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이탈리아로 입양되는 한국 아동들의 통역사로 일하며, 수많은 가정이 탄생하는 가슴 벅찬 여정을 함께해 왔습니다. 비록 지금은 제도적으로 해외 입양이 중단되었지만, 먼 이국땅에서 뿌리를 내려 건강하게 자라난 아이들이 자신의 시작점이 어디인지 찾아 고국을 방문하는 발걸음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10년 전 이탈리아로 향했던 11세 동갑내기 두 아이의 가족들이 한국을 찾아왔습니다. 이 두 가족은 비슷한 시기 아이를 가슴으로 품었을 뿐만 아니라, 가까운 동네에 살며 친밀히 교류해온 이웃사촌이었습니다. 두 아이가 서로 의지하며 자라는 동안 부모들 역시 한국이라는 공통의 인연을 매개로 돈독한 정을 나눴고, 이번 한국 여행 또한 오랜 시간 함께 기도하며 계획했다고 합니다.
한국에 온 양부모들과 두 아이는 마치 친가족을 만나러 가듯 설렘과 기대를 가득 안고 정성스레 준비한 선물을 품에 안은 채 첫 번째 위탁 가정으로 향했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기다리고 있던 위탁모는 눈물 어린 얼굴로 아이를 품에 꼭 안아주셨습니다. 한국어와 이탈리아어라는 높은 언어의 장벽에도, 서로를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과 맞잡은 손의 온기만으로도 소통은 이미 차고 넘쳤습니다. 어릴 적 사진 속에서 희미하게 봤던 방과 거실을 찬찬히 둘러보는 아이의 깊은 눈망울 속에서 ‘나는 태어난 순간부터 결코 외롭지 않게, 이토록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자란 소중한 존재’라는 확신이 단단하게 피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진 두 번째 만남 역시 대지를 적시는 봄비처럼 감동적이었습니다. 두 번째 위탁모도 오랜 세월이 무색할 만큼 아이가 어릴 때 좋아했던 과자들을 기억해 잔뜩 사왔고,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야구 모자와 예쁜 학용품을 정성스레 준비해두고 기다리셨습니다. 연세가 많고 최근 어깨 수술을 받으셔서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불편하셨지만, 아이가 한국에 왔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오신 분이었습니다. 불편한 팔을 뻗어 아이를 품에 꼭 끌어안으시는 진한 몸짓에서 자식을 향한 참된 엄마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아이들은 너무 어릴 때의 일이라 위탁모와의 시절을 잘 기억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선물 받은 연필과 도화지로 창밖 풍경을 그리더니 마음을 담아 완성한 그림을 위탁모의 손에 쥐어드리며 배시시 웃어 보였습니다. 사랑은 기억 너머 세포 하나하나에 새겨져 존재하는 모양입니다.
우연히도 두 번째 엄마 역시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셨습니다. 당신의 세례명 ‘마리아’처럼 인자하게 아이가 세례를 받았는지 물었고, 아직 성사를 받지 못했다는 양부모의 대답에 “이 아이에게 꼭 성령의 은총과 세례를 받게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하셨습니다. 그 모습은 영락없이 자녀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성모님의 자애로운 품이었습니다.
이윽고 양부모는 “어머니께서 온전한 사랑으로 키워주신 덕분에 우리 아이가 평소 무척 예의 바르고 사랑을 듬뿍 받을 줄 알며, 주변에 아낌없이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아이로 잘 자랐습니다. 어머니께서 베풀어주신 그 지극한 사랑 덕분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이 아름다운 고백을 한국어로 통역하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두 엄마가 나눈 대화와 몸짓은 하느님께 바치는 아름다운 기도였습니다. 핏줄을 넘어 한 아이를 위해 삶을 내어준 위탁모의 숭고한 헌신을 알아보고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는 양부모의 감사, 그 거룩한 사랑의 울타리 안에서 티 없이 바르게 자라난 아이까지. 마음을 다해 심은 사랑의 씨앗은 세월의 풍파 속에도 소멸하지 않고, 아이 영혼의 기름진 땅에서 자라나 이젠 주변을 푸르게 물들이는 더 큰 사랑의 숲을 이루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