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9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AI 말고 인간!] AI가 빠르다? 그래도 인간이 먼저 도착한다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채팅창에 질문을 남기면 AI는 순식간에 답을 내놓는다. 몇 초 만에 문장이 줄줄 이어진다. 그 앞에서 사람은 이상하게 조급해진다. 나도 이만큼 빨리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메시지에 답장이 조금만 늦어도 불안하고, 검색 결과가 바로 뜨지 않으면 답답하다. 물건을 살 때도, 밥을 고를 때도, 진로를 정할 때도 우리는 점점 더 빨리 정하려 한다. 빠른 것이 곧 좋은 것이라고, 우리는 어느새 믿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빠른 결정이 좋은 결정일까. 중국 칭다오대학교 심리학과 궁쥔 연구팀은 2026년 4월 이 질문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같은 참가자들에게 확실한 돈과, 딸 수도 잃을 수도 있는 도박 중 하나를 고르게 했다. 참가자들은 한 번은 1초 안에 서둘러, 또 한 번은 시간제한 없이 여유롭게 같은 선택을 반복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참가자들의 눈이 어느 선택지를 얼마나 오래, 몇 번이나 바라보는지 정밀한 장비로 하나하나 살폈다.

결과는 뚜렷했다. 1초 안에 골라야 했던 순간, 참가자들은 두 선택지를 제대로 비교하지 못했다. 눈길이 한쪽에만 짧게, 그것도 몇 번 머물지 않고 곧바로 결정으로 넘어갔다. 그렇게 급히 고른 답은 눈에 먼저 들어온 정보나 표현에 쉽게 흔들렸다. 특히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일수록 더 크게 흔들렸다. 정작 신중해야 할 순간에 오히려 더 성급해진 것이다. 반대로 시간이 충분했을 때는 같은 사람들이 양쪽을 여러 번 오가며 천천히 비교했고, 그만큼 한쪽으로 치우치는 정도도 훨씬 적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드러난다. 급하게 고른 답은 그 순간엔 빨라 보이지만, 나중에 다시 확인하고 고치는 일이 잦다. 실수를 바로잡느라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충분히 살피고 고른 답은 처음엔 느려 보여도 다시 손댈 일이 적다. 결국 끝까지 다시 헤매지 않고 가는 쪽은, 서두른 사람이 아니라 천천히 살핀 사람이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급하게 누른 주문 버튼은 다음 날 반품으로 돌아오고, 화가 난 채로 보낸 문자는 나중에 사과할 말을 덧붙이게 만든다. 회의 중 서둘러 정한 결론은 결국 다시 모여 논의하게 만들고, 급하게 정한 진로는 몇 해 뒤 다시 갈림길 앞에 세운다. 그 순간엔 빨랐어도, 전체로 보면 시간을 두 번 쓴 셈이다. 우리가 오래 써온 ‘빨리빨리’라는 말도 사실은 이런 뜻이었을 것이다. 무조건 서두르라는 말이 아니라, 다시 하지 않도록 한 번에 제대로 하라는 뜻이다.

AI는 빠르다. 하지만 그 빠름은 단 한 번의 대답일 뿐, 그 뒤에 벌어지는 일은 책임지지 않는다. 사람은 다르다. 오늘 내린 결정을 안고 내일을 살아야 하고, 그 결정이 잘못되었다면 언젠가 되돌아가 다시 걸어야 한다. 그러니 사람에게 진짜 빠름이란, 처음부터 다시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오늘 당신이 서두르다 놓친 것은 없었는가. AI가 빠르다? 그래도 인간이 먼저 도착한다.

글 _ 최홍규 안토니오(EBS 디지털교육기획부 연구위원, 미디어학 박사)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6-07-2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6. 7. 29

루카 10장 9절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습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