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하느님의 품으로 떠나신 지 어느덧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계절은 몇 번이나 바뀌었지만, 어머니가 제 삶에 남겨두신 온기는 여전히 일상 곳곳에 묵직하고 따뜻하게 머물러 있습니다.
암이라는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투병하시던 순간에도 어머니는 당신의 아픔보다 남아있는 저를 늘 먼저 염려하셨습니다. 견디기 힘든 통증이 찾아오는 순간에도 저를 바라보시며 나지막이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엄마는 씩씩하게 잘 견디니까 너도 씩씩해야 해.”
그 짧은 한마디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었습니다. 고통 앞에서도 신앙인으로서의 존엄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였고, 홀로 남겨질 자식을 향한 가장 깊은 사랑의 당부였습니다. 당신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투병의 길 위에서도 어머니는 늘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시며 “엄마는 행복하고 감사해”라는 고백을 단 한 번도 놓지 않으셨습니다. 손에서 묵주를 놓지 않고 늘 기도하시면서 하느님이 허락하신 삶의 매 순간을 온전히 감사로 받아들이시던 담담한 모습은, 지켜보는 저에게 감히 헤아릴 수 없는 큰 울림이자 신앙의 귀감이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씩씩하고 신실했던 사랑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더욱 눈부시게 빛났습니다. 어머니는 당신의 몸을 가톨릭대 의대에 시신 기증으로 내어주셨습니다. 평생을 나눔과 배려로 살아가시고는, 세상에 남기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의학 발전과 또 다른 생명을 위하여 당신의 모든 것을 온전히 비워내신 것입니다.
저희 가족은 할머니부터 시신 기증 서약을 이어왔기에, 지금 어머니는 할머니와 함께 용인천주교묘지 참사랑 묘역에 고요히 머물고 계십니다. ‘참사랑’이라는 묘역의 이름은 마치 어머니가 지상에서 살다 가신 삶의 지표(指標) 그 자체로 느껴집니다. 당신의 가장 귀한 것까지 전부 내어주시면서도 감사와 행복을 고백하셨던 어머니의 삶. 당신이 몸소 보여주신 그 참사랑이 제 삶에 깊이 뿌리내렸기에, 저 역시 일상 안에서, 국경을 넘나드는 이웃들 사이에서, 그리고 봉사의 현장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작은 다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언제까지나 스러지지 않습니다.”(1코린 13,8) 이제 지상에서 어머니의 따뜻한 손을 직접 잡을 수는 없지만, 미사와 기도 안에서, 그리고 제가 이웃을 사랑하는 모든 순간 속에서 어머니와 여전히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낍니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언젠가 하느님 품 안에서 다시 만날 것임을 믿기에, 그 재회의 순간이 더욱 기다려집니다. 어머니에게 받은 사랑이라는 유산을 제 삶에서 온전히 살아가다가, 훗날 어머니를 다시 만났을 때 자랑스러운 딸로서 포옹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마음속으로 어머니의 목소리를 나지막이 되뇌어 봅니다. 어머니가 남겨주신 “씩씩하게 지내”라는 당부를 가슴 깊이 품고, 세상 속에서 하느님의 참사랑을 온전히 살아가겠다고 다짐합니다. 천국에서 환하게 웃으며 저를 지켜보실 어머니를 떠올리며, 감사의 기도를 바칩니다.
늘 저를 보면 “우리 예쁜 딸 사랑해”라고 하셨던 어머니에게 꼭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엄마의 딸로 태어나서 감사하고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