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온라인상에서 확산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 불법 사이트를 합법적으로 해킹하는 등 대응 방안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
성평등가족부는 20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경찰청과 함께 ‘범정부 디지털 성범죄 대응 협의체’를 구성해 확정한 ‘불법 촬영물 등 유통사이트 심층 분석을 통한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3만 4628개 분석…5곳 중 1곳 여전히 접속 가능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2018년 5월부터 8년 동안 피해자 삭제 지원 과정에서 수집한 3만 4628개 사이트와 최근 5년간 불법사이트 운영으로 검거된 27건의 수사 자료를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다.
그 결과 분석 대상 3만 4000여 개 사이트 가운데 6683곳(약 19.3)은 여전히 접속이 가능했다. 그중 3832개는 별도의 우회 없이 국내망에서도 접속할 수 있었다.
한국어로 운영되거나, 한국 관련 카테고리가 있는 곳도 1316개에 달했다. 성평등부는 이 같은 사이트에 게시된 한국인 관련 영상이 약 215만 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운영자 잡아도 삭제 어려워…'능동적 방어' 검토
불법사이트로 피해가 속출하는 만큼, 범정부 협의체도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구체적으로 불법사이트 개설하는 행위 자체를 독립된 범죄로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나아가 ‘불법사이트 특별수사팀’을 신설해, 사이트 운영자를 검거하고 서버에 저장된 성착취물의 원본 삭제 등 근본적인 해결에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다만 불법사이트 운영자 검거만으로는 피해 영상의 완전한 삭제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이트 운영이 역할별로 분업화돼 있어 일부 운영자를 검거하더라도 서버에 저장된 성착취물이 그대로 남거나 사이트가 계속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수사기관이 직접 불법사이트에 접근해 성착취물 삭제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능동적 방어’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미 호주와 영국 등에서 활용되는 이른바 ‘합법적 해킹’과 같은 방식이다.
불법사이트 '돈줄'도 끊는다
무엇보다 불법사이트의 수익 구조를 원천 차단하는 방침도 논의되고 있다. 불법사이트가 성착취물을 이용해 결제를 유도하고, 도박·성매매 배너 광고를 통해 수익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수익원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성평등부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의 강화된 고객확인제도를 활용해, 불법사이트 운영에 이용된 계좌에 대한 거래 정지를 통해 불법사이트 돈줄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불법사이트가 반복적으로 사이트 삭제에 불응한다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한국인 피해 신고 접수를 위한 전달 체계를 마련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미국은 비동의 성적 이미지의 신속한 삭제를 위해 지난해 ‘TAKE IT DOWN Act’를 제정했다. 이 법에 따라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플랫폼은 피해자의 유효한 삭제 요청을 받은 뒤 48시간 이내에 해당 이미지와 알려진 동일 복제물을 삭제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해당 플랫폼은 FTC에 의해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
지속해서 도메인을 바꿔 사이트 차단을 회피하는 경우에는 사이트 간 유사도 및 불법성 분석을 통해 차단 조치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기반 대응 기술과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이번 심층 분석을 통해 그동안 짐작만 해왔던 불법사이트의조직적·기업화된 실체가 구체적 데이터로 확인됐다”며 “피해자의 성착취물이 누군가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불법사이트 자체를 무력화하는 데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