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6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박소화의 사도직 현장에서] 어디에 있든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사)공감학교의 첫 청년공동체 가정을 시작할 때, 자칭 ‘할머니급’ 큰엄마는 일흔이라는 나이가 아이들에게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과 두려움이 크셨습니다. 그래도 여자아이들이니 가끔은 예쁘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차나 밥도 같이하고, 주말이나 방학, 명절 뒤에는 오붓한 데이트를 하셨습니다. 엄마와 딸이라면 흔했을 평범한 기억을 하나하나, 천천히 그러나 쉼 없이 채워주셨습니다.

시험이나 중요한 날이면 이모티콘과 성경 말씀을 보내고, 아이들은 학기마다 수강 시간표와 성적표를 보여주며 5년을 따로 또 같이했습니다. 이제 졸업해 취업하고, 다시 대학에 진학하거나 새 터전을 꾸리고, 승진 소식도 전해지면서 큰엄마는 오늘도 새벽 미사에서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봉헌합니다.

그중 세라는 3년 학업 기간 내내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며 참 성실하게 공부했습니다. 큰엄마도 다른 지방의 집까지 데려다주거나, 때로는 그곳의 유행 메뉴도 먹어보며 시간을 함께했습니다. 졸업 즈음, 오래 기억할 선물을 주고 싶어 단둘이 2박 3일 졸업여행을 제안하자 세라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해요. 고맙습니다!” 하며 기쁘게 받아주었습니다.

여행길, 운전하던 큰엄마의 귀에 옆좌석 세라가 친구와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나 지금 가족여행 중이야.”

첫 가정의 아이들이 그렇게 저마다의 삶으로 걸어가는 동안 그 자리에는 새로운 아이들이 낯선 어른을 밀어내고, 연락을 끊고, 마음의 문을 닫기도 해서 우리의 기다림도 다시 시작되곤 합니다. 자립은 혼자가 되는 일이 아닙니다. 힘겨울 때 돌아갈 사람이 있고, 사랑받았음을 기억하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 일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어쩌면 아이들의 마음속에 언제든 돌아올 ‘친정집’ 하나를 남겨주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님, 저희 가정을 자립해 떠난 아이들과 오늘 만난 아이들이 어디에 있든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것을 기억하게 하소서. 당신 안에서 영원토록 한 가족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6-08-26

관련뉴스

말씀사탕2026. 8. 26

집회 2장 6절
그분을 믿어라, 그분께서 너를 도우시리라. 너의 길을 바로잡고 그분께 희망을 두어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