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오래전부터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자연과 식물을 탐구해왔다. 서양의 경우 이웃 국가들과 전쟁이 잦았던 고대 그리스에서는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약초에 대한 연구가 발달했고, 다른 고대 사회에서도 다양한 식물을 활용한 민간요법이 성행했다. 이후 중세 시대에는 수도원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면서 수사와 수녀들이 고대 약초학의 전통을 이어받았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역병이 돌아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던 17세기 중반 한 수사가 사람들을 살릴 방법을 절실하게 찾고 있었다. 어떤 약도 뚜렷한 효험을 보이지 못하자 수사는 간곡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하느님, 사랑하는 형제 자매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수사의 선한 마음이 하늘에 닿아, 어느 날 하느님의 대천사가 그의 꿈에 나타나 역병을 물리칠 수 있는 식물을 알려주었다.
수사는 천사의 도움을 기억하고자 그 식물을 ‘안젤리카 아르칸젤리카’라고 부르기로 했다. 안젤리카는 ‘천사 같은’, ‘천사와 관련된’이라는 뜻이며, 아르칸젤리카는 ‘대천사’를 의미하는 아크엔젤(archangel)에서 파생된 단어다.
뿌리부터 잎까지 약용으로 사용되는 안젤리카는 소화작용을 돕고, 혈액순환과 호흡기 질환 완화에 효과적이며, 항균·항염증 및 진정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의학적 효능이 뛰어나다 보니 안젤리카라는 이름이 붙기 전에도 사람들은 이 식물을 하느님께서 주신 만병통치약이라 여겨 ‘성령의 뿌리’라고 불렀다. 중세 시대에는 가르멜수도회 수녀들이 만든 약용 음료 ‘가르멜 워터’의 주요 원료로 사용되기도 했다.
꽃의 개화 시기가 성 미카엘 대천사의 발현 축일인 5월 8일 무렵이라 안젤리카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대천사와 관련된 식물로 여겨지면서 사람들은 성 미카엘이 악을 물리치는 위대한 수호자이듯 안젤리카에도 악을 쫓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안젤리카는 약용 외에도 다양한 쓰임새를 가진다. 뿌리와 열매에서 추출한 향유는 향수와 진, 압생트 같은 리큐어에 사용되고, 독특한 향기를 지닌 어린 순은 달콤한 과자를 만드는 데 활용된다. 줄기는 설탕에 졸여 먹으며, 뿌리와 잎은 차로 우려 마신다.
이 약초가 서양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대표적 한방 약재인 당귀가 바로 안젤리카 아르칸젤리카와 사촌 격인 식물로, 당귀와 안젤리카 모두 같은 당귀속(Angelica)에 속한다. 자연에 그저 예쁜 꽃과 달콤한 과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질병과 상처로 고통받는 이들을 보듬는 갖가지 약초가 있는 것을 보면 창조주의 섭리가 정말 오묘하다.