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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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펜 끝에서 혐오 덜어내기

박예슬 (헬레나) 신문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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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주교회의는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성명 어디에도 ‘낙태한 여성에 대한 형사 처벌’에 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생명 수호의 원칙에는 분명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낙태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현실 또한 외면하지 않은 것이다. 생명을 보호하려는 원칙과 상처 입은 이를 품으려는 자비는 교회 안에서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었다.

이 깨달음은 다른 취재에서도 이어졌다. 최근 정부의 가족 범위 확대 검토를 다룬 기사를 작성하면서 동성혼 법제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담아 보도했다. 마감 후 문득 가장 가까운 친구가 떠올랐다. 친구는 동성연애를 하고 있다. 내 기사가 혹시 그에게 상처가 되진 않을까 걱정이 따랐다.

그러나 친구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넌 내 행복을 빌어주는 친구잖아.” 짧은 한마디였지만 큰 위로를 받았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질 순 있어도, 적어도 내 기사에서 혐오를 읽지는 않았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예전 ‘여성과 함께 걷는 교회’ 기획을 취재하며 읽었던 조민아(마리아) 미국 조지타운대 신학과 교수의 「대화를 위한 여성신학」에도 비슷한 성찰이 담겨 있다. 저자는 “가부장제 사회에 존재하는 권력관계의 복잡한 그물망 아래서는 생물학적 여성이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다른 여성과 남성과 성소수자를 억압하는 권력자로 존재할 수 있다. 글 쓰고 강의하는 ‘특권’을 가진 나의 목소리가 그렇지 못한 많은 분의 목소리를 규정하고 억누를 가능성 또한 당연히 존재한다”고 했다. 기사를 쓰는 기자에게도 결코 비껴가지 않는 제언이다.

교회 가르침을 기사에 담는다는 자부심은 언제나 있었다. 그러나 그 진리가 누군가를 향한 혐오나 배제로 전달된다면, 그것은 교회가 전하려는 복음의 정신과도 멀어진다. 진리를 흐리지 않으면서도 사람을 잃지 않는 언어를 찾기 위해 오늘도 펜 끝을 돌아본다. 펜 끝에서 혐오를 덜어내는 일. 그것이 가톨릭 기자에게 가장 먼저 요구되는 책임일지 모른다.

박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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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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