열린 마음만 있다면 우리는 이미 순례자로서 출발점에 서 있는 겁니다.”

본지에서 ‘간 김에 순례’를 연재 중인 분도출판사 차윤석(베네딕토) 편집장이 같은 제목의 책 「간 김에 순례」 프랑스 편을 최근 펴냈다. 독일 편에 이어 두 번째다. 서울 장충동 성 베네딕도회 서울수도원 피정의 집 옆에 위치한 분도출판사 사무실에서 차 편집장을 만나 새 책과 순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차 편집장에게 순례는 거창한 결심을 하고 떠나는 여정이기보다 삶의 방향을 하느님께로 다시 돌이키는 시간이었다.

“일상에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찾아가 잠깐이라도 들르는 것도 순례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 자체가 하느님께로 가는 순례이니까요. 현실에 묻혀 살다가 어느 순간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지?’하고 물으며 몸과 마음을 하느님께로 돌이키는 그 순간부터 순례가 시작된다 생각합니다.”

차 편집장은 중세문학 연구자이자 출판 기획자다.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10년간 공부하며 중세 문학과 문화를 연구했다. 그 과정에서 유럽의 성당과 수도원을 자주 찾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당시에는 모르고 지나쳤던 공간도 많았다. 글을 쓰며 다시 돌아보니 스쳐 지나간 성당과 수도원 안엔 수많은 신앙의 기억이 담겨 있었다.

“한국에선 대개 성당을 동네 이름을 붙여 칭하지만, 유럽의 오래된 성당은 주보 성인 이름으로 불립니다. 봉헌의 대상이 분명합니다. 누구에게 봉헌됐는지, 어떤 성인을 기억하는지, 어떤 기적이나 순례 전통을 지녔는지를 알면 공간이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오래된 성당일수록 신앙 이야기들이 성상·제단화·천장 프레스코화·성유물·제대 배치 안에 겹겹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성당을 볼 때 건축 양식이나 규모만 보지 말고 이곳이 누구를 기억하는 장소인지, 신자들이 어떤 기도를 바치던 곳인지를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간 김에 순례」 시리즈에는 성당과 수도원 도면 등 다른 순례 안내서에선 보기 힘든 자료들이 실려 있다. 순례자가 현장에 섰을 때 어디를 먼저 보고, 무엇을 중심으로 공간을 이해해야 하는지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는 “성당의 가장 중심이 무엇인지 알면 같은 공간에 들어가도 보이는 것이 달라진다”고 했다.

이번 프랑스 편은 파리와 프랑스 북서부 성당과 성지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프랑스 가톨릭교회는 ‘프랑스 혁명’을 거치면서 많은 성당이 파괴되고 수도원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성모 신심과 성인 공경·순례 전통이 깊게 뿌리내려 있다. 차 편집장은 “프랑스 교회는 격변 속에서도 이어져 온 신심의 생명력을 보여준다”면서 “원고를 정리하면서 상처 속에서도 면면히 이어져 온 신앙의 힘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책은 혼자서도 순례를 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여행이나 출장 중에 시간이 생기면 말 그대로 ‘간 김에’ 찾아갈 수 있도록 대도시 주변 성당과 성지를 중심으로 엮었다. 대중적 성지뿐만 아니라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독특한 신앙 전통이 살아 있는 현장을 소개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성지순례 및 교회사 전문가 도움을 받아 실용적 정보도 꼼꼼히 챙겼다.

분도출판사는 혼자 순례하기 어려운 독자를 위해 영성 지도 사제와 함께하는 순례 프로그램도 연계해 진행하고 있다. 차 편집장은 “같은 성지라도 어떤 영성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해설하느냐에 따라 신자들이 받는 울림과 체험이 다르다”면서 “교회 안에 다양하고 깊이 있는 순례 프로그램이 더 많아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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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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