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8일 르완다 키갈리에서 개최된 2026 시그니스(SIGNIS) 세계총회에 참가한 전 세계 가톨릭 언론인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그니스 월드 제공
시그니스 세계총회, 아프리카서 첫 개최
미디어 분야 활동하는 평신도 국제 모임
AI 활용·기술 발전이 던지는 과제 논의
4년간 시그니스 이끌 새 지도부 구성
한국 교회, 국제 미디어 협력 기반 확장
조직위 이재협 신부, 서울 WYD 소개
참석자들, 내년 WYD에 대한 기대 전해
cpbc,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강화 나서
‘인간다움’과 ‘신뢰’, 그리고 ‘만남’.
르완다 키갈리에 모인 세계 가톨릭 커뮤니케이터들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마주하며 거듭 강조한 가치다.
3~8일 열린 2026 시그니스(SIGNIS) 세계총회는 ‘문화적 조화와 건강한 환경을 위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가톨릭 커뮤니케이션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집중 모색했다. ‘SIGNIS’는 매체와 메시지를 뜻하는 사인(SIGN)과 불을 댕긴다는 의미의 이그니스(IGNIS)의 합성어로,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활동하는 가톨릭 평신도들의 국제 모임이다.
이번 총회 전체회의와 패널, 워크숍에서는 AI의 책임 있는 활용과 디지털 사도직, 미디어 리터러시, 환경 커뮤니케이션 등 기술 발전이 인간과 사회, 신앙에 던지는 과제가 폭넓게 다뤄졌다. 특히 기술이 사람을 대신하는 영역이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인간 존엄과 진실성을 지키고, 디지털 공간을 진정한 만남과 연대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2026 시그니스 세계총회에서 언론인으로 참가한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세션 발표를 듣고 있다. 시그니스 월드 제공
4일 키갈리 성 미카엘 대성당에서 개막미사를 주례한 키갈리대교구장 앙투안 캄반다 추기경은 “사회 커뮤니케이션 종사자들이 ‘그리스도의 빛’을 받아 사람들을 평화와 화해, 형제애와 대화로 이끄는 좋은 길잡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날 사회 커뮤니케이션이 평화와 형제애가 넘치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총회에서 제기된 고민은 참가자들의 목소리에서도 이어졌다. 시그니스 신임 세계회장으로 선출된 나이지리아의 월터 치크웬두 이헤지리카 신부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AI 시대 가톨릭 미디어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로 ‘신뢰성’을 꼽았다. 이헤지리카 신부는 “딥페이크와 뉴스 조작이 현실적 위협이 된 만큼 가톨릭 미디어에는 더 높은 수준의 정직성과 윤리적 책임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헤지리카 신부는 “시그니스가 단순한 행정조직이 아니라 같은 신앙을 공유하는 미디어 전문가들이 신뢰를 쌓고 진실한 정보를 나누며 공동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네트워크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 각 지역의 가톨릭 커뮤니케이터들이 서로 연결되고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넓히겠다는 포부도 함께 내비쳤다.
정기총회에서는 2027~2030년 시그니스를 이끌 새 지도부도 구성됐다. 이헤지리카 신부가 회장으로 선출됐으며, 캐나다의 파멜라 알레만과 인도의 마기마이 프라가삼 박사가 부회장을 맡는다. 루마니아의 아드리아나 라카산은 재무이사로 선출됐고, 태국의 피터 라차다 몬티엔비치엔차이는 사무총장에 재선됐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조직위원회 커뮤니케이션부 이재협 신부가 5일 르완다 키갈리에서 열린 시그니스 세계총회에서 서울 WYD를 소개하고 있다. 시그니스 월드 제공
“서울 WYD, 세계사적 이정표 될 것”
한국 교회도 이번 총회에서 세계 가톨릭 미디어와의 교류와 협력에 나섰다. 시그니스 코리아에는 윤성도(가브리엘) 회장과 정병창(알베르토) 사무처장이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를 1년 앞두고 WYD를 세계 가톨릭 언론인들에게 거듭 알리고, 국제 미디어 협력 기반을 넓히기 위해 2027 서울 WYD 조직위원회 커뮤니케이션부 이재협 신부와 cpbc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 사장 성기헌 신부, 시그니스 아시아 이사 이로물로(로물로) cpbc 미디어본부장이 함께했다. cpbc는 각국 가톨릭 언론·방송 관계자들과 교류하며 서울 WYD를 계기로 글로벌 미디어 협력 네트워크 강화에 나섰다.
