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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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청소년국 WYD 홍보단] “내년에 서울로 오세요!” 순례길 물들인 한국 청년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WYD 홍보단 산티아고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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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설이 등장하기 훨씬 전, 유럽인들은 이베리아 반도를 세상의 ‘땅 끝’이라 여겼다. 그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러 떠난 성 야고보 사도의 무덤이 발견된 곳이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다. 야고보 사도의 무덤 위로 별빛이 내리쬐던 들판에서 이름을 얻은 이곳에 6일 이른 아침부터 순례를 마친 이들이 마치 승리의 팡파르를 울리듯 흥겨운 구호와 노래를 부르면서 모여들고 있었다.

“비바!”(Viva, 만세!) “브라보!”(Bravo, 훌륭하다!) 저마다 국기와 노래, 환호로 기나긴 순례의 완주를 자축하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누가 더 성대하게 순례의 결승선에 입장하는지 겨루는 듯했다. 그 가운데서도 유독 눈길을 끈 젊은이들이 있었다. 오전임에도 30도에 가까운 무더위 속에 한복을 겹겹이 갖춰 입은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WYD 홍보단이다. 지난해 ‘젊은이의 희년’을 맞아 로마 등 이탈리아를 순례하는 교구 ‘1004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년들과 사제 등 약 30명으로 구성된 이들이다.

‘별이 비추는 들판의 성 야고보 사도’라는 마을 이름처럼 이들 역시 또 다른 사명을 품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았다. 본지는 4~12일 세계 최대 순례길 위에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와 한국을 알린 WYD 홍보단 여정에 동행했다. 순례의 종착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와 새로운 순례 목적지인 2027 서울 WYD를 잇는 가교를 자처한 이들의 이야기를 2주에 걸쳐 전한다.
 
전 세계 순례자들이 6일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세르반테스 광장에서 펼쳐진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WYD 홍보단 공연에 호응하고 있다.


 
5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오브라도이로 광장에서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WYD 홍보단이 K-팝 댄스를 추고 있다.


교회 청년들이 모인 이유

야고보 사도의 유해 위로 세워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주교좌성당 앞 오브라도이로 광장에서 5일 홍보단의 첫 공연이 펼쳐졌다. 2027 서울 WYD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다.

웅장한 성당을 마주 보고 이어지는 ‘꽃춤’과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태평무’, 한국인의 기품과 풍류를 표현한 ‘한량무’, 흥겨운 ‘소고춤’은 순례자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이들은 한국무용의 품격에 이내 감탄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바로 이어진 K-팝 댄스 공연은 순례자와 관광객들의 흥을 더욱 돋우기에 충분했다. 어른과 어린아이할 것 없이 세계 각지에서 온 이들은 홍보단 젊은이들의 몸짓을 따라 했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WYD 홍보단이 5일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오브라도이로 광장에서 한복 등을 입고 K-팝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홍보단은 지난해 11월부터 이날을 위해 주말 평일 구분 없이 연습에 매진했다. 오랜 연습과 앞선 몇 차례의 국내 공연 끝에 매끄러운 춤사위를 갖췄고, 이젠 어려운 무대화장과 쪽머리도 뚝딱 해내며 홍보 현장 무대에 오를 정도다. 그 과정에서 서울 청소년국이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은 “애초에 전문가를 쓰면 편하고, 결과도 더 좋지 않을까요?”라는 것이었다. 기자도 현지에서 어렵사리 매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난 보람을 청년들과 함께 느끼면서도, 이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청소년국은 이렇게 돌아가는 길을 택했나요?”


   



전문 공연팀이 아닌 교회 청년들이 무대를 꾸미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홍보단 단장 윤상현(청소년국 유아부 담당) 신부는 다소 직접적인 질문에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곧 그 이유를 교회와 세계청년대회가 지닌 ‘보편성’에서 찾았다. 윤 신부는 “WYD는 누군가 자격이 있어서 참가하는 대회가 아니다”라며 “청년이자 신앙을 지닌 누구나 올 수 있다는 그 보편성을 지닌 이들의 모습을 바로 홍보단 청년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비전문가로 구성된 이들이 만들어낸 노력과 진심 자체가 순례이자, WYD 정신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교회는 WYD를 찾는 전 세계 젊은이를 ‘순례자’라고 부른다. 이처럼 우리 청년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WYD를 일회성 행사가 아닌 ‘또 하나의 순례’로 만들어갔다.


 
전 세계 순례자들이 6일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세르반테스 광장에서 펼쳐진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WYD 홍보단 공연에 호응하고 있다.



