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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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실의 신앙단상] 하느님 안에서 사랑과 치유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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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하느님 품으로 떠나보내고 깊은 허전함과 슬픔 속에 계시던 아버지를 위해 남편과 함께 이탈리아 성지순례를 계획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으신 아버지의 어릴 적 친구의 동생이자 같은 본당에 다니시는 오랜 이웃 부부께서도 함께 길을 나서기로 하셨습니다. 제가 평소 고모와 고모부라 부르며 가족처럼 따르던 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출국 바로 전날, 예상치 못한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외부에서 일을 보던 중 아버지께서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전화하셨고, 급히 병원으로 모셨더니 탈장 진단을 받았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하셨고, 다음 날로 예정된 출국을 앞두고 가족 모두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여러 상황을 살핀 끝에 우리는 주님께 순례길을 온전히 맡겨드리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탈리아로 떠났습니다.

돌이켜보면 오랫동안 준비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여정의 순간마다 주님의 세심한 손길과 사랑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행 두 달 전 한국에서 우연히 통역을 해드렸던 분이 로마에서 에어비앤비를 하고 계신 덕분에, 우리 다섯 식구가 함께 머물 수 있는 크고 좋은 집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또 로마에서 유학 중이시던 남편의 친구 신부님께서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경당에서 미사를 집전해주신 덕분에 먼 이국 땅에서 한국어로 온 가족이 함께 감사의 미사를 봉헌하는 은총을 누렸습니다.

수요일 일반알현을 위해 아침 일찍 6시부터 광장 앞에서 대기해야 했을 때에도, 11월임에도 불구하고 포근한 날씨를 허락해주셔서 레오 14세 교황님을 가까이서 뵙는 커다란 기쁨을 얻었습니다. 특히 아버지께서는 살아생전 이 거룩한 곳에 오셨다는 사실에 깊은 감동을 받으셨습니다.

아시시를 방문했을 때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우리 사이에 예수님께서 함께하심을 마음 깊이 느꼈습니다. 함께 가신 고모의 세례명인 성녀 글라라 대성당에서 다 함께 기도하며 벅찬 기쁨을 나눴고, 여정은 피렌체를 거쳐 밀라노까지 무사히 이어졌습니다. 연세가 드시고 몸도 편치 않으신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걸을 때, 문득 어릴 적 잘 미끄러지던 제 손을 꼭 잡아주시던 아버지의 온기가 떠올랐습니다. 이제는 제가 아버지께 받았던 그 크나큰 사랑을 다시 돌려드릴 수 있는 은총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날 밤, 밀라노 대성당 앞에서 아버지께서 배를 잡고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셨습니다. 금방이라도 쓰러지실 듯한 모습에 저는 대성당 첨탑 위의 마돈니나(Madonnina, 성모상)를 바라보며 성모님께 간절히 의탁했습니다. 성모님께서 아버지의 고통을 함께 나누어 주시고 여정을 잘 마칠 수 있도록 기도드렸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상태가 나아져 무사히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저는 일 때문에 이탈리아에 남아야 했지만, 귀국하신 아버지께서는 무사히 수술을 마치셨고 그 곁을 고모 부부께서 지켜주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하느님 안에서 우리가 진정한 한 가족임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계획하고 진행한 여행 같지만, 사실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느님의 손길이 함께하신 은혜의 여정이었습니다.

하느님 뜻에 모든 것을 맡겨드릴 때 그분께서는 일상 안에서 기적을 행하신다는 것을 다시 한번 경험한 귀한 여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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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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