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9일 덕수궁 돌담길에서 2026 가톨릭문화박람회가 열렸다. 청년 봉사자들은 안내·통역·안전관리·운영 지원·환경정리를 맡았다. 행사를 마치고 한 가지 질문이 남았다. 시민과 외국인을 위한 활동을 종교단체가 주최했다는 이유만으로 ‘종교행사 봉사’라고 규정할 수 있는가?
행정안전부의 「2026년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한 자원봉사센터 운영지침」은 종교행사와 동일 종교시설 안에서 신도를 위한 활동을 자원봉사 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내부 종교활동의 봉사 실적 남용을 막으려는 취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시민을 안내하고 통역하며 동선을 정리하고 쓰레기를 줍는 일은 성당 안에서 신자만을 위해 봉사하는 것과 다르다. 그 손길은 특정 종교의 신도가 아니라 거리를 이용한 시민 모두를 향했다.
봉사활동의 공익성은 ‘누가 주최했는가’만이 아니라 ‘무슨 일을 했으며 누가 혜택을 받았는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시민 안내와 통역, 안전관리와 환경정리가 행사 명칭에 ‘가톨릭’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종교행위가 된다면, 행정은 그 차이를 합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이 문제는 WYD를 앞두고 더욱 중요하다. 본대회는 내년 8월 3일부터 8일까지 열리고, 그에 앞서 전국 15개 교구에서 교구대회가 진행된다.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이자 비가톨릭 국가에서는 처음 개최되는 대회다. 조직위원회는 약 50만 명의 참가와 3만 명 규모의 봉사자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청년들이 교구·본당·공공시설·가정에 머무는 동안 숙박과 식사, 교통과 통역, 의료와 안전, 환경관리와 장애인 지원이 필요하다. 서울시의회는 2026년 6월 「서울특별시 2027 제41차 서울 세계청년대회 지원 조례」를 제정해 안전·교통·숙박·의료·관광 등의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회 지원 전담 인력을 배치했고, 행정안전부도 안전관리와 재난 대응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 대회를 국제적·공공적 협력의 대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수만 명의 봉사자가 필요한 대회를 준비하면서도 준비 현장의 시민 안내와 안전관리 활동이 ‘종교행사’라는 이유로 자원봉사 인정 여부를 다시 심의받는 상황이 발생했다. 서울시가 대회의 국제적 위상과 관광·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지원 조례의 목적으로 명시하면서도, 그 토대를 만드는 청년들의 활동을 교회 내부의 일로만 돌린다면 정책의 취지와 현장 행정의 기준은 서로 충돌한다.
종교적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전례와 선교, 신자만을 위한 활동은 자원봉사 인증에서 제외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행사 안에서도 불특정 시민을 위한 통역·안전·교통안내·환경정리는 별도의 공익 활동으로 심사해야 한다.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은 종교단체의 활동을 공적 영역에서 일괄 배제하는 데 있지 않다. 종교 유무와 관계없이 동일한 활동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데 있다.
행정안전부는 운영지침을 보완해야 한다. 주최 기관의 성격뿐 아니라 활동 장소와 내용·참여 범위·직접 수혜자와 포교 목적의 유무를 구분해야 한다. 지역 자원봉사센터마다 판단이 달라지지 않도록 공식 해석과 이의제기 절차도 필요하다.
모의고사는 끝났지만 행정이 답해야 할 질문은 남았다. 정부가 세계의 청년들에게 대한민국의 환대와 연대를 보여 주려면, 먼저 그 환대를 수행하는 청년들의 시간과 노동을 정확히 바라보아야 한다. 종교의 이름으로 봉사를 재단하기보다 그 봉사가 실제로 누구에게 닿았는지를 묻는 구체적인 행정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