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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탄생 예고와 승천… 성모님 신비 닮은 꽃

[‘성서와함께’ 가꾸는 기도의 정원] 12.백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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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와함께 제공


식물의 그리스도교적 상징을 살펴보다 보면 많은 꽃이 다양한 이유로 성모님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가령 델피니움은 파란색이라서, 금낭화는 하트 모양의 꽃이 성모 성심을 연상시켜서, 튤립은 마리아의 기도하는 손을 닮아서⋯. 저마다 독특한 상징성이 있지만, 이들 중 가장 대표적인 꽃을 꼽으라면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순수함과 순결의 미덕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백합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주님 탄생을 예고하는 장면은 서양 미술에서 가장 널리 그려진 주제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이 장면에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꽃이 있으니 바로 흰 백합 한 송이다. 백합은 대개 가브리엘 천사의 손에 들려 있거나 마리아 앞쪽의 화병에 꽂혀 있으며, 하느님의 선택과 순결한 영혼을 상징한다.

주님 탄생 예고의 자리에 있었던 백합은 이후 성모님의 마지막 순간에도 함께한다. 예루살렘의 주교 성 유베날리스는 칼케돈 공의회(451)에서 사도 토마스가 성모님의 무덤에 갔을 때 성모님은 이미 승천하여 시신은 사라졌으며, 무덤 안에 향기로운 장미와 백합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백합은 예수님의 탄생이나 성모자·성인·성녀를 그린 그림에서 동정과 순결을 은유한다. 백합이 이처럼 사랑받는 것은 청아한 순백색과 크고 탐스러운 모양새가 그 어떤 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독보적으로 우아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수술에 맺히는 노란 꽃가루가 꽃잎에 떨어지거나 주변에 날려 지저분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제대 꽃꽂이에 백합을 사용할 때는 꽃의 수술을 제거하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꽃의 ‘순결’을 보호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간혹 성 요셉 성화나 성상에서도 백합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마리아의 배필을 구하기 위해 남자들을 성전으로 불러들였을 때 요셉이 마리아의 남편이라는 하느님의 계시로 그의 지팡이에서 백합꽃이 피어났던 전설을 반영한 것이다.

한편 영어로 ‘성모 승천 백합(Assumption lily)’이라는 이름을 가진 꽃도 있다. 꽃봉오리가 옥으로 만든 비녀를 닮았다 하여 우리나라에서 옥잠화라 불리는 이 꽃은 백합을 축소해 놓은 것처럼 생긴 데다 성모 승천 대축일이 있는 8월 중순 꽃을 피우기 때문에 ‘성모 승천 백합’이라는 특별한 이름을 얻었다. 만약 서양에서도 옥잠화 꽃봉오리에서 성모님이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에 꽂았을 법한 장신구를 연상했다면 ‘성모님의 비녀꽃’ 같은 별칭도 생기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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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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