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1004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국 청년들이 태극기와 서울 WYD 로고가 그려진 깃발을 들고 미사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 WYD 조직위원회
2023년 조직위 발족… 현재 3개 본부 체제로 확대 개편
대회 주제 성구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공개
한국 교회는 오래전부터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유치를 희망했다. 대륙별로 돌아가며 개최되는 WYD가 아시아에서 열릴 시기도 도래했고, 한국처럼 개최를 희망하는 몇몇 교회들도 있었다. 수 년의 시간이 흘러 2023년 포르투갈 리스본 WYD에서 드디어 교황에 의해 2027 서울 WYD 개최를 확정 짓게 됐다.
서울 WYD 조직위원장 정순택 대주교는 개최지 발표 직후 “세계의 젊은이들이 만나 의견을 나누고 함께 활동하면서 이들이 미래의 주역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최대 100만 명의 전 세계 청년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대회까지 1년. 한국 교회는 정 대주교의 발언이 선언적 의미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환대의 움직임이 될 수 있도록 3년 전부터 힘을 모아왔다.
첫걸음은 실무를 담당하기 위해 조직을 구성하는 일이었다. 대회 기간 안전한 환경을 구축하고 젊은이들이 서울과 한국에서 마음껏 성령을 체험하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2023년 12월 서울대교구는 지역 조직위원회(현 조직위)를 꾸려 위원장 정 대주교 등 위원들을 구성했다. 교구는 4단계에 걸쳐 조직위를 확대 개편했고, 현재는 기존 사무국 체제에서 3개 본부 체제로 확대 개편하며 실무 중심 구조로 대회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조직위는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와 협력해 청년들의 행사를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이를 관리하는 역할을 할 계획이다. 더불어 대회를 위한 대외 협력과 법적 지원을 위해 재단법인을 구성해 이경상 주교가 법인 이사장을 맡고 있다.
서울 WYD를 향한 본격적 항해의 시작은 2024년이었다. 이 해에 서울대교구는 7월 28일 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발대미사 및 발대식을 거행, 대회를 향한 출발을 공식 선포했다. 정 대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WYD는 젊은이들이 방향성과 희망, 사회의 지향을 고민하고 투신할 좋은 기회”라며 “마음을 모으고 함께 기도하며 성령의 이끄심을 잘 식별해 대회를 잘 준비해가자”고 당부했다. 이어 9월에는 대회 주제 성구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와 서울 WYD 공식 로고가 공개됐다. 로고는 한국의 서체와 십자가 문양을 결합해 대회 최초로 타이포그래피(손글씨)로 구성됐다.
그해 11월 24일 한국 청년들은 직전 개최국인 포르투갈 청년들로부터 대회 상징물인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를 건네받았다. 닷새 뒤인 29일 명동대성당에서 환영 예식을 거행하고, 31㎏에 달하는 나무 십자가가 제단에 오르며 전 세계에 서울 WYD의 본격적 준비를 알렸다. 이후 십자가와 성모 성화는 해외 교회를 거쳐 지난해 1월부터는 수원교구를 시작으로 전국 교구를 순회하며 서울 WYD를 향한 열기에 불을 지피고 있다.
100만 순례자 맞이할 '영적·제도적 물길' 열었다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에서 청년들이 나무를 심고 있다. 서울 WYD 조직위원회
난지도에 나무 1만 8000그루 식재 등 탄소중립 캠페인
전국 교구 조직위 구성, 해외서 ‘찾아가는 초대’ 진행
국제문화행사 지원법 제정… 이재명 대통령, 지지 메시지
영적 길잡이로서 참가 젊은이들과 함께할 성인들도 선정됐다. 지난 4월 26일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와 WYD 조직위는 수호성인 5위를 확정했다. WYD 창설자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동료 순교자, 가난한 이민자를 돌본 성 프란체스카 사베리아 카브리니, 노예제 한계를 극복한 성 요세피나 바키타, MZ세대 최초의 성인 성 가롤로 아쿠티스다.
또 서울 WYD 조직위는 탄소중립 대회를 조성하고자 서울시·산림청과 공동으로 주관하는 ‘온 세상에 생명의 숨을(온숨)’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대표적 프로그램은 나무 심기 프로젝트로, 과거 쓰레기 매립지였던 서울 상암동 난지도(월드컵공원 하늘공원)에 산수유와 자작나무 등을 식재했다. 나무 1만 8000여 그루를 심은 리스본 WYD의 프로젝트를 이어가겠다는 목표다. 조직위는 창조질서 보존과 탄소중립 신앙을 이어갈 계획이다.
아울러 각 지역 교구들도 대회 준비에 한창이다. 전국 각 교구는 서울에서 열리는 본대회에 앞서 마련될 교구대회를 책임질 조직위원회를 일제히 꾸렸다. 지난해 3월 수원교구를 시작으로 각 지역에서 교구대회 조직위 발대식이 열렸다. 올 여름에는 내년 있을 교구대회를 미리 체험하는 Pre-DID(Days in Diocese)가 집중적으로 열린다. 이 과정에서 자매결연을 맺은 해외 교구 청년들을 초청하기도 하고, 홈스테이 체험과 교구 내 성지순례도 예정돼 있다.
캄보디아 바탐방지목구 학생들이 ‘2027 서울 WYD’ 로고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 WYD의 준비는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다. 서울 WYD 조직위는 한국에 오고 싶지만 경제적 사정으로 오지 못할 청년들을 직접 초대하고자 ‘찾아가는 초대’를 기획해 지난해 여름부터 사제와 청년들을 파견해왔다. 지난해 여름엔 캄보디아·몽골·방글라데시, 겨울엔 요르단·네팔·모잠비크 등 세계 곳곳을 찾아 각국 젊은이들을 서울 WYD에 초대하고 이들에게 WYD를 알렸다. 각국의 언어로 “2027년, 서울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라고 건넨 인사는 현지 젊은이들의 마음을 열면서 기대감을 북돋았다. 올 여름에는 서울 WYD 홍보단을 기획, 일본 후쿠오카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한국무용과 K-팝 공연 등을 선보이며 대회에 젊은이들을 초청하고자 한다.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도 화답했다. 서울 WYD는 특정 종교만의 행사가 아닌 범국민적 행사라는 취지에 공감한 것이다. 지난해 국회에서 발의된 서울 WYD 지원 특별법을 비롯해 WYD 등 대규모 국제문화행사를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국제문화행사 지원법이 제정됐다. 국제문화행사 지원법은 지난 3월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더불어 지난 3월 국회 가톨릭신도의원회 의원 57명은 2027 WYD 추진단을 출범, 국회 차원의 대회 지원을 약속했다. 또 6월 서울시의회는 서울 WYD 지원 조례안을 가결, 본대회의 치안과 숙식 등 지원을 책임질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의 지원 근거가 마련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유럽 순방 중 바티칸을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성 바오로 대성전에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 주례로 거행된 미사에서 서울 WYD 주제 성구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를 인용하며 “2000년 전 예수 그리스도께서 두려움에 떨던 제자들에게 하신 이 말씀이 오늘날 우리 청년들에게도 위로와 용기, 그리고 희망으로 전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