이어지는 순례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공연 현장에서도 있었다. 순례자들의 숙소로 불리는 ‘알베르게’의 엘리베이터에 공연 의상이 갇히는가 하면, 순례자들을 더 많이 만나기 위해 공연 시간을 조율하다 갑자기 장소가 바뀌는 일도 벌어졌다. 7일 아르수아 마을에서는 지역 축제의 음악 소리와 홍보단 공연 소리가 겹쳐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거리 공연이다 보니 지나가는 사이렌, 오토바이 굉음도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2027 서울 WYD를 알리려는 홍보단의 열정은 막을 수 없었다. 스페인 홍보 일정에 앞서 7월 31일부터 예정됐던 일본 공연은 구마모토 지역 지진 발생으로 취소됐다. 홍보단은 지진 사상자들을 애도하는 마음으로 일본 홍보 및 공연 일정을 취소하고, 스페인 순례길에서 온힘을 쏟았다.

크고 작은 우여곡절 속에도 교구를 대표해 지구촌 사람들을 만난 홍보단 젊은이들의 진심은 오랜 발걸음에 지친 순례자들을 미소 짓게 하기에 충분했다. 엄마와 순례길에 나선 스페인 청년 글로리아 마리아(25)씨는 “성가정 안에 지내며 10년마다 함께 순례길에 나서고 있다”며 “순례에 나선 지 일주일 정도 됐는데, 한국 청년들을 만나게 돼 너무나 반갑고 기뻤다”고 전했다. 평소 블락비와 잇지 등 K-팝 아이돌의 팬이라고 밝힌 그는 공연 내내 홍보단의 춤을 따라 추며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청소년국 WYD 홍보단이 8일 스페인 팔라스 데 레이에서 공연하며 순례자들과 손뼉 치고 있다.


국적과 언어는 달라도 순례 여정 속에 세계 젊은이가 하나 되는 ‘작은 WYD’ 분위기가 이곳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도 펼쳐진 셈이다. 홍보단은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프랑스길’로 불리는 순례길 주요 마을인 아르수아, 팔라스 데 레이, 포르토마린, 사리아로 거슬러 올라가며 홍보활동을 펼쳤다.

신자는 아니지만, 먼 이국땅에서 한국 젊은이들의 열정을 마주한 김창기(77)씨는 “먼 곳에서 순례하면서 그냥 한국인을 마주치기만 해도 기쁜데, 하물며 우리 문화를 멋지게 선보이는 모습을 보고 매우 놀랐다”며 “덕분에 WYD가 무엇인지 알게 됐고, 그 덕에 내년 캘린더에 대회 날짜를 미리 적어놨다”고 말했다.






서울 WYD 알리러 왔다가 또 하나의 순례자로 거듭나
 
2027 서울 WYD 세요.


2027 서울 WYD로 오‘세요’

홍보단은 전 세계 순례자들이 지나가는 순례길 한복판에 홍보 부스를 차리기도 했다. 서울 WYD를 알리고, 저녁에 있을 공연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7일 공연에 앞서 아르수아로부터 약 3㎞ 떨어진 리바디소 마을 이소강 인근에서 순례자들이 지날 때마다 “부엔 까미노!”(스페인어로 “좋은 순례길 되세요!”)라고 인사하며 물과 스티커, 부채, 키링 등 서울 WYD 굿즈를 나눠줬다.

짐에 무게를 더하기 싫어서, 혹은 낯선 이들의 호의가 어색해 선뜻 선물을 받지 않던 순례자들도 이들이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자 곧 몰려들기 시작했다. 바로 순례자 도장 ‘세요’(sello)가 관심을 사는 데 한몫했기 때문이다.

순례자 도장 ‘세요’는 순례자들에게 단순한 기념품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순례자는 순례자 여권(Credencial)에 걸어온 길을 증명하는 세요를 찍어 모은 뒤 이를 바탕으로 최종적으로 순례 완주 증명서를 신청해 받게 된다. 세요는 성당과 알베르게, 식당과 카페 등 순례길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순례길의 상징이다. 반드시 공식 세요만 있는 것도 아니다. 순례자들을 위해 각 장소가 저마다의 도장을 만들어 찍어주는 문화가 있다.


 
7일 스페인 아르수아에서 순례자들이 2027 서울 WYD 세요를 찍은 순례자 여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홍보단이 이번에 준비한 세요는 산티아고 순례자 사무소에 등록된 ‘2027 서울 WYD 공식 세요’였다. 홍보단이 특별한 세요를 꺼내 보이자, 좀처럼 발길을 멈추지 않던 순례자들이 하나둘 부스로 모여든 것이다. 세요를 통한 2027 서울 WYD 홍보 전략은 적중했고, 금세 홍보 부스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8일 팔라스 데 레이 마을입구 인근에 설치한 홍보 부스에서 만난 순례자 힘 챈(32, 홍콩)씨는 순례자 여권에 찍혀있는 다채로운 도장을 자랑하며 “그동안 많은 세요를 찍었는데, 2027 서울 WYD 세요도 무척 마음에 든다”며 WYD에 관심을 표했다.
 
