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 한 마리에 의지해 묵묵히 밭을 일구는 풍경은
이제 기계음에 밀려 설 자리를 잃었다.
과거 농가에서 소는 재산 목록 1호를 넘어,
가문의 흥망을 함께 짊어진 가장 든든한 믿음의 존재였다.
쟁기줄을 팽팽하게 당기며 대지를 딛는 소의 묵직한 발걸음과
그 뒤를 따르는 농부의 시선에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깊은 유대감이 서려 있다.
거친 흙먼지 속에서도 서로의 호흡을 맞추며 일구어 낸
삶의 터전은 곧 사랑의 기록이었다.
흑백 사진 속에 고스란히 박제된 이 아름다운 동행은,
잊고 지냈던 대지의 온기와 농부의 참된 파트너였던 소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운다.
글·사진 _ 양종훈 다큐멘터리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