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회칙 후 환경보전에 노력하는 교회
수리상점 ‘곰손’, 물건 수리 문화 전파
친환경 샵 ‘해달별’, 지역 자원순환 도와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지구를 인간이 마음대로 소유하고 소비하는 대상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맡기신 ‘공동의 집’이라며 이를 지키기 위한 모두의 책임감 있는 노력을 강조했다. 교황은 특히 회칙을 통해 ‘버리는 문화’ 극복과 ‘순환적 생산 방식’ 채택(「찬미받으소서 」 22항)을 촉구했다.
교회 역사상 첫 생태 회칙이 반포된 이후 교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공동의 집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교회는 「찬미받으소서」 정신 실천을 강조하며, 2015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9월 1일)을 제정한 후 자연보호를 향한 교회와 사회의 헌신과 생태적 회심을 촉구해오고 있다.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을 맞아 각자 순환적 생산 방식 실현을 위해 노력하며 창조세계 보호의 책임을 다하는 이들을 만났다.
수리상점 곰손 전경. 책상에는 수리 중인 우산들과 수리가 불가한 우산에서 분리해 재활용 예정인 부품들이 놓여있다.
곰손 수리 수선가들이 우산 수리 봉사를 하고 있다. 곰손에서 이뤄지는 모든 수리 활동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다.
환경을 위하는 곰손들의 금손
8월 20일 오후 서울 망원동의 한 골목. 반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끝에 자리한 수리상점 ‘곰손’에는 매주 목요일마다 사람들이 모인다. 이 날은 봉사자들이 모여 우산 수리 모임을 여는 날. 낡은 작업대 위에는 살대가 부러진 우산들이 줄지어 놓여있고, 이름표가 붙은 우산들 사이로 니퍼와 실이 오간다. “이거 두 개를 갈아줘야 하는데, 똑같은 살대를 찾기가 너무 어려워서요.” 한 봉사자가 부러진 살대 옆으로 휘어진 살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다른 우산에서 떼어낸 멀쩡한 살대를 길이에 맞춰 재단해 이식하는 작업이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날 모임에 함께한 모호연(히야친타)씨는 2024년 곰손에서 열린 첫 번째 ‘우산 수리 양성 과정’을 이수한 후 지금까지 ‘수리 수선가’로 봉사하고 있다. 모씨는 곰손에서의 활동이 ‘피조물 보호’의 의미를 더욱 깊이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우산이 얼마나 많이 버려지고 있는지, ‘수리권’과 관련된 교육을 세계관을 심듯이 배워요. 수리권은 구입한 제품이 고장 났을 때 소비자가 부담 없이 고쳐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죠. 그런 마음을 가지면 우산을 고칠 때도 효능감이 훨씬 커요. 물건을 다시 쓰게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수리 과정 자체가 지구에도 도움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보람이 더 크거든요.”
수리상점 곰손 전경. 책상에는 수리 중인 우산들과 수리가 불가한 우산에서 분리해 재활용 예정인 부품들이 놓여있다.
곰손은 2024년 유혜민 대표를 포함해 6명의 환경 운동가가 십시일반 모금해 만들었다. 곰손이라는 이름은 “손재주가 서툰 사람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고쳐 쓰는 지속 가능한 수리생활을 함께 나누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애초 곰손은 휴대폰 배터리·우산 수리 두 가지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옷과 신발 수선, 전자제품 수리까지 품목을 넓혔다. 전국에서 견학 올 만큼 국내 몇 안 되는 ‘수리 카페’ 사례로 꼽힌다.