스페인 아르수아 순례자 숙소 ’알베르게‘ 로비에 2027 서울 WYD 로고 상징물이 놓여 있다.



홍보단은 한국에서부터 준비해간 ‘2027 서울 WYD 세요’를 순례길 주요 마을의 성당과 관광안내소, 알베르게 등 곳곳에 ‘서울 WYD 로고’ 상징물과 함께 남겼다. 홍보단이 떠난 뒤에도 순례길 곳곳에서 서울 WYD를 만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젊은이들의 발자국

수많은 이의 발걸음이 길을 만들어낸 산티아고 순례길에 홍보단도 발자국을 남겼다. 홍보활동 전후 짧게나마 순례길에도 오른 것이다. 기자도 그들의 걸음에 동참했다. 순례자들이 순례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당도하기 전 마지막으로 물놀이하는 이소강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홍보활동에 동행하기 위해 지나칠 때만 해도 그저 시냇물처럼 보였던 작은 강이 긴 갈증 끝에 마주한 한 모금의 물처럼 다가왔다.
 
 



실제 이소강은 뜨거운 햇볕 아래 긴 시간을 걸어온 순례자들에게 잠시 숨을 돌리고 갈증을 달랠 수 있는 쉼터다. 더위에 지친 순례자들은 작고 맑은 이소강에 발을 담그거나 물가에 앉아 잠시 걸음을 멈춘다. 홍보단의 한 청년은 “더운 날씨에 순례길을 걷다 보니 강에 뛰어들고 싶었지만, 혹여 신부님들께 혼날까 봐 참았다”며 짧게나마 순례길에 오른 소감을 우스갯소리로 전했다.순례길에는 다양한 이들이 보였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데리고 순례길에 오른 엄마, 말없이 바닥만 보고 걷는 이들도 많았다. 심지어 홍보단의 짐을 실어나르는 차에 태워달라고 부탁하는 순례자도 있었다. 기나긴 순례길을 걷다 보면, 순례하던 중 길에서 사망한 이들을 기억하는 돌무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이 처음부터 순례하는 길이었던 것은 아니다. 수많은 이가 각자의 사연을 품고 걸어온 발자국들이 쌓여 마침내 자신의 진짜 ‘길’을 찾아 오르면서 진정한 순례길이 된 것이다.



 



홍보단은 그 길을 서울로 잇고자 했다. 홍보단 젊은이들은 8일 밤 팔라스 데 레이에서 같은 알베르게에 묵는 순례자들과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들은 순례길 주요 마을을 지나는 동안 일반 숙소가 아닌 알베르게에서 묵었다. ‘의도된 불편함’을 감수하며 순례자들을 만나 대화하며 그들의 삶을 경험하고, 그들 눈높이에서 서울 WYD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홍보단 K-팝 댄스팀 소속 이승재(토마스 아퀴나스, 25, 서울 개포동본당)씨는 알베르게 로비에서 또래 외국인 순례자를 만나 서로가 걸어온 길과 이곳에 온 이유를 연신 나누고 있었다.

세사르 산체스(24, 스페인)씨는 서울 WYD를 알리기 위해 한국 젊은이들이 이곳에 왔다는 사실에 큰 흥미를 드러냈다. 그는 “저도 원래 WYD를 몰랐지만, 2023 리스본 WYD에 참가한 친구의 나눔으로 잘 알게 됐다”면서 “저는 일 때문에 서울에 가진 못하지만, SNS를 통해 꼭 내년 서울 WYD 소식을 기쁘게 접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리스본 WYD에 참가했던 포르투갈 친구는 이미 서울 WYD에 참가하기 위해 항공권까지 예매해뒀다고 했다”며 “언젠가 저도 한국 등 아시아의 많은 나라를 여행해보고 싶다”고 했다.

서울 WYD를 알리고자 왔지만, 순례길에서의 만남과 교류는 홍보단 젊은이들에게도 나눔과 성찰의 시간을 줬다. 이승재씨는 “국적과 생김새는 달라도 같은 또래다 보니 저와 비슷한 마음을 품고 있다는 걸 많이 느꼈다”며 “지난해 홍보단에 처음 입단했을 때만 해도 춤을 잘 못 춰서 연습 따라가기에도 급급했는데, 여기서 많은 순례자를 만나면서 이젠 ‘내가 왜 춤을 추는지’, 제 삶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보단 청년들 역시 자신들이 왜 이 길에 서 있고, 함께하고 있는지 깊이 알아갔다. 홍보단이라는 이름으로 모였지만, 주님과 함께하는 길 위에서는 저마다의 신앙과 삶을 살아가는 희망찬 미래를 품은 한 명의 순례자였다.

스페인=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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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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