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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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의 환대 영성으로 발달장애인의 꿈·행복 돌보는 ‘통진 프란치스코집’

[''성 프란치스코 선종 800주년 특별 희년'' 프란치스칸 공동체 탐방] (1) 통진 프란치스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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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 프란치스코집 이용인들과 의정부교구 후곡본당 빈첸시오 회원들.


발달장애인 14명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2001년부터 꼰벤뚜알 수도회가 운영 맡아
2018년 법인 시설로 전환·전문 인력 갖춰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복지 시설
구성원들, 인근 본당 미사 참여하며 교류
성인 유해 모신 시설 내 경당, 특별 개방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의 한적한 언덕길 끝. ‘통진 프란치스코집’ 대문은 24시간 열려 있다. 남성 발달장애인 14명이 살아가는 이 작은 공동체는 활짝 열린 문을 통해 지역 사회와 교회 안에서 프란치스코의 향기를 전하고 있다.

성 프란치스코 선종 800주년 특별 희년을 맞아 프란치스칸 공동체를 찾아간다. 그 첫 번째는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곳인 동시에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곳,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가 운영하는 ‘통진 프란치스코집’이다.


커피 내려드릴까요?

최근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딴 정동간(요셉)씨는 다소 어눌한 발음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환한 미소로 기자를 맞았다. 영상으로 공부하고 수없이 연습한 끝에 얻은 자격증이다. 앞으로 시설을 찾는 이들에게 직접 내린 커피를 대접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우기영(율리아노)씨는 김포시 장애인체육대회에서 다트와 국궁을 섞은 한궁 종목 개인전 우승자다. 대단하다는 말에 금세 얼굴이 밝아졌다. 당장에라도 메달을 가져와 보여줄 듯한 표정에 덩달아 입꼬리가 올라갔다.

옆에 있던 곽성용(모세)씨는 어린 조카 이야기에 여념이 없다. 사람을 유난히 좋아하는 그는 영화도 좋아하고 외식도 좋아한다. 음악만 나오면 가장 먼저 춤을 춘다. 다운증후군이 있는 그를 사람들은 ‘행복 바이러스’라 부른다.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는 곳. 이 작은 공동체의 일상이다.

 
통진 프란치스코집 정동간씨가 바리스타 자격증 시험을 치르고 있다. 김종윤 신부 제공


한센인 보살핀 프란치스코 성인 따라

‘통진 프란치스코집’은 1993년 장애인을 위해 평생 헌신한 고 우총평(프란치스코)씨가 김포시 운양동에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2000년 통진읍으로 이전했고, 이듬해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가 운영을 맡았다. 이후 2018년 법인 시설로 전환하며 전문 인력을 갖춘 장애인 거주시설로 성장했다. 과거에는 수사들이 모든 케어를 도맡아 지원에 한계가 있었으나, 법인 전환 후 전문성을 갖춘 직원들이 합류해 홍보·외부 지원 사업·개별 맞춤 서비스 등을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시설장을 포함해 12명의 직원이 14명의 이용인을 세심하게 보살피고 있다.

성 프란치스코가 회개생활 초기 한센인을 만나고 돌봤던 정신이 이곳의 기준이다. 그런 분위기 덕에 24시간 교대 근무라는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장기근속 직원들이 적지 않다.

 
통진 프란치스코집 이용인(오른쪽)이 전문가 지도 아래 두쫀쿠를 직접 만들어 보고 있다. 김종윤 신부 제공


탈시설 너머 진정한 복지 실현하는 공동체

최근 장애인 복지 현장의 화두는 ‘탈시설’이다. 그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 통진 프란치스코집은 작은 시설의 유연함으로 지역 사회 속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고 있다.

이곳 가족 중 절반 이상인 8명이 인근 직업재활시설과 일반 회사에 출퇴근하며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성지순례와 나들이는 물론, 최근에는 인근 통진본당 청년 미사에 참여하면서 신자들과의 교류를 넓혔다. 신자들은 본당을 방문하는 프란치스코집 가족들을 진심으로 환대하고, 때론 직접 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누구보다 이용인들이 좋아한다. 새로 맺는 관계에서 큰 행복을 느끼는 이들은 먼저 인사를 건네고 손을 내민다.

