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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길재 기자의 공소를 가다] 30.안동교구 함창본당 아천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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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교구 함창본당 아천공소는 경북 상주시 이안면 무운로 1018(아천리 250-5)에 자리한다. 함창은 상주에서 북쪽으로 약 20여㎞ 떨어진 도시로 드넓은 평야가 펼쳐진 살기 좋은 곳이다.

아천리(雅川里)는 마을로 흐르는 개울이 맑아 ‘아천’(雅川)이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 아천리는 이안면 남서부에 위치해 있다. 동쪽으로 양범리·문창리, 서쪽으로 대현리·은척면 우기리, 남으로 공검면 지평리, 북으로 구미리·은척면 무릉리·두곡리와 접하고 있다. 옛사람들은 아천을 ‘감바우’(感岩)라 불렀다. 감이 많이 나고 마을 초입에 있는 큰 바위 위에 정자 ‘감암정’(感岩亭)이 있어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전형적인 농촌이었던 감바우는 일제 강점기 문경 일대 광산이 생겨나면서 마을 이름도 ‘아천’으로 바뀌었다.
 

아천공소는 이규권(요한) 회장과 교우들이 희사한 땅에 지어져 1935년 12월 8일 봉헌됐다. 아천공소 제단.
아천공소는 한·양옥 절충식 구조로 내부에는 옛날 서까래와 보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아천공소 내부.
안동교구 함창본당 아천공소는 1905년 10월에 설립된 유서 깊은 공소이다. 아천공소 전경.


서광수 일가, 이안면 일대에 신앙 전파

이안면에 가톨릭 신앙이 전해진 때는 초기 조선 가톨릭 신앙공동체가 막 형성될 무렵이었다. 1785년 3월 어느 날, 한양 명례방 김범우(토마스)의 집에서 신앙 모임을 하고 있던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풍속을 단속하던 금리들에게 체포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를 ‘을사 추조 적발 사건’ 또는 ‘명례방 사건’이라 한다. 이 일로 양반 가문들에게 문중 중심으로 가톨릭교회를 박해하기 시작했다.

이 무렵 한양에서 이승훈(베드로)에게 세례를 받은 서광수(1725~1786)가 집안 박해로 족보에서 지워지고 문중에서 쫓겨나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 서광수는 5남 서유도와 함께 상주 상서면 배묵리(지금의 이안면 양법리)에 정착한 후 이듬해 72세 나이로 선종했다. 서유도는 이안면 돌마래미(저음리 은재), 사실(대현리), 감바우(아천), 잣골(척동) 등지에 복음을 전해 김 아가타 막달레나 등을 입교시켰다.

1801년 신유박해가 일어나자 서유도 가정은 인근 문경 한실로, 김 아가타 막달레나 가정은 청송 노래산 교우촌으로 피신했다. 서유도의 부인은 1813년, 김 아가타 막달레나는 1815년 을해박해 때 순교했다. 또 서유오의 증손자 서익순(요한)과 서태순(베드로), 서인순과 친척 서유형이 병인박해 때 순교했다. 일제 강점기 국채보상운동에 앞장섰고, 대구본당 설립에 큰 힘을 보탠 서상돈(아우구스티노, 1850~1913)이 서유오의 4대손이다.



감바우 공소 설립 후 신자 대거 늘어

1890년 말, 감바우에 살던 이영복(시몬)·김한구(요셉)·김동출(마태오) 등이 작약산 비기나무재를 넘어 가은읍 저음리 돌마래미 교우촌과 먹뱅이 교우촌에 가서 방사선(요한) 회장에게 가톨릭 교리를 배워 세례를 받았다. 감바우 교우들은 주일마다 김한구의 집에 모여 첨례를 했다. 더불어 이영복은 가족과 동네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해 60여 명에게 세례를 줬다.

이 일로 이 지역을 관할하던 김천본당 초대 주임 김성학(알렉시오, 1870~1938) 신부는 1905년 10월 감바우공소를 설립했다. 김한구에 이어 공소 회장을 맡은 이영복(시몬)은 교우가 늘어남에 따라 민가 한 채를 사들여 공소로 고쳐 사용했다. 이후 공소 회장직을 물려받은 이영복의 아들 이규권(요한)과 김 마태오, 정 프란치스코 등이 전교에 힘써 영세자가 120명으로 늘었고, 한때 예비 신자가 50여 명이나 됐다. 더 이상 작은 민가로는 공소 역할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이규권과 김한구 회장의 후손인 김 마태오가 자신들의 도장골 땅을 본당에 기증해 1932년 지금의 자리에 새 공소를 지었다.