현재까지도 곰손의 대표적 수리 품목은 우산이다. ‘수리권 확산’을 목표로 만들어진 곰손의 취지에 가장 맞아떨어지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전 국민 5000만 명 중 우산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모두가 갖고 있는데 너무 쉽게 고장 나고, 또 너무 쉽게 살 수 있어 오히려 고치지 않는 것이 우산”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곰손으로 전달된 우산은 멀쩡하든 그렇지 않든 각자 방식으로 순환에 이바지하고 있다. 손잡이가 사라진 우산에는 다른 우산의 멀쩡한 손잡이가 붙고, 부러진 살대에는 같은 규격의 살대가 이식되는 방식이다. 수리해도 쓸 수 없을 정도로 부러진 살대는 인근 재활용 센터로 보내지고 원단은 업사이클링해 장바구니 등으로 탈바꿈된다. 그냥 버려지기보다, 지구를 생각하는 마음을 한 번 거치면 이처럼 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유 대표는 수리권을 ‘두 가지 마음’으로 정의했다. “‘물건 샀으면 고쳐줘야지’하는 마음과 ‘너도 수리할 수 있어’하는 마음입니다. 판매한 쪽은 부품을 갖고 유상·무상이든 수리해줘야 할 의무가 있고, 소비자는 직접 수리할 수 있는 문화와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것, 이것이 수리권 확대의 의미라고 생각해요.”
서울 세곡동에 위치한 제로 웨이스트 샵 ‘해달별’ 입구
장애인과 함께하는 자원순환
또 다른 방식으로 창조질서보전을 실천하는 곳도 있다. 서울 세곡동의 제로 웨이스트 샵 ‘해달별’이다. ‘해달별’은 본래 성모자애복지관 산하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서 직접 만든 친환경 세제와 대나무 칫솔, 고체 치약 등을 판매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의 진짜 역할은 판매 너머에 있다.
제로웨이스트 샵 ‘해달별’ 실무를 맡고 있는 김미리 수녀(오른쪽)가 ‘해달별’ 봉사자와 함께 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만든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운영을 맡고 있는 김미리(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녀는 해달별의 역할을 ‘수거와 분배’로 요약했다. “지역 주민과 단체에서 가져오신 것들을 필요한 곳에 알맞게 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플라스틱 병뚜껑은 사출 프로그램을 하는 곳으로, 전선은 서울시 순환센터로 보내죠.”
병뚜껑을 녹여 만든 독서링과 치약짜개 등은 해달별의 대표 자원순환 제품이다. 또 친환경 성분이 담긴 세제 등을 다 사용한 페트·유리병에 담아 판매하고, 이를 다 쓰고 나서는 재충전할 수 있는 ‘리필스테이션’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대교구 수서동본당과 연합해 텀블러 수거 캠페인을 진행했고, 인근 어린이집과 종합복지관, 다른 본당들과도 병뚜껑·재료 나눔으로 협력 관계를 넓혀가고 있다. 친환경 제품 판매를 넘어 환경을 위한 각자의 노력을 하나로 묶는 역할도 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샵 ‘해달별’의 리필스테이션. 친환경 세제를 페트병이나 유리병에 담아갈 수 있도록 해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있다.
해달별을 만들 때엔 수도회의 오랜 고민이 있었다. 성모자애복지관 관장 김진영(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녀는 “2021년 수도회 총회에서 창조질서보전(JPIC) 실현을 위해 제로 웨이스트 매장 운영이 논의되면서 ‘해달별’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장애인들이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장소를 운영하는 동시에 「찬미받으소서」 정신을 전파하기 위해 지역 사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새로운 거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김 수녀는 “물건 판매보다 우리가 어떻게 환경을 대하고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며 “사람들이 사랑방처럼 오가고 환경의 소중함을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교회의 피조물 보호의 뜻 역시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수녀와 유 대표는 “각자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부터 지금 시작한다면 우리 생태계를 위한 긍정적인 변화 또한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며 실천을 당부했다.
유 대표는 “우리가 하는 이 행동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고민도 있었지만, 수백 대에 달하는 휴대폰을 고친 후 다시 멀쩡히 사용할 수 있게 된 모습, 우리가 수리한 우산이 제 기능을 하는 것을 보며 모두가 환경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면서 “요즘엔 온라인을 통해서도 물건 수리방법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이제부터라도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에 용기를 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영 수녀는 “해달별을 찾는 분들에게 ‘환경을 살리는 일이 곧 사람을 살리는 일’임을 설명해주고 있다”면서 “늦었다고 여길 수 있지만, 그럴수록 하느님이 주신 자연과 피조물을 위해 한 사람이 한 가지 활동이라도 더한다면, 지구의 고통을 줄여줄 수 있음을 깨달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