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시민 공동체의 보편 원리인 ‘공동선’ 실현을 위해 조직된 정치 실체이다. 따라서 국가는 구성원인 시민 개개인의 안녕을 책임지는 도덕 의미를 지닌다. 시민 개개인의 지고한 권리 가운데 으뜸이 자신의 생명을 보장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는 자국민 생명을 존엄히 여기고 인간 생명을 존중하는 것이 첫 번째 사명이다.
불행히도 지금의 우리 국가 지도자들은 공동선 실현의 근간이 되는 인간 생명과 그 존엄성을 증진하는 일을 등한시하고 있다. 대통령부터 나서서 가장 약한 국민인 ‘태아’의 생명을 해치려 들고 있다. 인간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정치인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자격이 없다.
정치 권위와 권력은 정치인 개인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정치 권력은 그 공동체 안에서든 국가를 대표하는 기관에서든 언제나 도덕 질서의 한계 안에서 정당하게 제정되었거나 제정될 법질서에 따라 공동선을 위해 이뤄져야 한다. (「사목헌장」 7장 참조) 따라서 정치 권력 사용에 오류 가능성과 편파적 경향이 있거나, 개인 이익이 반영돼 있다면 반드시 통제돼야 한다.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위원회 위원장 문창우 주교를 비롯한 가톨릭과 개신교 성직자들이 지난 7월 말 국회 의원회관에서 현 정부와 국회의 낙태약 허용 추진을 강력히 반대한 이유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국가는 경제와 통치 영역에 우선해 도덕 이념을 구현하고, 사회 공동선과 도덕 질서 유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 사법부가 인간 생명을 지키는 국가 가치에 구속돼야 하며 그것을 헌법과 법률로 제정하고 실현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인간 생명이 국가를 지탱하는 최고의 도덕 가치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