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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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가슴으로 낳은 진실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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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 제작

2020년부터 약 5년 동안 저는 한국에서 이탈리아로 입양되는 아동들과 그 양부모들의 통역을 돕는 일을 해왔습니다. 봉사를 처음 시작했던 2020년은 전 세계가 코로나19라는 미지의 바이러스로 얼어붙어 있던 때였습니다. 한국과 이탈리아 모두 국경이 막히고 사회적 불안이 극에 달해 있었지만, 사랑을 찾아 먼 길을 건너온 이들의 여정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당시 16개월 된 아동의 모든 입양 절차를 마치고, 위탁 가정에서 아이를 인도받아 이탈리아로 떠날 준비를 하던 가족이 있었습니다.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한 가족이 된 기쁨도 잠시, 아이를 데려간 바로 다음 날 아침 일찍 양부모에게서 떨리는 목소리로 연락이 왔습니다. 아이가 밤새 높은 열이 나고 구토를 반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슴을 졸이며 양부모와 함께 입양기관으로 달려가 1차 진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상태가 좋지 않아 급히 연계된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당시는 엄격한 코로나 방역 수칙이 적용되던 때라, 외국인 양부모라는 이유만으로 별도의 격리 구역으로 안내되었습니다. 게다가 감염 예방을 위해 보호자는 단 한 명만 들어갈 수 있다는 방침이 내려졌습니다.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이탈리아인 부모에게는 눈앞이 아득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의료진에게 통역의 절대적인 필요성을 절박하게 설명한 끝에, 양아버지는 밖에 남고 양어머니와 아이, 그리고 저만 겨우 격리실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차가운 응급실 격리실 안,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은 야속할 만큼 길게만 느껴졌습니다. 낯선 공간과 찌르는 듯한 통증에 아이는 칭얼거렸고, 그 곁을 지키던 양어머니의 얼굴에는 깊은 근심과 애타는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그 막막한 정적 속에서 잊을 수 없는 거룩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양어머니는 아이의 작은 발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습니다. 자신의 체온으로 아이의 아픔을 녹여주려는 듯, 떨리는 손길로 발을 가만히 어루만졌습니다. 그리고는 아이의 작은 발에 몇 번이고 입을 맞추며 눈을 감고 나지막이 기도를 바치기 시작했습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이, 만난 지 겨우 하루 남짓 된 그 어린 생명의 아픔을 자신의 온몸으로 함께 아파하며 간절히 하느님께 청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순간, 제 눈앞에 있는 양어머니의 모습 위로 구유에 누워 계신 아기 예수님을 안타깝게 돌보시던 성모님의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국경과 언어, 혈연을 뛰어넘어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숭고한 모성애의 현장이었습니다. 응급실의 차갑고 스산한 공기는 어느새 어머니의 깊은 기도와 사랑이 만들어 낸 거룩한 온기로 채워졌습니다. 모성애는 단지 핏줄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님을 깊이 느꼈습니다. 비록 함께한 시간은 단 하루였지만, 혈연과 시간을 뛰어넘어 가슴으로 낳은 아이를 향한 진실한 사랑의 확신을 그곳에서 보았습니다.
통역사로서 사람의 언어로 다리로 놓아주는 일을 하러 들어갔던 그곳에서, 저는 말보다 깊은 ‘하느님 사랑의 언어’를 똑똑히 보았습니다. 진정한 부모가 된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고통까지 내 것으로 품어 안는 일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날 밤 응급실에서의 경험은 제 신앙 여정에 평생 잊지 못할 따뜻한 촛불 하나를 밝혀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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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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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67장 2절
하느님께서는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강복하소서. 세상 모든 끝이 하느님을 경외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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