한때 교우 수가 400여 명까지 번창

“경북 상주 아천리공소는 문경군 공평리본당(지금의 점촌본당) 관할로 20여 년 전 김 알렉시오 신부가 복음의 씨를 뿌렸고, 이 시몬을 회장으로 임명했다. 이 회장은 굳센 신앙심으로 여러 어려움 중에서도 가족과 교우들을 지도하고 전교에 힘써 교우수가 50~60명이 됐다. 이 회장이 팔순 고령이어서 수년 전부터 장남 이 요한이 회장 직무를 수행하며 아버지와 함께 교회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희생했다. 공소 경당이 비좁고 낡아 시급히 새로 지어야 했으나 땅도 없고 건축비도 부족해 공사를 시작하지 못했다. 이에 이 회장과 김 마태오씨가 좋은 밭을 기부해 지난해에 제대로 된 벽돌 건물을 지었다. 경북의 시골 성당 가운데 으뜸이라 일컬을만했다.

마침 이 요한 회장의 부인이 회갑이 되어 자녀들이 본당 신부에게 새 공소에서 회갑 예식을 거행해 줄 것을 청했다. 이날 회갑 축하 미사에는 모든 공소 신자가 참여해 성체를 영했다. 참으로 거룩하고 뜻깊은 회갑 잔치였다. 이 회장의 둘째 아들 이 베드로는 부모의 공덕을 오래도록 기념하고자 비어 있는 종각에 종을 사 달았다. 종을 울려 매일 삼종 시간을 알리게 하니 모든 교우가 기뻐하며 교회가 더욱 번창하도록 힘썼다.

아천리공소 교우는 120여 명이며, 예비 신자는 50여 명이나 달한다. 교우 중 이동수 씨는 가족과 문중 사람들에게, 그리고 정 프란치스코 씨의 네 자녀와 열심한 교우들은 청소년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으니 이는 아천리교회 회장의 가장 큰 기쁨이요 희망이더라.”(경향잡지, 제27권, 755호, 1933년 4월호 ‘열심 회장과 열심 교우로 흥왕하여 가는 아천리공소’ 기사를 기자가 현대어로 옮김) 종을 울려 모든 신공 시간을 알리게 하니, 모든 교우가 기뻐하며 교회를 더욱 번창시키기 위해 힘썼다.

한때 아천(감바우)공소는 교우 수가 400여 명이나 될 만큼 번창했다. 하지만 지금은 젊은이들은 거의 없고, 나이 많은 어르신 40여 명만이 공소를 지키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굳건히 신앙의 뿌리 내린 유서 깊은 공소

아천공소는 마을에서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다. 대지 1332㎡(400평)에 건물 면적 79.34㎡(24평)의 아담한 건축물로 예수 성심께 봉헌됐다. 머릿돌에 새겨진 ‘성당 건립 1935년 12월 8일’ 글로 보아 아마도 1932년에 완공한 공소 건물을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봉헌한 듯하다.

공소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예수 성심상이 반긴다. 예수 성심상 기단에는 “이 성당을 예수 성심께 봉헌하나이다”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공소는 말끔하게 새 단장 돼 있다. 주황색 지붕을 얹은 흰색 벽돌집이어서 멀리 떨어진 마을 어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공소 정면 철문 양면에는 십자가 모양의 색유리화가 장식돼 있고, 그 위에 ‘아천천주교회’란 현판이 달려있다.

아천공소는 ‘한·양옥 절충식’ 구조다. 외형은 강당식 벽돌집으로 돼 있지만, 내부는 나무 서까래와 보가 드러난 채 잘 보존돼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제단으로 회중석보다 3단이나 높다. 또 제단 난간도 그대로 있다. 제단에는 제대와 십자가, 독서대, 성모상이 있고, 회중석 양쪽 벽에는 십자가의 길 14처가 설치돼 있다. 또 모든 창은 한지 성화로 장식돼 은은하면서도 포근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회중석에서 바라보는 제단 왼편에는 초대 대구대목구장 드망즈 주교가 공평본당 김문옥(요셉, 1873~1941) 신부에게 아천공소 축복식을 주례할 권한과 성체를 안치하고 성체 강복 예식을 거행할 수 있는 권한을 허락하는 1935년 9월 17일 자 문서 사본이 전시돼 있다.

아천공소는 지금까지 사제 6명과 수도자 11명을 배출한 성소 못자리이기도 하다. 대구대교구 고 이성우(아길로, 1936~2021) 신부는 아천공소를 시작한 이영복 회장의 증손자다.

아천공소는 90여 년 전 ‘열심 회장과 열심 교우로 흥왕할 것’이라는 경향잡지의 기사처럼 지금도 굳건하게 신앙의 뿌리를 내리고 있는 유서 깊은 공소다.


리길재 전문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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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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