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산면 부면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여든 넘은 어르신이 주민등록증을 바꾸려는데 증명사진이 없다고 하시네요. 옛날 예비군 면대 리모델링해서 사진관 만드셨다고 했잖아요. 어떻게 사진 가능하신가요?” “물론이죠. 어여 오시라고 하셔요.”
청산면에 위치한 사단법인 커뮤니티저널리즘센터는 충청대 라이즈사업으로 장비를 구입해 면 지역에 없는 사진관을 구축했다. 구축만 하면 세상 소용없다. 찍어주고 맞이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사단법인 점프와 SBS 희망티비가 청산면과 함께하는 전일제봉사단’ 청년 중 두 명이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사진관을 열기로 했다.
그럴 듯한 조명과 멋진 카메라 그리고 가성비 좋은 프린터까지 완벽했다. 만일 그 어르신이 청산면에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면 시내버스를 타고 영동까지 30분 남짓 걸려 사진관을 찾아가 사진을 찍고 돈 1만 5000원 이상 내고 오는 데 반나절 이상 걸렸을 것이다. 시간과 비용 모두 어르신에게는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첫 사진 치고 깔끔하게 나왔다. 어르신은 영동이나 옥천까지 가지 않고도 무료로 멋진 증명사진을 박은 새 주민등록증을 얻게 될 것이다. 그렇게 쓰임새가 생겼다는 것이 몹시도 반갑다. 앞으로 그 발걸음은 더 이어질 것이다. 아예 초·중·고등학교 첫 입학식 증명사진은 맡아놓고 찍어줄 생각이다. 어르신 장수사진도 찍어드릴 것이다.
#2. 도시인은 잘 모르는 보건진료소라는 곳이 있다. 면사무소보다 가까운 공공의료기관이다. 이곳엔 의사가 아니라 간호사가 상주한다. 그런데 지자체마다 지침이 달라 옥천군은 당뇨약 처방이 불가하다. 다른 지역은 혈압약과 당뇨약 처방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옥천군은 어찌 된 일인지 안 된단다. 가까운 보건진료소를 이용하지 못하면 당뇨약 처방을 받으려고 보건지소 순회 공보의를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읍내 병원까지 부러 나가야 하는 시간과 비용이 든다.
보건진료소를 이용하는 주민은 보통 사회적 약자다. 불편해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냥 인내하고 받아들인다. 그래서 어떤 것은 바뀌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행정에서는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그냥 살짝 눈감는 경우가 다반사다.
#3. 도시보다 농촌은 불편한 것이 엄청 많다. 셀 수 없다. 약국과 어린이집, 보습학원조차 없는 지역이 수두룩 빽빽하다. 우체국과 주유소가 없는 지역도 많다. 이런 결핍은 결국 사회적 약자들이 온전히 감내한다. 돈 있고 차 있는 사람들은 금방 이동하며 여러 서비스를 누릴 수 있지만, 대중교통과 걷는 것 외에 이동권이 제한된 사회적 약자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는 손꼽을 정도다.
이런 서비스를 어떻게 챙겨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데 이런 생각들은 대체로 하지 않는다. 노인만 있으니 곧 소멸할 지역이라고 낙인 찍어놓고 그걸로 받는 지역소멸대응기금으로 관계인구, 생활인구를 늘린다고 출렁다리나 만들려 하는 걸 보니 정신을 차리려면 아직도 멀었다.
농촌을 보려면 단편적으로, 단선적으로 보면 안 된다. 세밀하게 보고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외부인을 무작정 유치하려 돈을 뿌리는 데 혈안이 되기보다 지역 안에 사는 소외된 약자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까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거기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막대한 기금을 쏟아붓는다고, 기본소득을 지급했다고, 반짝 인구 증가가 되었다고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공동체의 관계성을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유지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