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김서현 변호사가 10일 낙태 문제와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왜 국가가 성을 법으로 보호하는지부터 논의 출발해야”
“성관계 결과에는 공동체 유지시키는 ‘생명’ 있기 때문”
“낙태 문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왜 국가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이토록 두텁게 보호하는지부터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태아의 생명권이냐,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냐. 이분법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낙태 논쟁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낙태 문제와 연결해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김서현(법무법인 비전) 변호사는 1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낙태 논의는 왜 국가가 ‘성(性)’을 법으로 보호하는지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낙태 관련 국회 세미나와 토론회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을 꾸준히 제기해온 김 변호사는 국가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이유를 ‘생명을 잉태하는 성의 본질’에서 찾았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지만, 미국이나 영국·독일 등에서는 성관계 도중 상대방의 동의 없이 피임기구를 제거하거나 훼손하는 ‘스텔싱(Stealthing)’도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로 보고 범죄로 처벌하는 사례가 있다”며 “이는 단순히 자유롭게 성생활을 하라는 뜻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성적 자기결정권이 단순히 행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권리가 아니라,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결과까지 고려하도록 하는 법적 보호라는 점에서 낙태 논의와도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 형법은 강간죄를 벌금형 없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하는 등 성적 자기결정권을 중요한 법익으로 보호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성관계의 결과에는 공동체와 사회를 유지시키는 ‘생명’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생명의 탄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기에 국가가 특별한 법익으로 보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우리나라는 헌법재판소와 정부 모두 생명 보호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연세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김 변호사는 동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한 뒤 사법고시에 합격해 법조인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는 프랑스 파리1대학교에서 법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처벌조항 헌법불합치 결정을 접한 뒤 ‘임신은 결코 여성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라는 의문을 품게 되면서 생명윤리와 낙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헌재 결정 이후 발의된 모자보건법 개정안들이 대부분 여성의 자기결정권 중심으로 논의됐고, 부성의 권리는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낙태를 논하기에 앞서 성관계와 피임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미 성적 자기결정권이 전제된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고 권리에는 반드시 의무가 수반되지만, 성관계 후 이어지는 생명 잉태의 책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날로 약해지고 있다”며 “낙태를 여성의 자기결정권 문제로만 접근할 경우 국가의 책임 범위와 건강보험 적용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매우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가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것도 결국 생명을 보호하기 위함이며, 낙태 논의 역시 그 연장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낙태 논쟁에서 권리와 책임의 균형이 중요하다”며 진심 어린 조언을 전했다. “삶을 살아갈 때 자존감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매 순간 올바르게 판단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하죠. 그래야 우리는 비로소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생명을 위한 모두의 노력이 동반될 때, 우리는 행복합니다.” 여성의 행복추구권 또한 책임에서 비롯된다는 역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