이러한 협력 구상은 총회 무대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이재협 신부의 발표에 앞서 2027 서울 WYD 주제가 뮤직비디오가 상영되자 행사장 곳곳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어 이 신부는 서울 WYD의 의미와 준비상황을 소개하고, 세계 각지의 가톨릭 미디어가 서로 관련 소식과 이야기, 영상, 청년들의 목소리를 나누는 협력 네트워크인 ‘WYD NOW’ 구상을 설명했다. 발표 후에는 바티칸 미디어, EWTN, ACI Africa 등 각국 언론의 관심이 쇄도했다.
이 신부는 “교황청 홍보부 인사를 비롯해 전 세계 언론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2027 서울 WYD의 가치와 의미를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특히 내년에 가톨릭 미디어의 협업을 도모할 큰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윤성도 시그니스 코리아 회장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자 K-컬처의 발상지인 한국에서 열릴 서울 WYD가 뜻깊은 세계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2026 시그니스 세계총회 현장에 마련된 2027 서울 WYD 부스에서 cpbc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 사장 성기헌 신부(왼쪽 네번째)와 2027 서울 WYD 조직위원회 커뮤니케이션부 이재협 신부, 바티칸 미디어팀 프란신 마리 쿠퍼 수녀, 시그니스 아시아 이사 이로물로 cpbc 미디어본부장(맨 왼쪽)과 cpbc 관계자들.
한국·아시아 문화 매개로 연결될 청년들
세계 언론인들은 서울 WYD를 향한 기대도 전했다. 17세 때 2000년 로마 WYD에 참가했던 아드리아나 라카산 신임 시그니스 재무이사는 “WYD는 젊은 가톨릭 신자로서 우리 삶에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제게 WYD는 하느님을 발견하고, 다시는 그분을 놓지 않는 경험”이라고 했다.
바티칸뉴스 취재를 지원하기 위해 교황청 홍보부 초청으로 총회에 참여한 프란신 마리 쿠퍼 수녀는 서울에서 청년들이 보편 교회의 넓이를 직접 체험하길 기대했다. 쿠퍼 수녀는 “WYD가 청년들에게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해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한국과 아시아 문화를 직접 만나는 경험 역시 세계 그리스도인들을 더욱 가깝게 연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르완다 현지 가톨릭 미디어의 목소리도 서울을 향했다. Pacis TV 모리스 비셍기마나 편집장은 한국 청년들에게 “사랑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라며 “평화의 다리, 희망의 다리, 선한 행동의 다리가 돼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중국이나 북한과 같은 이웃 나라 사람들도 그리스도 안에서는 우리의 한 형제자매”라고 덧붙였다.
이번 총회에서 새로 선출된 시그니스 월드 회장 월터 치크웬두 이헤지리카 신부(가운데)를 비롯한 신임 임원단.
파멜라 알레만 신임 부회장은 과거 한국에서 열린 시그니스 세계총회에 참가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서울 WYD를 향한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한국 청년들에게 “귀를 열어두고, 눈을 열어두면 좋겠다”면서 “주님께서 여러분 마음속에서 말씀하실 때 반드시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고 요청했다.
재선된 몬티엔비치엔차이 시그니스 사무총장은 앞으로 시그니스가 추진할 방향과 서울 WYD의 접점에 주목했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시그니스 이사회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채택한 과제 가운데 하나로 ‘청년과 여성을 능동적인 주체로 참여시키는 것’을 꼽으며, “이 방향이 서울 WYD와 매우 잘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우리 모두를 이끌어갈 전문가들은 바로 청년들”이라며 “단순히 대회를 지켜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분이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한국에 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가톨릭 언론인들은 급변하는 기술 발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람과의 만남과 서로 신뢰를 쌓는 교류, 그리고 평화를 만들어가는 소통의 본질임을 거듭 확인했다. 르완다 역사 속 증오의 기억을 넘어 화해를 이야기한 키갈리가 남긴 메시지는 2027년 세계 청년들이 만날 서울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