시설 안에서도 음악수업과 생활체육·도자기 공예·캠핑·요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유행했던 ‘두쫀쿠’를 직접 만들어 보기도 했다. 통진 프란치스코집은 그렇게 공동체와 신앙의 힘으로 탈시설의 파고(波高)를 헤쳐가고 있다.

시설장 김종윤 신부는 “탈시설은 시대적 흐름이지만,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중증 장애인들도 있다”며 “시설 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이 더 현실적이고 진정한 복지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희같이 지역 사회와 연결된 작은 공동체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 모든 사회 구성원의 따뜻한 시선과 관심이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통진 프란치스코집 경당. 희년을 맞아 신자들에게 특별 개방했다.


희년 맞아 전대사 은총 얻도록 경당 열어

시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나오는 장소가 경당이다. 올해 희년을 맞아 지역 신자들에게 경당을 특별 개방했다. 시설문은 24시간 열려 있고, 경당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개방한다. 필요하면 언제든 들어갈 수 있다. 경당에는 성인의 유해도 모셔져 있다. 이곳을 순례하고 고해성사와 영성체, 교황 지향 기도를 바치면 전대사를 받을 수 있다. 더 많은 신자들이 방문해 전대사의 은총을 누리길 바라는 배려다.

이용인이 정성껏 내려주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산책로를 걷고, 전대사의 은총까지 누릴 수 있는 곳, 행복 바이러스에 물들 수 있는 ‘통진 프란치스코집’이다.


[인터뷰 - 시설장 김종윤 신부] “장애, 극복 대상 아닌 하느님 영광 드러내는 부르심”
통진 프란치스코집 시설장 김종윤 신부.


3년 전, 대구에서 장애 판정을 받은 자녀와 함께 어머니가 투신한 사건이 발생했다. 통진 프란치스코집 시설장 김종윤 신부는 이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깊은 고민에 잠겼던 김 신부는 “복음이 이미 답을 주고 있었다”며 예수님께서 눈먼 이를 치유한 성경 속 태생 소경 이야기를 떠올렸다.

“제자들은 예수님께 ‘누구의 죄 때문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누구의 죄도 아니다. 하느님의 영광이 그를 통해 드러나게 하려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장애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또 다른 부르심일 수 있습니다.”

지난해 원장에 취임한 김 신부는 본당 보좌로 2년간 사목한 후 통진 프란치스코집에서만 10년째 소임을 하고 있다.

 
통진 프란치스코집 시설장 김종윤 신부와 이용인들.


“사회복지를 공부했지만, 처음에는 왜 저를 이곳에 보내셨을까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어느 날 한 지체 장애인 형제가 제가 첫 미사 때 나눠준 상본을 보여주며 ‘신부님이 오시기를 오래전부터 기도했다’고 말하더군요. 그 순간 하느님께서 저를 이곳으로 부르셨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김 신부는 “이분들을 행복하게 해드려야겠다는 거창한 포부가 있었다”며 “하지만 이미 우리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이분들은 사소한 것에서도 만족할 줄 압니다. 물론, 돌발적으로 거친 행동도 나오곤 합니다. 저희가 있어야 하는 이유죠. 그러나 기다림과 인내, 조건 없는 환대,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 안에서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웁니다.”

특히 김 신부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유언에 나오는 ‘쓴맛이 단맛으로 변했다’는 말을 많은 분들이 체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당시 성인이 젊은 시절 큰 죄인으로 취급받던 한센인을 피해 다니다 회개 후 이들을 포옹하고 입 맞추며 한 말로, 마음속 거부감과 두려움의 쓴맛을 극복하고 그들과 만난 뒤 하느님 사랑을 깊이 깨달은 체험을 단맛으로 표현한 고백이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따라야 할 정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느님 말씀과 이끄심 안에서 우리 길을 충실히 걸어나갈 때, 피하고 싶은 것들이 단맛으로 변하는 체험을 말입니다. 더 많은 분이 저희 가족들을 만나면서 이 체험을 하셨으면 합니다. 하느님의 영광도 드러낼 수 있는 기회입니다. 대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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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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