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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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말고 인간!] AI가 욕망을 채운다? 그래도 갈망은 인간 스스로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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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앱을 열었을 뿐인데 어느새 장바구니가 가득하다. 분명 필요해서 산 것 같은데, 막상 상자를 뜯고 나면 왜 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물건들이 있다. 유튜브를 십 분만 보려 했는데 한 시간이 지나 있다. 우리는 그것을 원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욕망은 어디서 왔는가. 내 안에서 자란 것인가, 화면 너머의 무언가가 심어놓은 것인가.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학교 컴퓨터정보과학부의 옥타비안 마키돈(Octavian M. Machidon)은 2025년 11월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추천 알고리즘이 이용자의 취향을 그저 읽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빚어낸다고 지적한다. 쇼핑몰이 다음에 살 물건을, 영상 플랫폼이 다음에 볼 화면을 골라줄 때마다 우리의 욕망은 조금씩 그 방향으로 떠밀린다.

이용자는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은 미리 놓인 길 위를 걷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4년 홍보 주일 담화에서 던진 물음을 함께 짚는다. 완전히 인간다움을 지키면서 이 문화적 전환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방법은 무엇인가. 알고리즘이 인간의 판단과 관계의 자리를 대신 채우려 할수록, 이 물음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해진다.

이 지점에서 욕망과 갈망은 갈라진다. 욕망은 채워지는 순간 사라진다. ‘좋아요’ 하나, ‘알림’ 하나, ‘새 물건’ 하나로 잠시 만족했다가 곧 다음 자극을 찾는다. 손에 쥐는 순간 이미 시들해지는 것, 그것이 욕망의 본성이다. 반면 갈망은 채워도, 채워도 남는 무언가를 향한다. 사랑하고 싶은 마음, 의미 있게 살고 싶은 마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은 아무리 이루어도 완전히 소진되지 않는다. 알고리즘은 클릭과 체류 시간으로 욕망을 정교하게 다루지만, 갈망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갈망은 애초에 숫자로 환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욕망이 갈망의 자리를 조용히 대신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화면을 넘길 때마다 도파민이 터지고, 그 짧은 쾌감에 익숙해진 몸은 점점 더 큰 자극을 요구한다. 정작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고 느낄 때조차, 사람들은 그 허전함을 채우려 또 화면을 연다. 갈망을 마주할 시간에 욕망을 소비하며 하루를 지운다. 허기는 여전히 남아 있는데, 우리는 그 허기의 진짜 이름을 잊어 간다.

갈망은 원래 불편한 것이다. 당장 채워지지 않기에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무언가를 오래 그리워하고, 이루어지지 않은 뜻을 품고 살아가는 것. 그 불완전함을 견디는 힘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일 수 있게 만든다. 알고리즘은 그 불편함을 서둘러 지우려 하지만, 정작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은 그 지워지지 않는 갈증이다.

오늘 하루 당신이 누른 ‘좋아요’와 장바구니를 되짚어 보라. 그 안에 진짜 갈망이 있었는가, 아니면 잠깐의 허기를 메운 흔적뿐이었는가. 알고리즘은 욕망을 채워줄 수 있다. 원하는 것을 더 빨리, 더 정확히 가져다준다. 그러나 갈망은 누가 대신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마음,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스스로 부딪히고 견디며 채워가야 한다. AI가 당신의 욕망을 채운다? 그래도 갈망은, 당신 스스로 채워야 한다.

글 _ 최홍규 안토니오(EBS 디지털교육기획부 연구위원, 미디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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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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