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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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 향한 사랑과 선교 헌신으로 꽃핀 공소

[리길재 기자의 공소를 가다] 28.안동교구 점촌동본당 창구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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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이 우거진 창구공소 성모 동산.
 
안동교구 점촌동본당 창구공소는 1957년 이전 설립돼 지금까지 이웃 사랑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유서 깊은 공소이다. 창구공소 전경.


안동교구 점촌동본당 창구공소는 경북 문경시 산북면 운달로 1134(창구리 339-4)에 자리하고 있다. 산북면 창구리(山北面 蒼邱里)는 문경시 동북부 소백산맥 남쪽 사면에 뻗어있는 해발 1000m 전후의 운달산·단산·공덕산에 둘러싸여 있는 고산 지대 마을이다.

고산 지역임에도 산북면은 신라 전기 때부터 마을이 형성됐을 만큼 유서 깊은 고장이다. 처음에는 푸른 언덕에 많은 비둘기가 살고 있어 ‘창구(蒼鳩)’라 불렀다. 하지만 이곳에 점차 사람들이 몰려 들어와 마을을 이루자 비둘기들이 인적 드문 곳으로 떠나버렸고, 언덕에 푸른 풀만 무성하게 자라 ‘창구(蒼邱)’라 고쳐 썼다고 한다. 창구리는 조선 말까지 예천군에 속했으나 1895년 문경군에 편입됐고,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산북면에 속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렌하르트 신부의 헌신으로 공소 설립

점촌동본당은 1897년 표석골공소로 시작해 1922년 9월 24일 공평본당으로 승격, 1953년 점촌동본당으로 다시 설립돼 지금까지 이어오면서 20개의 공소를 관할했다. 그중 창구·동로·산북 세 공소만 활동공소로 남아있다.

창구공소는 1957년 이전에 설립됐다. 제6대 점촌동본당 주임으로 1956년 7월 말에 부임한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아르놀도 렌하르트(한국명 노도주, 1905~2003) 신부가 세례 대장에 1957년 11월 19일 창구 주민 60명에게 세례를 준 것을 기록해 놓았다. 그리고 렌하르트 신부는 1958년 공소 땅 330㎡(100평)를 사들여 건평 66㎡(20평)의 공소 건물을 지어 봉헌했다.

렌하르트 신부는 1956년 7월부터 1969년 12월까지 점촌동본당 주임으로 재임하면서 창구·동로·산북·내화·대하(신평)·부암·산양·수평·용궁·이곡·상신·농암공소를 설립했다. 그는 오로지 선교에만 몰두했다. 예비 신자들을 가르치고, 아이들을 지도하고, 교우들에게 성가를 연습시키고, 공소 건물이 완공되면 성대한 봉헌식을 주례했다.

“‘집 안에 영광 가득 찼네’, ‘주님, 당신을 찬양합니다’ 같은 성가를 부르면 감사의 마음이 절로 우러났다. 외교인 관리들도 참여해 축하해주고 함께 즐겼다. 수백 년 동안 절과 사당만 있던 곳, 관혼상제 때만 기분 나는 대로 술김에 목청을 높이던 이곳에 공소가 또 하나 생겼으니 이곳 사람들에게도 은총이 풍성히 내릴 것이다.”(렌하르트 신부, 1957/1959년 점촌동본당 연대기 중. 「분도통사」 1640쪽)



“가난한 이를 돌보는 일이 더 중요”

새 공소가 설립되고 새 교우들이 늘어나도 렌하르트 신부에게 더 소중한 사명이 있었다. 그는 늘 “가난한 이를 돌보는 일이 하느님의 집을 돌보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점촌 농암 다리 밑에 살던 한센인들을 돌보고 그들을 자립시키기 위해 한센인 정착마을 상신원을 설립했다. 더불어 그는 “농부조차 자기 밥그릇에 밥을 반도 못 채우는데 무엇을 우선해야 하느냐”며 늘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창구공소도 렌하르트 신부의 선교 열정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설립된 공소다. 당시 창구리는 김용사, 대승사와 같은 유명 사찰이 인근에 있어 주민 대부분이 불자였다. 렌하르트 신부와 창구공소 교우들의 이웃 사랑의 마음이 조금씩 퍼져 나가 주민들을 입교시켰다.

창구공소의 이웃 사랑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04년 창구 마을로 이주한 한 자매가 그해부터 혼자 사는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공소에서 매주 두 차례 밥을 지어 대접했다. 그는 2년 동안 밥 봉사를 했고 매주 30여 명의 어르신이 이 마을 저 마을에서 와서 맛난 식사를 하고 갔다. 이후 점촌동본당에서 무료 급식소 ‘나섬의 집’을 운영해 밥 봉사를 중단하게 됐지만 식사하러 창구공소로 왔던 몇몇 어르신이 세례를 받았다. 창구공소는 해마다 가을이면 마을 주민들과 함께 공소 뒤뜰에서 칸나 축제와 함께 음악회를 열고 있다.

 
2006년 새로 지어진 창구공소 내부. 강당식으로 단순하지만 양 옆으로 부대 시설을 넣어 공간 효율을 극대화했다.



신자들의 십시일반으로 새 건물 봉헌

제14대 점촌동본당 주임으로 부임해 2004년 1월부터 2008년 7월까지 사목한 김도겸(아론) 신부가 2006년 7월 이전의 공소 건물을 철거하고 그해 11월 19일 옛 공소의 2배가 되는 대지 1986㎡(600평)에 건축 전체면적 132㎡(40평)의 지금 공소 건물을 지어 봉헌했다. 창구공소 설립 50년 만의 경사였다.

새 공소 건물을 지을 때 본당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했지만, 공소 교우들도 십시일반 힘을 보탰다. 또 공소 교우인 베네딕타 자매의 자녀들이 ‘십자가의 길 14처’를 봉헌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한 젊은이가 냇가 돌들로 성모 동산을 꾸몄다. 또 서울대교구 민봉기씨가 음향기기를, 경북 상주 김성태 도시건축 소장이 공소 건물을 무료를 설계해줬다. 대구 성 김대건 성당에서 사용하던 돌제대를 가져와 설치했는데, 그 아래에 공소 신축에 도움을 준 은인들의 명단이 있다.

창구공소는 마을 입구 도로변 너른 땅에 아담하게 지어져 있다. 지붕 위에 십자가를 설치해 멀리서도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공소 내부는 강당 형태로 단순하다. 하지만 양 옆으로 모임방과 창구, 화장실 등을 배치해 공간 효율을 높였다. 제단은 돌제대와 감실·십자가·예수 성심상·성모상으로 꾸며져 있다. 공소 마당에는 수목이 우거진 성모 동산이 조성돼 있다.

리길재 전문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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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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